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판타지의 적절한 어울림이 요즘 드라마의 트렌드인 것 같아요."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 KBS '직장의 신', MBC '구가의서'…이들 작품은 각 방송사의 상반기 대표작이라는 것 외에 판타지와 현실이 결합됐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방송가에서는 이들의 성공에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욕구와 '나와 다르지 않다'는 공감대를 찾는 시청자들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며 "요즘 드라마의 달라진 트렌드같다"고 분석하고 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연일 자체 최고시청률을 경신하며 마지막 회만 남겨놓고 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초능력 소년이라는 설정은 방송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과연 통할까?"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파격적인 소재였다. 그렇지만 막상 방송을 시작하자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하며 공감대를 얻고 있다.
이는 '너의 목소리가 들려'가 박수하의 초능력을 제외하곤 현실적인 캐릭터들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덕분이다. 특히 현실적인 속물 캐릭터인 장혜성은 주체적이지만 귀여운 매력까지 겸비하면서 "기존의 여성 주인공과 다른 주인공"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현실 속 판타지 실현은 '직장의 신'에서도 입증된 흥행 요소다.
'직장의 신'의 주인공 미스김은 모든 업무를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는 '슈퍼 갑' 계약직이다. 미스김을 연기했던 김혜수조차 "현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판타지적인 인물이다"고 말했을 정도다.
그렇지만 미스김을 둘러싼 등장인물은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을법한 인물일 뿐더러 에피소드도 누구나 겪었을 법한 것들이었다. 계약직과 정규직의 관계를 비롯해 사내에서 발생하는 정치적인 다툼, 부당한 처사 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 '직장인 힐링 드라마'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구가의서' 역시 반인반수가 주인공인 판타지물이다. 그렇지만 주인공 최강치가 살아가는 세계는 우리의 역사적인 현실을 대폭 반영하면서 이해도를 높였다.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 여수의 상황이나, 이순신 등 실존 역사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극의 흥미도도 더욱 높아졌다는 반응을 얻었다.{RELNEWS:right}
한 드라마 PD는 "본래 드라마는 판타지임에도 이전까지는 전형적인, 누구나 예측 가능한 것들만 보여왔다"며 "최근엔 이것들이 좀 더 구체화되고,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부분으로 발전되고 있는 것 같다"고 지금의 트렌드를 분석했다.
대중문화 평론가 정덕현 씨는 "판타지라도 지나치게 허무맹랑하다면 공감대를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현실성이 결합된 판타지의 등장을 해석한 뒤, "이제는 복합장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여건이 된 것 같다. 그런 관점으로 바라봤을 때 지금의 판타지 드라마들은 이전보다 진화된 형태라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