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국회 새누리당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한 최경환 원내대표(오른쪽)와 김기현 정책위의장이 심각하게 대화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서해북방한계선( NLL) 대화록 정국'이 원본 실종이라는 결말로 끝이 나면서 새누리당은 23일 민주당 문재인 의원을 향해 칼끝을 겨눴다.
문 의원은 대선 패배의 상처를 딛고 이번 정국을 주도하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는 듯해 보였지만 오히려 '정치적 부메랑'을 맞은 셈이 됐다. 때를 놓치지 않고 새누리당은 문 의원을 책임 공방의 한 가운데로 몰아세웠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문 의원을 정조준해 "이 사태(대화록 부재)에 대해 왜 말이 없느냐"고 따져 물었다.
"문 의원은 노무현정부 당시 마지막 대통령 비서실장이자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이었기 때문에 회담록 작성·보관·이관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었으며 국회 3분의2 동의로 대통령기록물을 공개할 때도 주도적으로 주장했다"며 문 의원을 향한 공격의 포문을 연 것이다.
그러면서 "대화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진 이 마당에도 아직 묵묵부답으로 아무런 말이 없다는 것은 마지막 비서실장이자, 대권 후보까지 지내신 분으로서 당당하지 못한 자세"라며 "어떤 형태로든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에 문 의원도 침묵을 깨고 새누리당의 공격에 맞불을 놨다. 18일 이후 대화록 실종 사건에 대해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았던 문 의원이 보도자료를 통해 "이제 NLL 논란은 끝내야 한다"고 입장을 밝힌 것.
문 의원은 보도자료에서 "새누리당은 이미 NLL을 충분히 활용했다. 선거에 이용했고, 국정원 대선개입을 가렸다. 그 정도 했으면 NLL 논란을 끝내야 하지 않겠느냐"고 새누리당에 날선 비판을 가했다. 이어 "어차피 새누리당은 국정원이 공개한 대화록이 진본이라는 입장이었으니 국가기록원에서 대화록을 찾지 못했다고 해서 사실 판단에 어려움이 있을 리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가기록원의 대화록으로 NLL포기가 아님이 더 분명해 질 것으로 기대했던 우리로선 아쉬움이 있지만 대화록이 없더라도 정상회담 전후의 기록들만으로도 진실을 규명하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화록 유무 논란으로 인해 문제의 본질이 가려져서는 안된다"며 " 국익을 위해 국가기록원 기록을 열람해서라도 NLL 포기 주장의 진실을 밝히고 논란을 조기에 종식하자는 것이 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문 의원의 NLL 논란 종식 입장을 듣자마자, 새누리당은 또 한 번 원내대변인과 원내수석부대표를 통해 문 의원을 향한 비판을 쏟아냈다.
새누리당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문 의원이 남북 대화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으로서 역사적 기록인 사초 폐기에 대한 입장 표명과 사과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