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상훈 전남소방본부 소방항공대 소방교
비행기 안에서 아기를 출산했다, 이런 뉴스는 간간이 보곤 하죠. 그런데 ‘구급헬기 안에서 아기를 출산했다.’ 이런 뉴스, 여러분 들어보셨습니까? 지난 주말, 완도에 사는 한 임산부가 병원으로 후송되는 중에 소방헬기 안에서 아기를 출산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일인데요. 이 뉴스가 더 화제인 건 이 아기를 받은, 그러니까 산파 역할을 한 분이 남자 구급대원이라는 겁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안 모실 수가 없네요. 직접 연결해 보겠습니다. 전남소방본부 소방항공대의 김상훈 소방교 연결이 돼 있습니다.
◆ 김상훈> 안녕하십니까? 전남소방본부 소방항공대 김상훈입니다. 반갑습니다.
◇ 김현정> 반갑습니다. 지금 산모하고 아기는 건강한가요?
◆ 김상훈> 네. 병원에서 산모와 아이, 모두 건강하게 잘 있다고 합니다.
◇ 김현정> 김 소방교님은 굉장히 특별한 경험을 하신 건데, 마음의 진정은 되셨어요?
◆ 김상훈> 스스로 진정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웃음)
◇ 김현정> 그러니까 이게 지난 주말에, 엊그제 벌어진 일이라고요?
◆ 김상훈> 네.
◇ 김현정> 원래 섬에 계시는 분들은 미리미리 육지로 나와서 출산 준비를 하지 않나요?
◆ 김상훈> 아기가 거꾸로 위치하고 있어서 병원으로부터 제왕절개 수술날짜를 받고, 섬에서 기다리는 도중에 수술날짜보다 일찍 진통이 찾아온 것 같습니다.
◇ 김현정> 보통 제왕절개 하는 분들은 날짜를 미리 받죠. 예정일보다 2주 정도 먼저 수술날짜를 받고 준비를 하는데, 먼저 진통이 왔군요?
◆ 김상훈>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래서 신고를 받고 바로 출동하셨어요?
◆ 김상훈> 아니요. 기상이 좋지 않아서 저희가 환자 있는 곳까지 바로 가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화산초등학교 운동장에 비상착륙을 했고요. 그 시간에 산모는 해경선, 배를 이용해서 완도에서 해남 땅끝마을까지 후송 되었고요. 다시 해남 땅끝마을에서 119 구급차량을 이용해서 해남군 화산초등학교 운동장까지 왔습니다.
◇ 김현정> 육해공이 모두 동원이 된 거네요, 정말.
◆ 김상훈> 네. 그렇습니다.
전남도소방본부 소방항공대 제공
◇ 김현정> 우여곡절 끝에 산모를 직접 만나 보니까 어떤 상태던가요?
◆ 김상훈> 그때 당시 2분 간격으로 진통을 호소하셔서 아주 위급한 상황이었습니다.
◇ 김현정> 그래서 일단은 헬기에 태우셨어요?
◆ 김상훈> 네. 바로 헬기에 탑승해서 저희가 바로 이륙을 했고요. 평소에는 광주 전남대병원까지 약 30분 정도 소요되지만 너무 위급한 상황이라서 저희가 25분 만에 도착을 했고요. 도착 5분 전, 기내에서 아이를 출산하게 되었죠.
◇ 김현정> 그러니까 산모가 20분은 참았는데, 그 마지막 5분을 못 견디고 아기가 나온 거군요?
◆ 김상훈> 네.
◇ 김현정> 아이가 나오던 그 순간. 그 순간을 기억하세요?
◆ 김상훈> (한숨) 하아.....
◇ 김현정> 한숨부터 쉬시네요. (웃음)
◆ 김상훈> (웃음) 너무 많이 당황스러웠습니다. 원래대로면 아기가 정상적으로 머리부터 나와야 되는데, 엉덩이부터 나오고 있더라고요.
◇ 김현정> 아기가, 그러니까 거꾸로 있는 역아였군요?
◆ 김상훈> 네. 엉덩이부터 나오더라고요.
전남도소방본부 소방항공대 제공
◇ 김현정> 그런데 전에도 아이를 직접 받아보신 적이 있으세요?
