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예능은 잡았지만 주중은 첩첩산중이다.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의 약진에 지상파 MBC가 위협당하고 있다.
지난 7년동안 ‘일밤’의 흑역사를 겪었던 MBC는 올초 ‘아빠! 어디가?’와 ‘진짜 사나이’의 선전에 힘입어 주말 예능 왕좌를 탈환했다. 정통의 토요예능 강자 ‘무한도전’과 더불어 토요일과 일요일, 양일을 접수하며 자존심을 세웠다. 하지만 주중예능이 침몰함에 따라 ‘반쪽 1위’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방송인 강호동을 앞세운 ‘무릎팍도사’의 폐지는 MBC편성전략의 실패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당초 ‘황금어장’의 한 코너로 출범한 ‘무릎팍도사’는 MBC의 대표 토크쇼였다. 약 40여 분 동안 유명인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무릎팍도사’는 물의 연예인에게 직접 해명을 듣는다는 점에서 독하면서도 시대의 흐름을 읽는 토크쇼로 사랑받았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강호동이 세금탈루 사건으로 1년간 잠정 은퇴의 시간을 가지는 동안 예능의 흐름이 ‘힐링’과 ‘관찰’로 변했다. 게다가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 채널이 약진했다. 그럼에도 MBC는 ‘무릎팍도사’의 보조MC만 바꾼 채 무려 80분이라는 파격적인 시간을 배정했다. 시대착오적 발상에 ‘무릎팍도사’의 시청률은 연일 추락했고 끝내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무릎팍도사’ 후속 프로그램인 ‘스토리쇼 화수분’은 MBC가 80년대 자랑했던 정통콩트의 명맥을 잇는 프로그램이다.1999년 종영한 '테마게임' 이후 14년 만에 부활한 드라마타이즈 형식의 프로그램으로, MC를 맡은 김갑수, 서경석 ,정준하, 김성주, 유이가 연예인들의 실제 사연과 시청자 제보를 토대로 콩트를 선보인다. 지난 1일 파일럿 방송됐지만 시청률은 2.6%에 불과했다. 동시간대 방송된 종합편성채널 MBN ‘천기누설’이 2.933%를 기록했으니 종편보다도 못한 시청률인 셈이다.
한 방송관계자는 “MBC예능국의 고위 관계자들이 정통콩트에 대한 향수가 짙다. 매 명절때마다 콩트 프로그램이 빠지지 않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이 변했다. TV 시청률을 좌지우지하는 중장년층이 떼토크쇼를 원하고 있다. MBC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편성전략을 바꿔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금요일 밤 방송되는 ‘나 혼자 산다’는 홀로 사는 독신 남성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준다는 기획 의도에서 출범했다. 독한 예능 속, 양념을 걷어낸 담백한 관찰형 예능 프로그램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시청률이 답보상태에 이르자 제작진은 게스트들을 연이어 초청하기 시작했다. ‘나 혼자 산다’의 초창기 제작진은 방송 초 취재진과 만나 “‘나 혼자 산다’같은 프로그램은 시청률 7%대를 넘기기 힘든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지상파 예능에서 이렇게 양념을 거둔 프로그램이 있다는데 의미가 있다. 이 프로그램은 재미를 위한 제작진의 손길이 개입되는 순간 프로그램의 취지를 잃는다”라고 설명했다. 현재의 ‘나혼자 산다’는 스스로 무덤을 파기 시작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