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나가자!' 올 시즌 부진으로 각각 삼성과 KIA에서 지난 24일 방출이 결정된 로드리게스와 앤서니.(자료사진=삼성, KIA)
삼성과 KIA는 칼을 빼들었고, LG는 일단 안고 가기로 했다. 외국인 선수 교체 얘기다.
삼성, KIA는 올 시즌 웨이버 공시 마감일인 24일 각각 로드리게스와 앤서니를 방출하기로 결정했다. 외인 교체 시한 직전 결단을 내린 것이다.
반면 올 시즌 부진으로 퇴출설이 끊임없이 나왔던 주키치(LG)는 살아남았다. 23일 김기태 LG 감독이 2군에 내려가 있는 주키치에 대해 "교체는 없다"고 일단락을 지었다.
치열한 상위권 싸움을 하는 세 팀이지만 결정은 달랐다. 1위 삼성, 5위 KIA는 변화를 꾀했고, 2위 LG는 안정 속에 기다림을 택했다. 최근 팀 상황과 맞물려 이들 팀의 선택이 다른 점이 흥미롭다.
▲'바꾸자!' 불안한 삼성 · 다급한 KIA삼성은 3연속 우승을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달 12일 이후 줄곧 단독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삼성은 최근 선두를 장담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LG의 상승세가 워낙 거셌다. 전반기 막판 LG는 27승10패의 무서운 상승세를 보였다. 반면 삼성은 전반기 막판 15승13패2무로 5할 승률을 간신히 넘었다. 그러면서 승차는 불과 반 경기로 좁혀졌다. 24일 LG가 7연승을 끝내면서 승차가 1.5경기로 벌어졌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로드리게스는 올 시즌 11경기 3승5패 평균자책점(ERA) 4.40에 머물렀다. 삼성이 지난해 25승을 합작했던 탈보트-고든을 버리면서까지 데려온 특급 용병이라기에는 한참 못 미쳤다. 함께 온 밴덴헐크도 13경기 3승5패 ERA 4.50으로 부진했지만 부상까지 온 로드리게스를 퇴출했다.
KIA는 전 마무리 앤서니를 퇴출시키며 송은범-김상현 트레이드에 이어 다시 한번 개혁을 시도했다. 앤서니는 올해 20세이브를 올렸지만 3패, 블론세이브 4개를 기록했고, ERA가 4.50이나 됐다. 지난해처럼 선발 전환도 고려했지만 결단을 내렸다.
삼성보다 처지가 더 급했다. 4위 두산에 1.5경기 차 5위인 KIA는 더 이상 여유가 없다. 6월 한때 9연승을 달렸지만 이후 4연패했고, 7월에도 4승4패로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앤서니 퇴출이 발표된 24일 잘 나가던 LG를 7-4로 누르면서 일단 분위기 전환 효과도 봤다.
▲'믿어보자!' 느긋한 LG
'그래 난 살았어!' 2년 연속 LG 에이스로 활약하다 올 시즌 부진으로 퇴출설이 끊이지 않았던 주키치. 그러나 김기태 감독이 잔류를 공언하면서 후반기 활약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자료사진=LG)
LG는 주키치를 살생부에서 제외시켰다. 그동안의 공로도 있었지만 그만큼 팀이 안정돼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팀이 똘똘 뭉쳐 잘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공연히 변화를 줄 필요는 없다는 의미다. 주키치 퇴출로 자칫 균열을 일으킬 수도 있다.
주키치는 올 시즌 14경기 4승6패에 그쳤고, ERA는 5.70이나 된다. 2010년 첫 해 10승8패 ERA 3.60, 지난해 11승8패 ERA 3.45의 기록과는 완전 딴판이다. 구위 저하와 제구 난조가 겹쳤다.
그러나 LG는 주키치를 믿기로 했다. 김기태 감독이 신뢰를 강조한 때문이지만 그만큼 자신감도 있다. 주키치가 부진한 속에서도 LG는 팀 ERA 3.67로 9개 구단 중 1위를 달리고 있다. 리즈, 우규민(이상 7승), 신정락, 류제국(이상 4승) 등 선발진이 든든한 것도 인내를 결정하게 된 이유다.
참고로 앞선 팀들과 상황은 약간 다르지만 4위 두산은 지난 16일 올슨을 보내고 핸킨스를 영입했다. 올슨은 올해 부상으로 뒤늦게 합류해서도 10경기 1승1패 ERA 6.52에 머물러 일찌감치 퇴출이 예상됐다. 전반기 막판 13승4패1무를 거둔 두산은 앓던 이를 빼고 상승세에 더욱 박차를 가할 심산이다.
외국인 교체 카드로 각각 변화와 안정을 꾀한 삼성, KIA와 LG. 과연 이들의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올 시즌 성적표를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