◆ 김상훈> 아니요. 실제로 받기는 처음입니다.
◇ 김현정> 결혼은 하셨어요?
◆ 김상훈> 네. 결혼해서 두 딸이 있습니다. 병원 분만실에서 직접 출산을 지켜본 적이 있어서 아마 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웃음)
◇ 김현정> 당황하지 않으셨어요?
◆ 김상훈> 네. 그때는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고요. 그리고 그 아이의 몸이 중간중간 나와 있는 틈에 산모에게 힘을 주시라고 했어요. 이 상태에서 병원까지 가버리면 산모도, 아이도 모두 위험한 상황에 처해질 것 같아서 빨리 기내에서 출산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았습니다.
◇ 김현정> 엉덩이가 나왔으니까 당연히 낳아야죠. 그래서 어떻게 지시를 하신 거예요?
◆ 김상훈> 처음에 아이가 엉덩이부터 나오고 있는 상태에서 산모분께 ‘힘 주시라’고 했죠. 그랬더니 그 아이가 몸통까지 쉽게 잘 나왔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목 부위에서 한 번 걸리더라고요.
◇ 김현정> 그런 역아들이 제일 위험한 게 바로 목이거든요. 얼굴이 안 나오니까, 그래서 수술하는 거거든요.
◆ 김상훈> 네. 맞습니다. 그래서 다시 어머님이 더 크게 힘을 주시니까 그때 비로소 머리가 나오게 됐습니다.
◇ 김현정> 아이고, 세상에... 잘 하셨네요.
◆ 김상훈> 아유, 정말 천만다행입니다. (웃음)
◇ 김현정> 그 아이 받는 순간, 아이가 얼굴까지 쑥 나오는 순간, 그때 느낌이 어떠셨어요?
◆ 김상훈> 두말할 것도 없이 정말로 뿌듯했습니다. (웃음) 위급한 상황에서 이 아이가 무사히 태어나줘서 너무 고마웠어요.
◇ 김현정> 그렇죠, 고맙죠. 아이가 나와서 울음을 터뜨리던가요?
◆ 김상훈> 바로 울었던 것 같지는.. 않은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헬기소리가 너무 커서 아이 울음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네요.
◇ 김현정> 딸입니까? 아들입니까?
◆ 김상훈> 딸입니다.
◇ 김현정> 예쁜 공주님. 아이 이름은 지었다고 하나요?
◆ 김상훈> 아이 이름까지는 잘 모르겠고요. 저희는 이 아이가 하늘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하늘공주’라 부르고 있습니다.
◇ 김현정> 예쁘네요. 정말 하늘에서 태어난 아기. 그래서 그 아기 탯줄은 아버지가 자르셨어요?
◆ 김상훈> 아니요. 제가 아이를 받고 아이에게 약간의 산소를 주고 있는 상황에서 헬기가 착륙하게 됐습니다. 전남대병원에 도착한 거죠. 그때 옥상에 올라온 의료진들에 의해서 아기의 탯줄이 제거됐습니다.
◇ 김현정> 정말 잘하셨습니다.
◆ 김상훈> 별말씀을... 고맙습니다. (웃음)
◇ 김현정> 제가 인터뷰를 쭉 나누면서도 느껴지는데, 김상훈 소방교님은 굉장히 침착한 분 같으세요.
◆ 김상훈> 하... 그때 당시에는 침착하려고 노력했는데, 그게 잘 되지 않았습니다. (웃음)
◇ 김현정> 솔직히 떨리지는 않으셨어요?
◆ 김상훈> 많이 떨렸습니다.
◇ 김현정> 침착함으로 떨리는 걸 누르고, 한 아기와 산모의 생명을 살리셨어요. 정말 잘하셨습니다. 끝나고 감사인사 많이 받으셨어요?
◆ 김상훈> 네. 주위에, 특히 같이 출동했던 동료대원들에게 ‘오늘 잘했다’고, ‘정말 잘했다’고 축하인사도 받았고요. 아이가 태어났을 당시에 옆의 보호자분께서 ‘고맙다’고 몇 번이나 감사표시를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