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이동통신사들에게 조심하라고 강력한 주의를 주었다.
이동통신사들이 휴대전화 과잉 보조금으로 조사를 받는 중에도 다시 과열 경쟁에 돌입할 조짐을 보였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최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주말을 중심으로 ''치고 빠지기''식 보조금 정책을 펴는 것으로 나타나 지난주 3사 임원을 불러들여 경고했다고 9일 밝혔다.
지난달 초 방통위는 "올해 들어 보조금 경쟁을 주도한 사업자 한 곳을 엄중 처벌하겠다"며 시장조사에 착수했다. 그 직후 보조금은 주춤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최근 다시 보조금살포를 통한 가입자 쟁탈전이 은근하게 고개를 드는 상황이다.
지난달 20일부터 지난 5일까지 17일간 발생한 이동전화 번호이동 건수는 총 56만9천658건. 하루 평균 번호이동은 3만3천509건으로 과열 기준인 2만4천건을 웃돈다.
주말을 뺀 영업일을 기준으로 이 기간에 번호이동 건수가 과열 기준을 넘지 않은 날은 단 4일에 불과하다.
특히 정부의 감시가 느슨한 주말에 집중적으로 보조금이 투입되고 있다. 주말에는 번호이동 전산망이 가동되지 않기 때문에 방통위가 개통 실적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을 노린 것.
주말 실적을 포함해 집계하는 월요일의 번호이동 건수는 5월20일 10만381건, 5월27일 5만7천861건, 6월3일 9만7천321건 등 총 25만5천563건으로 전체의 44.8%를 차지한다.
전영만 방통위 통신시장조사과장은 "보조금이 주말과 평일 중간에 튀듯이 증가한다"며 "지난주 경고를 받고도 또 주말 보조금 정책을 쓰면 재차 경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보기 차원 처벌'' 경고를 무시하고 이통사들이 다시 보조금 정책을 펼치는 것은 분기별·반기별 목표 실적을 달성해야 한다는 압박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롱텀에볼루션(LTE) 2위를 둘러싼 KT와 LG유플러스의 자존심 대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일부터 지난 5일까지 번호이동으로 SK텔레콤은 7천847명의 가입자가 순수하게 감소했다. 반면 KT와 LG유플러스는 각각 4천542명, 7천951명이 순수하게 증가했다.
이통사 관계자는 "방통위 단속과 온라인 파파라치 제도를 피해 가입자를 끌어모으려고 오프라인 매장이나 인터넷 게시판이 아닌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서 비밀리에 ''기습 보조금''을 지급하는 신종 수법이 등장하기도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