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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진 협의가 완결된 것이 아니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에 대한 19일 외교부 측 입장이다.
한·미 양국은 16~18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원자력협정 개정을 위한 6차 본협상을 가졌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에 따라 내년 3월에 끝나는 협정 만료시한을 2016년까지 2년 연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쏟아졌는데, 외교부가 이에 대해 원론적인 차원에서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한 것이다.
하지만 일찌감치 상황은 ''2년 연장''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한미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연구목적의 우라늄 농축과 원전에 활용하기 위한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를 강조하고 있지만 미국은 한국의 핵 무장화에 대한 우려를 지우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최근 북한의 핵 개발에 따른 협상 환경 악화로 미국의 입장은 더욱 완고해졌다. 국내 일각의 ''핵무장론''도 협상을 어렵게 하는 요소다.
이처럼 우리 정부의 협상 목표가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보''인 것처럼 굳어지고, 여기에 주무부처인 외교부가 적절한 대처에 나서지 못하면서 시한 연장은 ''피할 수 없는 결론''이 된 측면이 있다.
시작은 박근혜 대통령부터다. 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부터 최근까지 미국 고위급 인사들이 방한할 때마다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 문제를 적극적으로 거론했다. 이같은 입장의 근거는 원전강국의 위상에 맞게 원자로의 ''땔감'' 격인 농축우라늄을 자체 조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사용후 핵연료의 저장시설이 2024년 한계에 이르므로 이를 재처리해서 다시 땔감으로 쓰거나 부피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전문가와 정치인, 일부 언론까지 이같은 프레임에 근거해, 이번 협정에서 농축과 재처리 권한 확보가 정부의 ''당연한'' 목표인 것처럼 장단을 맞추고 나섰다. 이 바람에 농축과 재처리 권한을 얻느냐 여부가 ''모 아니면 도'' 식 한미원자력 협정 내용처럼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강경한 비확산핵정책은 차치하고, 무엇보다 기술적으로도 박 대통령의 발언 자체부터 사실과는 거리가 있다. 여기서부터 논의가 틀어지기 시작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단 원전 땔감인 농축우라늄은 원광을 농축해 만드는 것보다 수입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다. 따라서 에너지 안보라는 장기적 비전에 따라 ''안정적인 핵연료 공급''이 미국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이자 협상 목표가 될 수 있다. 우라늄을 고농축하면 핵무기의 재료가 되는 만큼, 한국이 ''우라늄 농축''이라는 행위 자체에 집착하는 것은 미국에 "핵무기를 개발하고 싶다"고 소리지르는 것이나 다름 없다.
또 ''저장공간 포화''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용후 폐연료 재처리'' 카드는 관련 없는 두 개 사안을 억지로 이어붙인 것이다. 재처리공장은 상업화된 곳이 전 세계에 단 한 곳도 없다. 일본에 건설 중인 게 있지만 19회 연기를 거듭하고 있고 핀란드도 건설 중이다.
박 대통령이 직접 언급하기도 한 재처리 방법인 ''파이로프로세싱''은 아직 실험 단계에 불과하고 상용화되려면 2050년이 넘어야 된다고 한다. 수단이 없는데도 재처리를 고집하는 것은, 재처리 과정에서 추출되는 핵무기 원료(플루토늄)를 신경쓴다는 것밖에 안된다.[BestNocut_R]
상황이 이런데도 현재 협상대표인 박노벽 에너지자원대사는 물론 외교부도 정부의 지향점을 공개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구체적인 협상 목표를 밝히는 것은 협상력에 타격을 준다"라는 게 이유다.
실명을 밝히길 꺼려한 원자력 전문가는 "외교부가 솔직한 설명에 나서면, 박 대통령의 발언이 틀렸다고 지적하는 게 되니까 어쩔 수 없지 않았겠냐"고 한다.
미국이 한국의 비확산 정책의지를 의심할 만한 상황이다. 미국 비확산론자들은 한국 정부가 이번 협상과 관련해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여긴다고 한다.
그간 발언으로 볼 때 박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해 보이고, 그런 한국을 미국은 믿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한미 원자력협정은 한국의 권리 행사에 조건을 다는 형식으로 합의될 수도 있지만, 틀어진 논의 구조 속에서 시한 연장이라는 결말로 치닫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