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지난 5월 폭로한 '반값등록금 운동 차단'·'박원순 서울시장 제압' 의혹 문건에 대해 검찰이 문제의 문건이 국가정보원의 문건과 형식(폰트)이 다르다고 잠정 결론 내렸다.
이번 사건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 여주지청장)이 국정원 문건이 아닌 것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민주당이 제보 받은 문건에서 국정원 문서 고유의 폰트(글자 크기와 서체)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사팀은 민주당이 검찰에 제출한 문건과 사실조회 등을 통해 국정원으로부터 넘겨받은 문서 양식을 대검찰청 문서감정반에 보냈고, 검찰은 폰트와 편집 형태 등을 바탕으로 문제의 문건이 국정원이 생산하는 문서 양식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국정원이 ‘문제의 문건은 국정원이 작성한 문서가 아니’라며 해당 문건의 작성자로 지목된 직원에 대한 소환조사에 반대하고 있어, 검찰은 문건 작성 의심을 받고 있는 직원에 대한 조사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검찰이 해당 문건에 대한 실질적인 수사에 나설지 여부를 두고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됐다.
검찰이 국정원 직원에 대한 조사 없이 문서 형식 등을 이유로 해당 문건이 국정원에서 작성된 것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고, 문건 내용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으면 이번에 고발된 국정원 직원 등은 무혐의 처리될 공산이 크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국정원 문건이 아니면 내용에 대한 수사를 계속해야할지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폭로한 문건 중 일부에는 국정원 직원의 실명과 전화번호까지 구체적으로 나온 상황에서 실체를 밝히기 위한 검찰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들 두 문서의 내용이 매우 구체적일 뿐만 아니라 앞선 검찰조사를 통해 드러난 국정원의 광범위한 정치·선거 개입의 일환으로 문제의 문서가 만들어 졌을 개연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 그 이유다.
특히 국정원 문서를 복사해 밖으로 유출할 때는 고유의 폰트가 변형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민주당이 제출한 문건이 '가짜'라고 단정하고도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이 폭로한 문건은 원본이 아닌 복사본이었다. {RELNEWS:right}
이와 관련해 국정원에 정통한 관계자는 "국정원에서 사용하는 용지로는 내부문서를 복사할 수 없고, 외부의 일반 용지를 가져가서 복사해야 한다"며 "하지만 그럴 경우 고유의 폰트대로 복사가 이뤄지지 않아 글의 서체 등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정치·선거개입 혐의로 기소한 검찰이 또다시 정치적 사건으로 국정원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기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수사를 꺼리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