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인터뷰는 매일 아침 7시-9시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김현정의>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경기지방경찰청 정준엽 금융범죄수사팀장
전국민을 경악하게 했던 ‘100억짜리 위조수표 사기사건’을 여러분 기억 하실 겁니다. 지난달 12일이었죠. 은행에 100억짜리 위조수표를 들고 와서 자기 통장으로 입금시킨 뒤에 그걸 현금인출기로 빼서 달아나는, 정말로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사건이 벌어졌었습니다. 도대체 은행에 위조수표를 들고 온 이 간 큰 사기꾼은 누구냐. 또 위조수표가 어떻게 최첨단 위폐 감별기를 통과했는냐 해서 큰 이슈가 됐고, 저희도 화제의 인터뷰 시간에서 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요. 이 사건의 주범과 핵심 공범이 한 달 만에 붙잡혔습니다. 오늘 이 사건을 이 사건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분 직접 만나보죠. 경기경찰청 금융범죄수사팀 정준엽 팀장 연결돼 있습니다.
◇ 김현정> 고생 많으십니다.
◆ 정준엽> 고맙습니다.
◇ 김현정> 이번에 검거한 핵심인물들은 총괄책 나경술, 그리고 은행에 가서 100억짜리 입금한 CCTV에서 본 그 인물 최영길. 이렇게 두 명이 잡혔네요. 혐의는 다 인정했습니까?
◆ 정준엽> 혐의는 다 인정했고요. 다만 자기들한테 불리한 부분에 대해서는 일부 부인하고 그런 상황입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인정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김현정> 한 달 동안 경찰이 그렇게 추적을 하면서 쫓아갔는데, 도대체 어디 숨어 있었다고 합니까?
◆ 정준엽> 아무래도 시골 같은 데 가서 숨어 있으면 외지인들은 눈에 많이 띄잖아요. 그래서 도시에 많이 있었습니다. 다만 관심을 덜 받는 그런 지역에 있었습니다.
◇ 김현정> 도시에. 그러면 집이 아니라 호텔이나 모텔이니 이런 데요?
◆ 정준엽> 그런 데도 있었고. 마지막에 검거될 때는 최영길 같은 경우에 지인 집에 있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한 달이나 쫓았는데 그 추적을 어떻게 피했죠?
◆ 정준엽> 주로 특성들이 있습니다. 공개수배가 되기 전에는 그래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경향들이 있는데요. 공개수배가 되면 일단 주머니에 돈이 있고 하기 때문에 깊이 숨는 거죠. 깊이 숨을 수 있는 그런 부분들이 사실 있습니다. 공개수배의 그런 부분들은 장단점이죠.
◇ 김현정> ‘총괄책 나경술의 경우는 경호원까지 두고 있었다.’ 이런 보도도 있던데 사실입니까?
◆ 정준엽> 일부 호위책들이 있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이 사건과 관련해서 그동안 풀리지 않았던 미스터리를 제가 좀 여쭤봐야 될 것 같아요. 우선 은행에 내부공모자가 있지 않고는 저렇게 대담한 범행은 어려울 거다, 이런 추측들이 있었는데요. 내부공모자가 있었습니까?
◆ 정준엽> 네. 있었습니다. 저희도 초기에 이 사건을 받으면서 ‘내부에서 움직이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런 판단을 하고 분석을 했었습니다. 결국 지난번에 서울 모지점, 김 모 차장을 구속했었는데요. 개입이 된 사실이 있습니다.
◇ 김현정> 어떤 쪽에서 개입을 한 거죠. 그 은행 직원은?
◆ 정준엽> 수표 같은 경우에는 위조방지장치가 굉장히 많이 돼 있습니다. 그래서 일반적인 용지 가지고 위조하기는 어렵고요. 백지 내지는 진본수표가 나와야 된다는 거죠. 또 금액이 기재된 것은 위조하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처음부터 분석을 했습니다. 그래서 그거에 대한 분석에 들어갔고, 그래서 보니까 백지수표가 빼돌려진 사실 그대로 들어맞았습니다.
◇ 김현정> 백지수표, 그러니까 수표용지를 이 은행직원이 빼돌린 거군요?
◆ 정준엽>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 위에다가 100억이라고 새긴 거고요?
◆ 정준엽>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위폐감별기는 어차피 수표용지밖에 감별 못하니까 무사히 통과했고, 은행직원이 개입된 사건. 이들은 어마어마한 사기를 치고 잡히지 않을 거라고 생각을 했답니까?
◆ 정준엽> 아무래도 저희 판단에서는 그렇게 볼 수밖에 없죠. 왜냐하면 최 모씨 같은 경우에는 바지 역할을 했던, 은행에 직접 갔던 사람은 인적사항이 있으니까요.
◇ 김현정> 공개 수배된, CCTV에 찍혔던 그 최영길 씨?
◆ 정준엽> 네. 자기는 잡힐 걸 각오했을 것이고. 나머지들은 저희 수사결과를 보니까 점조직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 김현정> 점조직으로 돼 있다는 게 무슨 말씀이세요?
◆ 정준엽> 자금을 댔던 사람과 또 호위책이라든지, 바지라든지, 인출책이라든지 이런 부분들이 서로가 서로를 알지 못합니다. 총책 나경술만, 윗선들만 아는 경우가 있고요. 나머지 범죄꾼들은 서로를 알지 못합니다.
