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에 정점에 있는 이재현 회장이 검찰에 소환돼 16시간 넘는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은 뒤 26일 새벽 귀가했다.
전날 오전 9시 35분쯤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된 이재현 회장은 16시간 30분 동안 조사를 받은 뒤 이날 새벽 2시 30분쯤 집으로 돌아갔다.
장시간 조사에 대한 피로감 때문인지 이 회장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검찰조사 직후 이 회장은' 510억 조세포탈 혐의와 회사돈 600억원 횡령 등의 혐의를 인정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조사에 성실하게 임해야겠다"고만 짧게 답했다.
'책임질 부분 책임지겠다고 직원들에게 이메일 보내셨는데 책임질 부분 얼마나 인정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임직원들에 대해 선처를 부탁드린다"고 답했다.
'재벌 수사를 바라보는 국민들께 한 말씀 해달라'는 요청에 대해서는 "다시한번 국민들께 심려를 끼치게 해 드린점 죄송하다"고 밝힌 뒤 자리를 떠났다.
검찰관계자는 "이 회장이 조사에 성실하게 임했고 (비자금 관리인으로 지목된 CJ글로벌홀딩스의 신모 부사장과 전 CJ그룹 재무팀장인 이모씨 등과의) 대질신문은 본인도 원치 않고 필요도 없어 진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 회장을 상대로 비자금 조성으로 510억여 원을 탈세한 혐의와 회사 돈 600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 일본 도쿄의 빌딩에 투자해 회사에 350억여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 등을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공소시효 이내인 2005년 이후 이 회장이 임직원 명의를 빌려 서미갤러리를 통해 고가의 미술품을 구입하는 방법으로 1000억 원대의 거래를 한 것이 비자금의 세탁·관리 또는 재산 국외도피를 위한 것이었는지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조사에서 이 회장은 탈세혐의 일부는 인정하면서도 횡령과 배임 혐의 등은 '알지 못한다'는 취지로 부인하며 고의성이 없었다는 점을 입증하는데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러나 지난달 21일 CJ그룹 본사와 같은 달 29일 이 회장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 전현직 비자금 관리인 등 CJ관계자들에 대한 조사 등 지난 한달여동안의 수사 내용을 바탕으로 이 회장의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이 회장에 대한 조사 내용을 검토한 뒤 이르면 26일 이 회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이 조세포탈 혐의 등으로 이 회장을 다음 달에 기소해 유죄가 인정되면 이 회장은 형량이 강화된 조세범죄 양형기준의 적용을 받게 될 전망이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위원장 전효숙)의 새 양형기준은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되는데,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의 조세포탈은 포탈세액이 200억 원 이상이면 기본 형량을 5~9년(감경 4~7년‧가중 8~12년)으로 정하고 있다.
여기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은 피해액이 300억 원 이상일 경우 기본형량을 각각 5∼8년(감경 4~7년‧가중 7~11년)으로 정하는 등 이 회장을 둘러싼 다른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다면 형량은 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 회장은 두 달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폐지된 이후 검찰에 처음 소환된 재벌 총수이자 박근혜 정권 출범 이후 검찰이 첫 칼을 빼든 재벌의 오너여서 이 회장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