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모의 군산 40대 여성이 실종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실종 여성 이모(40) 씨의 옷가지와 사건의 유력 용의자 정모(40) 경사의 차량 등 증거들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지만, 용의자의 행방과 실종 여성의 생사 여부, 범행 동기 등은 여전히 미궁 속에 빠져 있다.
30일 오전 7시께 전북 군산시 대야면 지경리의 한 농로에서 주민 신고로 발견된실종 여성 이모(40) 씨의 옷가지.
◈실종 여성의 생사는?… 강력사건 가능성 커져30일 오전 7시께 군산 대야면 지경리 남우교 인근 농로에서 실종된 이 씨의 상하의와 속옷, 정 경사의 것으로 추정되는 수건 등 6점이 발견됐다. 발견된 옷가지는 이 씨가 정 경사를 만나러 간 24일 입었던 옷으로 확인됐다.
옷가지를 발견한 주민 정모(69) 씨는 "찢어진 옷들이 며칠째 방치돼 이상하다싶어 신고했다"며 "속옷이나 청바지 등이 심하게 찢어져 있었다"고 말했다.
실종자의 옷가지가 발견됨에 따라 이 사건이 실종사건에서 강력사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발견된 옷은 찢어진 채 젖어 있었지만 혈흔 등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긴급 정밀감식을 의뢰했다. 감식결과는 일주일 내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 씨의 옷이 발견된 지점이 지난 26일 정 경사가 다녀간 곳이라는 데 주목하고 있다. 정 경사의 마지막 모습은 26일 오후 11시 15분 경 대야터미널에서 확인됐다. 대야터미널과 옷가지가 발견된 장소는 바로 인접한 곳이다.
주민들은 "옷가지가 지난주 토요일(27일)부터 있었지만 경찰이 이곳에 온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증언했다.
이에 따라 가 26일~27일 사이에 옷가지를 이곳에 가져다 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해볼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군산에 잠입한 정 경사가 지난 26일 늦은 오후에 옷가지를 유기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옷가지가 나와 강력사건 가능성이 더 커지고 있다"고 말해 실종된 이씨는 살해된 뒤 어딘가 유기됐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지난 24일 경찰관을 만나러 간 뒤 실종된 이모(40) 씨의 옷가지가 30일 전북 군산시 대야면 지경리 남우교 인근 농로에서 주민 신고로 발견됐다.
◈ 묘연한 용의자의 행방, 주도면밀한 도주?정 경사는 경찰 출신답게 사건의 결정적인 해결 실마리를 교묘히 피해갔다.
그는 참고인 조사의 경우, 야간 조사는 당사자가 원하지 않으면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오후 12시경이 되자 "빨리 조사를 마치라"며 항의했다.
경찰이 압수한 휴대전화와 차량 블랙박스에도 별다른 특이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조사 전 이미 통화기록과 영상 일부가 지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정 경사가 "보내주지 않으면 강압 수사로 고소를 하겠다"고 항의하자 별다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경찰은 정 경사를 보내 줄 수밖에 없었다.
정 경사는 조사를 받고난 뒤 그대로 자신의 차를 몰고 강원도 영월로 향했다. 그 뒤 주변 시장에서 옷을 사서 갈아입고 차량은 행인이 많은 곳에 버려둔 뒤 대중교통으로 군산까지 돌아왔다. 이때도 영월에서 대전, 대전에서 전주, 전주에서 다시 군산으로 시외버스를 몇 번이나 갈아타며 이동했다.
군산에 도착한 뒤에는 자신의 고향인 임피면으로 가지 않고 회현면 월연리로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회현면은 그의 예전 근무지다. 그 후 26일 밤 11시 15분경 대야터미널 CCTV에 마지막으로 모습이 잡힌 뒤 행방이 묘연해졌다.
한 경찰 관계자는 "정 경사가 알리바이를 만들거나 수사에 혼선을 줘 도주 시간을 벌려고 강원도에 차량을 가져다 둔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강원도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군산으로 돌아온 점도 경찰의 특성을 잘 파악해서 한 행동 같다"고 말했다.
전북 군산에서 지난 24일 실종된 30대 여성과 함께 사라진 경찰 정 경사의 인상착의가 담긴 전단지. (사진=군산경찰서 제공)
◈ 범행 동기, 치정사건?정 경사는 25일 경찰 조사에서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알고 지내기는 하지만 내연은 아니다"고 말했다. "최근 만난 적도 없고 성관계를 가진 적도 없다"고도 밝혔다.
하지만 복원된 정 경사의 휴대폰 메시지에는 지난 24일 이 씨가 보낸 "만나줘라", "너와 나의 사이를 사람들이 알면 좋겠냐" 등의 내용이 담긴 문자가 와있었다. 실종 당일에도 이 씨는 정 경사에게 "전처럼 약속을 취소해서 일 못 보게 하지 말아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추가로 이 씨는 정 경사에게 4월부터 7월 중순까지 문자 메시지 22건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정 경사의 주장과는 다르게 두 사람의 친분이 두텁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정 경사는 이 씨의 휴대폰 번호를 스팸번호로 등록해놓아 실제로 연락을 받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경사가 이 씨에게 메시지 답장을 보내지도 않았고, 최근 통화는 지난 4월이었다.
경찰은 "이씨의 가족들의 진술과 문자메시지 내용 등을 봤을 때 이들의 관계를 어느 정도 추정할 수는 있지만, 단정지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계속 언급되는 '임신' 문제도 두 사람이 내연관계라는 사실에 무게를 더 하고 있다.
정 경사는 경찰에 "17일 이씨에게 '임신을 했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 상의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진술했다. 이 씨의 가족들은 최근 이 씨가 정 경사의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알았고, 병원비도 받고 그동안의 관계를 마무리짓기 위해 정 경사를 만나러 나간 뒤 소식이 끊겼다”고 말했다.
또 이날 정 경사가 실종 사건 발생 이틀 전인 22일에 자신의 적금 500만원을 현금으로 인출한 사실이 드러나며 이 돈의 사용처가 주목된다. 경찰은 정 경사가 500만원을 이 씨에 전달하려 했는지, 도피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해 미리 준비한 것인지를 조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