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28일 최후통첩성 7차 남북 실무회담을 제안한 것과 관련해 개성공단 사태의 실질적인 해결보다는 '국내용 성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입장은 남북 마지막 회담이 파행적 결렬로 마무리됐을 때와 한치도 다르지 않고, 회담의 '급'도 그대로 이어가자고 제안했기 때문이다.
류 장관은 이날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에서 "북한은 지금이라도 (개성공단 근로자 철수 등) 재발방지에 대한 명확한 답을 해주길 바란다"며 "마지막 회담을 제안한다"고 했다. 이어 "그렇지 않다면 정부는 우리 기업들의 더 큰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막기 위해 부득이 중대한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다"며 개성공단 영구 폐쇄 가능성을 재차 시사했다. 류 장관은 회담 수준에 대해 그간 6차례 회담에 이은 실무회담이라고 설명했고, 북한이 '명확한 답'을 내놓아야 할 데드라인과 '중대한 결단'의 내용에 대해서는 답을 피했다.
한마디로 우리 정부의 입장 변화 없이 같은 수준의 회담을 제안하는 것이다. 한 정부 당국자는 "여러 정권에서 일을 했는데, 이번 정부는 역대 정부를 통틀어 원칙에 대한 입장이 가장 강경한 것 같다"며 "북한의 체면은 유지해주는 선에서 합의를 볼 줄 알았는데, 첫 관문을 가장 높게 설정한 셈"이라고 했다.
문제는 북한이 이 제안에 응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북한은 그간 6차례 회담에서 남북이 '함께'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수준까지 입장을 조정했었다. 북한이 개성공단 잠정폐쇄 사태에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인정하는 것은, 이른바 '최고존엄'과 관련된 문제다. 우리 정부의 요구가 북측 입장에선 용납할 수 없는, 체제에 대한 도발인 셈이다.
개성공단 정상화에 대한 의지가 높은 북한이 역제안 형식으로라도 회담을 받아들인다 해도, 실무회담 급에서는 논의에 진전을 내기 힘들 거란 지적도 나온다. 한 북한 전문가는 "6차례 회담에서 의견을 전혀 좁히지 못한 이슈를 다시 한번 같은 급에서 다루자는 것은, 실제 성과를 내려고 하는 태도라기 보다는 회담 파행의 비판을 피하려는 것에 불과해 보인다"며 "장관급 회담으로 격을 높여 제안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회담제안과 함께 그동안 막아왔던 민간단체의 대북지원을 푼 것에 대해서도 대북 유화적 제스쳐라기 보다는 '면피성'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류 장관 말대로 '정치상황과 상관 없는 인도적 지원'이 목적이라면 일찌감치 승인을 해줬어야 하는데 앞뒤가 맞지 않다는 것이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정부 발표에 대해 "정부는 이렇게 할 만큼 하는데, 북한은 재발방지도 안하고 생떼를 부리고 있다는 것을 어필하려는 것 같다"며 "정부가 북한을 상대해 성과를 내려 하지 않고 국내정치적으로만 움직이고 있어 전망이 암담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