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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화 어때] 성동일 서교 '미스터고', "한국서 만든거 맞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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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영화 어때] 성동일 서교 '미스터고', "한국서 만든거 맞나요?"

    뛰어난 기술 드라마에 복무,웃음과 감동 코드 살아있어

    미스터고 포스터.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와 함께 올 여름 한국영화 최고 기대작인 '국가대표' 김용화 감독의 '미스터 고'(제공 배급 쇼박스미디어플렉스)가 8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첫 공개됐다.

    허영만 화백의 만화 '제7구단'에서 모티브를 따온 이 영화는 야구하는 고릴라 링링이 유일한 가족이자 매니저인 15살 중국소녀 웨이웨이(서교)와 함께 한국 프로야구단에 입단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렸다.

    국내 순수 컴퓨터그래픽 기술로 디지털 캐릭터 링링을 만들어냈고 100% 3D 리그 카메라로 촬영한 영화라는 점에서 한국영화기술의 최첨단을 보여줄 프로젝트다. 신진아 이진욱 기자가 영화에 대한 감상을 얘기했다. 17일 개봉.

    이진욱기자(이하 이진욱) 최근 영화진흥위원회 관계자가 그러더라. "영화 '미스터 고'는 세계 최대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에서 한국 영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한국의 콘텐츠와 중국의 자본이 만나 흥미로운 상업 영화 한 편이 만들어졌다.

    신진아 기자(이하 신진아)국제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처럼 잘 만든 영화 한편이 얼마나 파급력을 보일지 궁금하다. 물론 이 영화는 링링을 제작하는데 120억원, 제작비가 225억 원이 들면서 김감독이 프로듀서 마인드로 중국투자(500만 달러)를 유치했고, 영화 자체도 '국경없는 영화'를 지향했다. 하지만 중국이나 할리우드를 작정하고 겨냥해 만든 영화가 아니라는 점에서 '설국열차'나 '이별계약'과는 또 다른 각도의 K무비다.

    이진욱 야구하는 고릴라가 등장하는 만큼 극의 사실성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했던 게 사실인데 2시간 30분 가까운 상영시간 동안 '저거 뭐지?' 싶은 기술적 결함은 보이지 않더라.

    신진아 3D카메라로 잡아낸 야구장이 다소 비워 보인다는 느낌은 들었지만, 고릴라 링링 자체는 정말 잘 만들었다. 실사 배우들과 합성된 부분도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다. 앞서 김감독이 링링이 다 CG고 딱 한 장면, 고릴라 인형을 사용했다면서 그 장면을 알아내면 소정의 상품을 준다고 했는데, 못 찾아냈다.

    이진욱 디지털 캐릭터의 기술적인 요소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극의 흐름을 풍성하게 만드는 데 한정지었다는 점이 무엇보다 돋보인다. 극 중간 링링을 클로즈업하면서 드러나는 털의 질감, 얼굴 표정 등을 볼 때는 마치 김감독이 "봤지? 우리 기술이 이 정도야"라고 자랑하는 듯해 웃음이 났다. 대단히 사실적인 기술이 극에 대한 몰입도를 높이는 데 한몫했다.

    신진아 3D기술은 처음 안경 착용했을 때 잠시 어질했다. 객석을 향해 야구공이 날아올 때는 진짜 깜짝 놀라서 몸이 움찔했다. 김감독이 맨땅에 헤딩하면서 도전한 기술적인 부분은 이 정도면 만족스럽지 않나. 예고편이 공개됐을 때만 해도 링링이 가슴을 치는 행동이 '킹콩'을 연상시켜서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는데 '디워'나 '7광구'의 악몽을 떠올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진욱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등 감독의 전작과 마찬가지로 극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한 직접적인 묘사도 가족 영화로서 강점으로 다가온다. 중국 사람들은 상징적인 대사와 몸짓이 많은 한국의 멜로를 "어렵다"고 말한다는데 미스터고는 그들의 입맛에도 맞을 듯하다.



