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국인 관광객이 호화 크루즈로 한국 관광을 왔다가 잠적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부산에서도 크루즈 관광객과 선원이 잠적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관광 활성화를 위한 무비자 단체관광 상륙허가가 새로운 불법체류자를 양산하는 루트로 자리 잡는 형국이어서 제대로 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부산서 첫 크루즈 관광객, 선원 잠적 사례 발생법무부 부산출입국관리사무소는 지난 4일 부산 영도구 동삼동 국제여객터미널에 정박한 7만 5천 톤급 호화크루즈 코스타 빅토리아호(Costa Victoria)에 탑승했던 중국인 관광객 2명이 자취를 감춰 행방을 쫓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중국인 A(39.여)와 B씨(40.여)등 2명 이날 오후 2시 30분쯤, 부산진구 롯데 백화점 면세점에서 쇼핑하던 중 행방이 묘연해졌다.
'단체 관광객 신분'으로 비자 없이 관광상륙허가를 받고 입국한 이들은 애초 같은 크루즈 편으로 오후 5시쯤, 상하이로 떠날 예정이었다.
또, 지난 15일 오전 영도구 동삼동 국제크루즈터미널에 정박한 슈퍼스타 제미니(Superstar Gemini)호 네팔 국적의 선원 C(23)씨 등 2명도 자취를 감췄다.
당일 일정으로 상하이에서 이날 오전 부산에 도착한 이들은 동료 10여 명과 함께 오전 10시쯤 외출했지만, 배로 돌아오지 않고 지금까지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부산출입국관리사무소는 이들이 불법체류를 하기 위해 배를 이탈한 것으로 보고 관계기관 등과 함께 뒤를 쫓고 있다.
◈ '관광상륙허가제'부실하게 운영, 구체적 대안 필요이같은 크루즈 관광객 이탈 사고는 제주도와 인천에서 종종 발생했지만, 부산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이 때문에 크루즈 관광 활성화를 위해 실시하고 있는 '관광상륙허가제'가 자칫 불법체류자의 루트로 역이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원래 중국인 관광객들이 국내로 입국할 때는 까다로운 서류절차와 심사를 통해 비자를 받아야 하지만, 크루즈 선박으로 한국으로 입항할 경우 사흘 동안 비자 없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
불법체류를 결심한 외국인들도 기존 브로커를 통해 거액을 주고 어렵게 비자를 받기보다는 약 백만 원만 들이면 크루즈 관광을 하다가도 언제든 달아날 수 있는 여건이다.
여행사, 선사 등 업계에서는 이같은 이탈 사건이 잇따를까 조마조마하면서, 법무부가 책임을 업계에 떠넘기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부산 A 여행사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 이탈 사고가 발생하면 법무부에서 경고, 모객제한, 영업정지 등의 조처를 내리는데, 현실적으로 여행사 입장에서는 관광객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특정 위험인물을 가려내기가 어렵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또 "현재 여행사들끼리 이탈 사례가 발생한 중국 현지 여행사의 블랙리스트와 요주의 가이드의 명단만 공유하는 수준인데, 이를 방지할 법무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