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24일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과 8쪽 짜리 발췌본을 공개하면서 그동안 알려졌던 내용과 다른 부분이 드러나고 있다.
무엇보다 새누리당이 배포한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발췌본'에 따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에 '서해북방한계선(NLL) 포기'라는 직접적인 표현이 없다.
노 전 대통령은 오히려 "NLL이 국제법적인 근거도 없고 논리적 근거도 분명치 않은 것인데, 그러나 현실로서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NLL의 실체를 인정했다.
노 전 대통령은 그러면서 "우리가 제안하고 싶은 것이 안보군사지도 위에다가 평화경제지도를 크게 위에다 덮어서 그려보자는 것"이라며 '서해 평화수역' 설정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이 때문에 "지난 20일 국정원이 보관했던 정상회담 회의록 발췌본을 열람한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이 'NLL 포기 취지의 발언이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고 지적했다.
노 전 대통령이 "보고"라는 말을 사용했다는 새누리당의 주장도 왜곡돼 전해졌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일 국정원 발췌본을 열람한 새누리당 의원들은 "노 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보고 드린다'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며 "굴욕과 굴종적인 남북정상회담의 상징적 표현"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발췌본에는 노 전 대통령이 "6자회담 관해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는데, 조금 전에 보고를 그렇게 상세하게 보고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이 부분은 당시 북한의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과 김계관 부상이 정상회담 자리에서 6자회담 진행상황을 보고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같은 해석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에게 '보고 드린 것'이 아니라 김 위원장의 측근들로부터 보고를 받은 셈이 되는 것이다.
반면 지난 2005년 북한에 대한 미국의 방코델타아시아 제재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이 "미국의 실책"이라고 말했다고 알려진 부분과, 여론조사 결과 '제일 미운 나라'를 묻는 질문에 미국이 1위를 차지했다고 말했다는 내용은 발췌록과 동일하다.
아울러 노 전 대통령이 해외 정상들과의 대화 중 북측의 대변인 역할을 했다는 내용과 미국에 대해 "패권적 야망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고 말한 부분도 발췌본에서 확인된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국정원이 공개한 발췌본을 신뢰할 수 없다며 회의록 원본과 녹음테이프의 전면공개를 주장하고 있다.
결국 원본을 확인하기 전에는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이 출구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원본을 공개하더라도 해석의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정상회담의 두 당사자가 모두 고인이 됐기 때문에 발언의 진의를 둘러싼 논란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