    신진아 코미디와 휴먼드라마가 뒤섞여 의외의 웃음을 자아내고, 링링의 헌신과 사랑이 뭉클한 감동도 자아낸다. 성동일과 링링이 마주앉아 술 한잔하는 장면은 동석하고 싶을 정도로 흐뭇하다. 링링이 야구장에서 시원하게 홈런을 칠 때는 흥겨운 기분이 된다. 한 야구광 영화 관계자는 "정말 지금 두산에는 링링 같은 선수가 필요하다"며 두산베이스의 부진한 성적을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이진욱 고릴라가 한국 프로야구단에 입단한다는 몹시 황당한 이야기는 만연한 금권주의에 대한 비판으로도 읽힌다. 대중이 소비할 것으로 판단되면 무엇이든 상품으로 만드는 자본주의에 대한 우화라고 해야 할까. "돈을 빌려간 것도 넌데 왜 내가 나쁜 놈이 돼야 해"라는 사채업자의 대사는 시스템 안에서 모두가 가해자요 피해자라는 생각이 들게 하더라.

    신진아 돈을 둘러싼 사람들의 욕망과 배신의 드라마가 배경처럼 깔려있다. 무엇보다 웨이웨이가 뒤늦게 링링의 마음을 알게 되는 마음의 성장이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말하고 싶은 부분이 아니었나. 웨이웨이는 자신이 링링에게 말도 가르치고, 야구도 가르쳤다고 생각하나 그게 착각이었다는 것을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 만물의 영장이라 착각하는 인간의 오만과 이기심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이진욱 금권사회에 대해 미스터 고가 제안하는 해결책은 사람이든 동물이든 서로 공명하고 소통하게 만드는 애정 어린 관심과 보살핌이다. 철저한 상업 영화라는 겉모습에 숨겨둔 미스터 고의 메시지로 짚고 넘어가고 싶다.

    신진아 성동일이 연기한 스포츠 에이전트 성충수가 “사실 난 고릴라 말을 못 알아듣는다”고 고백하는 웨이웨이에게 "걔가 너 마음을 알잖아"라고 하는데, 김감독이 가장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로 꼽았다.

    이진욱미스터고가 그동안 감춘 부분인데 디지털 캐릭터가 링링 하나가 아니다. 극 초반 타자 링링에 대비되는 투수 고릴라 레이팅이 등장하는데, 러시아 극작가 안톤 체호프(1860-1904)의 "이야기 속에 권총이 나온다면 그것은 반드시 발사돼야 한다"라는 말이 생각났다. 두 고릴라의 성격과 그들의 대결 구도에 초점을 두고 영화를 보는 것도 재밌을 것이다.

    신진아
    링링이 모든 것을 감싸주고 받아주는 엄마 같은 존재라면 레이팅은 자기중심적이고, 난폭하다. 마지막 야구장에서 두 고릴라가 투수와 타자로서 진검승부를 겨루는데, 레이팅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명확하게 파악이 안됐다. 성충수가 나중에 웨이웨이와 링링 편을 드는데, 이 부분도 좀 매끄럽지 않다. 세 사람이 함께 생활하면서 이런저런 일을 겪으나 서로를 아끼게 되는 과정이 잘 쌓인 느낌은 아니다. 감정이 폭발하는 결정적인 장면이 없는 것도 이 영화의 상업적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이진욱 류현진, 추신수, 김정은, 일본배우 오다기리 조가 특별출연했다. 영화의 소소한 재미다. '돈의 맛'에 출연한 김강우가 돈타령하는 젊은 구단주를 연기한 것도 재밌었다.

    신진아 오다기리 조는 링링을 스카우트하려는 일본 프로야구단의 괴짜 구단주로 나오는데, 그는 '마이웨이'에서처럼 똑똑하고 잘난 인물보다 좀 엉뚱한 캐릭터를 연기할 때 더 매력적이다. 류현진 추신수 선수, 오다기리 조 모두 김감독의 친분으로 캐스팅이 성사됐다는 후문이다.

    이진욱 영화 외적으로는 이 영화 속 3D 입체 캐릭터를 만든 기술이 사장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수백 명의 인력이 투입돼 이 기술을 개발하고 안정화시켰다고 알려졌는데, 미스터고 이후에도 국내외에서 다양한 활약을 펼치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신진아 덱스터디지털이란 곳에서 VFX작업을 했는데, 김용화 감독이 만든 회사다. 직원이 200명이라 김 감독도 이후 덱스터디지털의 운영방안에 대한 고민이 커보였다. 다행히 링링을 보고 벌써부터 중국과 미국에서 관심을 보인다는 후문이다. 미스터고 속편 얘기도 거론되는 분위기다. 링링이 메이저리그로 진출한다는 기분 좋은 상상이 현실이 될지는 지켜봐야하나 일단 김감독이 미국의 메이저스튜디오 관계자들에게 미스터고를 보여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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