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상에서 불거진 정치 논쟁이 살인으로까지 비화되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인터넷사이트 정치 커뮤니티에서 논쟁을 벌인 것에 앙심을 품고 30대 여성 누리꾼을 살해한 혐의로 백모(30)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백 씨는 지난 10일 오후 9시 10분쯤 해운대구 반여동 모 아파트 계단에서 외출을 하던 김모(30.여) 씨를 흉기로 수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결과 백 씨는 모 인터넷 사이트 내 정치 관련 커뮤니티에서 함께 활동을 하던 김 씨가 정치적 성향을 바꾼 것에 앙심을 품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백 씨와 김 씨는 3년 전부터 모 인터넷 사이트의 정치 관련 커뮤니티에서 활발하게 글을 올렸고, 특히 김 씨의 경우 논리 정연한 글로 회원들 사이에서 '여신'으로 불리기까지 했다.
활동 초기 진보성향의 글을 함께 올리며 가깝게 지내던 이들은 지난해 초 김 씨가 백 씨의 글에 반박하는 글을 올리는 등 보수성향을 띠면서 사이가 틀어졌다.
커뮤니티 내에서 정치적 글을 주고 받으며 감정 싸움을 하던 이들의 사이는 지난해 중순 백 씨가 김 씨의 사생활이 문란하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고 김 씨가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하겠다고 맞서는 등 극한으로 치달았다.
이에 백 씨가 해당 커뮤니티에 "더 이상 글을 올리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긴 사과문을 올리면서 사건이 일단락 되는 듯 했다.
하지만 백 씨는 사과문을 올린 이후 김 씨가 정치 논쟁에서 승리한 듯한 행동을 취하는 것에 격분했고 급기야 김 씨를 살해하고자 마음을 먹었다.
과거 가깝게 지내던 당시 알게 된 김 씨의 채팅 사이트 아이디를 통해 김 씨의 집 주소와 얼굴 등 신상을 알아낸 백 씨는 지난 5일 범행을 위해 주거지인 광주에서 부산으로 이동했다.
백 씨는 부산 도착 이후 5일 동안 연제구의 찜질방과 모텔에 머물며 등 3~4차례에 걸쳐 김 씨의 집 앞을 방문하는 등 범행을 모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범행 당일 김 씨가 채팅 사이트에 접속한 시간대를 분석해 동선을 파악한 백 씨는 집을 나서는 김 씨를 무참히 살해하고 달아났다.
조사결과 백 씨는 범행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해당 사이트에 김 씨를 살해한 것을 암시하는 사진까지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