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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첫 경제부총리에 성장중심의 현오석 내정자가, 미래창조부에 사실상 미국인인 김종훈 내정자가 지명되면서 경제민주화가 핵심기조인 ''근혜노믹스''를 이끌 적임자인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박근혜 당선인은 지난 대선기간, "이명박 정부가 민생에 실패했다"고 규정하며 현 정부의 경제정책과는 확실한 차별화를 시도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을 총괄하게 될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는 지난해 2월 말 한국개발연구원장 신분으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명박 정부는 세계적인 금융위기 속에서도 선방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또 현오석 내정자가 원장으로 있던 지난해 2월 21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명박 정부 출범 4년, 경제적 성과와 향후 정책과제''''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국민소득 2만달러'', ''무역규모 1조 달러'' 등 성과만을 부각했다가, 바로 다음날 한국은행이 가계부채가 900조원을 돌파했다는 자료를 발표하면서 오히려 빈축을 사기도 했다.
KDI의 한 내부관계자는 "현오석 원장은 성장중심의 이명박 경제정책을 옹호해온 사람"이라며 "지난 대선에서 박 당선인을 포함한 모든 후보들이 경제민주화를 공약으로 내놓을 만큼 경제민주화는 국민적 합의사항인데, 이번 인선은 심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 내정자는 17일 오후 경제부총리 내정에 대한 첫 소감을 밝히는 자리에서도 "단기적으로는 경제회복이 문제"라고 말해, 경기부양에 방점이 찍힌듯한 발언을 내놨다.
이른바 엠비노믹스를 지지해온 현 내정자가 경제민주화를 중심으로 한 근혜노믹스를 제대로 실현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KDI와 기획재정부 등에서는 현 내정자가 자신의 소신을 밀고 나가는 스타일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그가 박근혜 당선인의 의중을 반영한 경제정책을 펼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실제로 현 내정자는 17일 배포한 약력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인수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경력을 빼놓는가 하면, 기자회견장에서도 "좀 더 고민하고 말씀드리겠다. 시기적으로 합당하지 않다"는 등의 유보적인 답변으로만 일관했다.
이처럼 다소 색깔이 옅은 현 내정자의 스타일을 감안하면 경제정책의 큰 그림은 경제부총리보다는 박근혜 당선인과 청와대가 직접 챙기고 갈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이에따라 청와대 경제수석과 경제민주화의 주무부서인 공정거래위원장 등의 인선까지 종합해야 근혜노믹스의 정확한 윤곽이 나타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편, 미래 성장동력을 키우는 막중한 책임을 맡은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를 놓고도 이런저런 말이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 성공한 벤처IT사업가라는 것 외에 그의 도덕성이나 행정능력이 제대로 검증된 적이 없는 베일에 싸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IT분야 등 기업적인 측면에 치중할 경우 기초과학 분야가 소외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BestNocut_R]
게다가 관가에서는 불과 나흘 전에 한국국적을 회복한, 사실상 미국인으로 살아온 그가 한국 공직사회와 대국회 관계 등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끌어 갈 수 있을 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