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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했어요" 치매남편 괴롭힘 못이긴 할머니의 눈물

법조

    "잘못했어요" 치매남편 괴롭힘 못이긴 할머니의 눈물

    • 2013-05-14 21:23

    배심원들, 살인미수 무죄 평결 …재판부, 상해 혐의만 인정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벌을 주신다며 달게 받겠습니다…."

    14일 서울 남부지법 406호 대법정.

    치매를 앓던 80대 남편의 괴롭힘을 견디다못해 남편을 살해하려 한 혐의로 기소된 A(71)씨는 최후 변론에서 울먹이며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 서울 강서구의 자택에서 "바람을 피운다"며 의심하고 막말을 늘어놓는 등 평소 자신을 힘들게 한 남편 B(81)씨를 가정용 변압기로 수차례 때려 살해하려 한 혐의(살인미수)로 기소됐다.

    배심원 9명이 참여한 이날 국민참여재판은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진행됐다.

    작고 마른 체구에 흰 옷을 입고 법정에 나온 A씨는 재판 내내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은 채 무언가를 끊임없이 읊조렸다.

    변호인이 재생한 동영상 속에서 남편 B씨는 불편한 몸에도 "판사님, 제 처가 저를 죽이려 했다는데 그런 말에 개의치 마시고 용서해 주십시오.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라며 부인 걱정을 했다. A씨는 흐느꼈고 법정은 숙연해졌다.

    A씨는 검사 신문에서 "제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머리가 이상해졌던 것 같습니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변호인의 신문 도중에 정신 질환이 있는 막내아들 이야기가 나오자 큰 울음을 쏟아내기도 했다. A씨의 변호인은 "피고인의 사정이 정말 딱하다"며 재판 중간 중간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A씨가 B씨를 때릴 때 살해하겠다는 고의성이 있었는지가 쟁점이었다.

    변호인은 "평소 남편에게 맞고 바람을 피운다는 의심을 받아 힘들었던 A씨가 잠든 남편을 보고 홧김에 혼내줘야겠다는 생각으로 때린 것일 뿐"이라며 살해 고의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살상력이 큰 도구를 이용해 저항능력이 없는 피해자를 공격했고 피해자가 전치 6주의 상처를 입었는데도 그대로 방치했다"며 고의성이 충분하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A씨에 대해 징역 3년 및 집행유예 5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배심원들은 2시간여에 걸친 평의 끝에 다수결로 A씨의 살인미수 혐의에 대해 무죄로 평결했다. B씨를 살해하려는 고의성이 없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상해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A씨에게 징역 1년6개월과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50여 년을 함께 살아온 남편에게 상해를 가한 점은 쉽게 합리화할 수 없는 반사회적 행위로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가족들이 선처를 바라는 점, 고령에다 건강이 좋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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