◇ 김현정> 서로가 서로를 모르는군요. 그냥 자기가 접촉하는 딱 한 사람 아는 정도?
◆ 정준엽> 네. 자기 계열만. 자기하고 접촉하는 부분만 알고, 나머지들은 알지 못합니다.
◇ 김현정> 전체적으로 몇 명입니까?
◆ 정준엽> 현재 31명을 형사입건해 놓은 상황입니다.
◇ 김현정> 31명 말고, 더 있을 수도 있다는 말씀이세요?
◆ 정준엽> 그건 가담 정도가 미약하겠지만, 수사가 진행되는 것에 따라서 조금 더 늘어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 김현정> 30여명이 서로를 모르는 정말 치밀한 범죄네요. 그러니까 잡기도 더 어려웠던 거고요.
◆ 정준엽> 네.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잡히지 않을 거라고 이 사람들은 어느 정도 확신을 하고 범행을 저질렀을 거다, 이런 말씀이시군요?
◆ 정준엽> 거의 그렇다고 보여집니다.
(사진=경기지방경찰청 수사과 제공)
◇ 김현정> 계획은 얼마 동안 세웠다고 그럽니까?
◆ 정준엽> 계획은 작년 10월, 작년 말부터 진행이 된 건데요. 이게 한 번에 다 계획이 된 게 아니고요. 순차적으로 계속.. 나경술은 전체적인 기획을 하면서, 중간에 계속 끼어들게 되면서 섭외를 해가며 순차적으로 계획이 된 상황입니다. 나경술은 10월부터 일부 범죄를 같이 한 공범들하고 계획을 했고, 또 단계적으로 필요한 상황들이 있지 않습니까? 단계적으로 나아간 사건입니다.
◇ 김현정> 희대의 사기꾼인데 이 총책인 나경술. 원래 뭐하던 사람인가요?
◆ 정준엽> 특별한 직업은 없었고요. 주로 사채시장 같은 데서 움직이고 했었기 때문에 사채나 이런 쪽에 지식이 좀 있었습니다.
◇ 김현정> 어떻게 하면 돈의 일련번호를 보고 이것을 어떻게 빼돌릴 것인가, 이런 걸 대충 아는 사람이군요. 듣기로는 ‘도피생활 중에도 1000억원의 또 다른 금융사기를 준비중이었다.’ 이런 얘기가 들리던데 조사해 보셨어요?
◆ 정준엽> 그런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 부분은 저희가 이번 사건 수사를 활동하면서 사채시장 같은 데를 돌아다니던 탐문수사 중에 그런 정보가 들어왔었습니다. ‘또 다른 범죄가 계획되고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사실 여부를 판단 못했었고. 하지만 당시에 아무래도 발생되면 사회적인 파장이나 효과가 크기 때문에 금감원에 통보를 했었죠. 6월 25일인가 그때 통보를 했었습니다. 전국 은행에 이런 사항을 고지해서 주의하게끔 하라는 통보를 했었는데, 이번에 검거하고 나서 백지통장을 저희가 확보를 했습니다.
◇ 김현정> 백지통장이요?
◆ 정준엽> 범죄 방법은 비슷한 걸로 보여집니다. 그 부분까지는 아직 조사가 덜 됐습니다. 시간 관계상 덜 됐는데 어쨌든 그거를 확보 했습니다.
◇ 김현정> 역시 이번에도 위조수표 가지고 한탕을 더하려고 했던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드네요?
◆ 정준엽> 소문 내용이 그대로 맞아떨어진 거죠.
◇ 김현정> 그렇군요. 100억에 성공했으니까 그 다음에는 또 얼마를 하려고 했었던 걸까요? 못 잡았으면 아찔하네요.
◆ 정준엽> 800억대, 1000억대 이 얘기가 나왔었는데요. 그건 자금동원능력이나 이런 문제가 있기 때문에, 하면서도 그게 성공 가능성이 있었을지 여부는 미지수입니다.
◇ 김현정> 1000억이라고 진술을 해요?
◆ 정준엽> ‘800억, 1000억.’ 그 얘기는 합니다.
100억 위조 수표 사건과 관련해 서울 명동 R호텔 지하주차장에서 인출책들이 100억을 인출해 나경술에게 전달하는 장면. (사진=경기지방경찰청 제공)
◇ 김현정> 정말 간 큰 사기꾼입니다. 100억 성공하고 나니까 그다음에는 1000억. 근데 그 100억을 현금화했잖아요. 지금 어디 있다고 하나요?
◆ 정준엽> 100억은 가담 정도나 이런 부분에 따라서. 처음부터 할 때 ‘몇 %를 줄게.’ 거기에 따라서 분배를 했습니다.
◇ 김현정> 이미 분배 끝났어요?
◆ 정준엽> 분배 다 끝났습니다. 그런데 일부 소액들을 가져간 사람들은 맞아떨어지고, 다액을 가져간 사람들은 진술들이 엇갈리고 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저희가 수사를 해서 명쾌히 해야 될 부분입니다.
◇ 김현정>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제가 듣기로는 사건 벌어지고, 한 달 동안 하루도 편하게 주무신 적이 없다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