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 (자료사진=KB금융그룹)
"즐기려고 했지만 부담이 너무 심했어요."
박인비(25, KB금융그룹)도 사람이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최초로 4개 메이저대회 연속 우승에 도전장을 던졌지만 부담을 떨쳐버리지 못했다. 3라운드 초반 컨디션을 끌어올렸지만 날씨 탓에 라운드가 중단되면서 부담감은 더욱 심해졌다. 결국 최종합계 6오버파 부진 속에 공동 42위로 브리티시여자오픈을 마쳤다.
박인비는 5일(한국시간) LPGA 투어 홈페이지를 통해 브리티시여자오픈을 치르는 내내 느꼈던 부담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놨다.
박인비는 "정말 힘든 하루였다. 18번홀을 끝낼 때는 안도감이 느껴질 정도"라면서 "매 순간 즐기려고 했지만 이번 주의 중심에 서있다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특히 3~4라운드에서는 압박감이 너무 심했다. 진이 다 빠져버렸다. 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느낌이었고, 좋은 경험을 했다. 우승은 못했지만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1라운드는 괜찮았다. 3언더파를 치면서 선두 그룹과 3타차를 유지했다. 2라운드에서 잠시 주춤했지만 3라운드 초반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강풍으로 마지막 날 3~4라운3를 동시에 치르면서 와르르 무너졌다. 게다가 그린도 예측하기 어려웠다. 이래저래 변수가 많았던 브리티시여자오픈이다.
박인비도 "어제는 정말 경기를 계속하고 싶었다. 바람 속에서 경기할 준비가 됐었다. 4개홀을 치를 때까지 컨디션도 좋았다.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하려면 날씨의 도움도 필요한 것 같다"면서 "그린도 판단하기 어려웠고, 빨랐다. 어제는 빠르고, 오늘은 느리니 종잡을 수 없었다. 하지만 나에게만 그런 것이 아니기에 변명일 뿐이다. 나에게는 앞으로 많은 브리티시여자오픈이 남아있다"고 멋쩍게 웃었다.
비록 우승은 놓쳤지만 박인비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대회에 앞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 등 전설들의 응원을 받았고, 대회 기간 내내 갤러리들의 환호 속에 라운드를 펼쳤다. 또 6오버파로 대회를 마치고도 인터뷰를 했다.
박인비는 "4개 메이저대회 연속 우승 도전과 사람들이 나만 바라본다는 압박감은 쉽게 경험할 수 없다. 또 6오버파를 치고도 인터뷰를 했는데 모든 것이 새로운 대회였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고, 또 나를 응원해준 것이 가장 좋았다. 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단 박인비는 한국으로 들어와 2주 정도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박인비는 "나는 아직 어리다"면서 "4개 메이저대회 연속 우승은 놓쳤지만 이 순간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이런 경험을 한 것은 나에게 행운"이라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