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그 영화 어때] 김윤석 ''남쪽으로 튀어'', 세상과 맞짱 ''튀는 가족'' 반갑네

영화

    [그 영화 어때] 김윤석 ''남쪽으로 튀어'', 세상과 맞짱 ''튀는 가족'' 반갑네

    임순례 감독 신작, 2월7일 개봉

    gg

     

    젊은 시절 ''체게바라''로 통했던 다큐멘터리 감독 최해갑(김윤석)은 현재는 무정부주의자에 가깝다. ''정부는 국민을 위해 해주는 게 전혀 없고 공무원들은 정부의 앞잡이라고 믿는'' 그는 주민등록 지문날인을 비롯해 국민연금, TV수신료 등을 대놓고 거부하면서 세상과 ''맞짱'' 뜬다.

    역시나 대학시절 운동권 출신인 단아한 외모의 아내 안봉희(오연수)는 이런 남편의 열혈한 1호팬이다. 남들과 다른 특이한 부모 밑에서 자란 첫째 민주(한예리)는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관심사인 옷 만들기로 자신의 길을 열어가고 둘째 나라(백승환)는 한창 사춘기를 통과하고 있다.

    귀염둥이 막내 나래(박사랑)는 집 가훈으로 "가지지 말고 배우지 말자"라고 아무렇지 않게 발표할 정도로 순진하다. 참고로 최해갑은 ''인간의 불행은 끊임없이 원하는데서 시작된다''는 이유로 이 같은 가훈을 정했다. 

    감상포인트= ''듣도 보도 못한 신개념 가장의 등장''이란 홍보문구가 이보다 더 적절할 수 없다. 최해갑은 남들처럼 산다고 바쁜 현대인들에게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무척 반갑다. 사회의 톱니바퀴에서 튕겨나가기 두려워 아무리 불행해도 꾹 참고 사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줄지도 모르겠다.

    또한 이 영화는 다섯 가족이 이상향을 상징하는 따뜻한 남쪽으로 모든 것을 훌훌 내려놓고 떠난다는 점에서 마치 일본의 힐링무비를 보는 듯하다. 차이점이라면 날카롭지만 따뜻한 사회풍자가 살아있다는 점이다. 보통의 힐링무비가 시골마을에서 풍요로운 자연과 그곳 사람들과의 소박한 교류로 마음을 치유한다면 남쪽으로 튀어는 그곳에서 새로운 투쟁을 시작한다.

    조상대대로 반골기질이 강한 집안의 자손답게 최해갑은 자신의 할아버지가 마을사람들에게 무상으로 나눠준 섬의 땅을 마을 출신의 정치인이 난개발로 자기잇속만 챙기려하자 앞장서서 막는다. 그는 난폭한 철거깡패와 무자비한 포크레인의 공격에 맞서 바리케이트를 친다. 이는 연출자가 특정한 사건을 염두하고 연출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자연스럽게 용산참사나 강정마을사건을 떠올리게 만든다.

    실제로 언론시사회에 참석한 한 영화관계자는 "인간보다 다른 가치가 앞서는 사회를 향해 직격탄을 날리는, 최해갑의 말과 행동에서 통쾌함을 느꼈다"며 반색했다. 14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여주인공 오연수도 보도자료를 통해 영화의 이런 매력을 짚었다. 그는 "사회에 불만이 있어도 표출 못하는 분들이 많을 텐데 보고 나면 나도 최해갑 가족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도 들 것이고 통쾌한 기분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관건은 이들 가족의 사는 모습에 얼마나 공감하는지에 달렸다. 특히 이 영화는 대결구도의 갈등 위주 스토리가 아니라 최해갑 가족과 주변 인물들의 에피소드를 찬찬히 보여주는 나열식 전개방식을 택했다. 단조롭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 그러다가 가족들이 섬으로 이사 가면서 생각치도 못한 갈등이 드러난다. 최해갑의 대처방식은 속시원하면서도 무모하다.

    어떤 심각한 문제도 다소 코믹하고 가벼운 터치로 그린 점은 보기에 부담 없다. 철거깡패들의 모습마저도 사태의 심각성은 전하면서도 우스꽝스럽게 그려내 소소한 웃음을 자아낸다.

    탐욕스런 정치인을 응징하려는 고향후배와 그런 후배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최해갑 대학동창들 그리고 민간인 사찰에 동원된 공무원 등 주변 인물들의 모습 또한 마찬가지. 이들 모두 따져보면 제각각 개성을 부여했는데 간이 싱겁다는 느낌이다. 다섯 가족의 개성을 좀 더 살렸다면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도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해갑 가족의 매력에 빠진다면 영화의 부족한 모습마저 보듬어 안고 싶어진다. 이런 캐릭터나 영화가 충무로에 등장한 그 자체에 묘한 애정이 느껴진다.

    누가 만들었나= ''와이키키 브라더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등 따뜻한 품과 날카로운 시선을 두루 감춘 임순례 감독이 연출했다. ''거북이 달린다'' ''완득이'' ''도둑들''의 김윤석이 별난 가장 최해갑을 연기했다.

    김윤석은 최해갑에 대해 "80프로의 사람이 공감하고 20프로의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희생하는 부분을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사람"이라며 "하지만 분노 속에서도 사람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는다는 게 매력적이었다. 최해갑을 연기하면서 그 부분을 계속 놓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15세 관람가, 2월 7일 개봉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