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댓글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는 사실상 막을 내렸다. 23일이 시한이지만 민주당이 주장하고 있는 새누리당의 김무성 의원과 권영세 주중대사의 증인 출석을 새누리당이 동의해 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지난 달 여야가 국정조사에 합의하였으나, 특위 위원의 제척 사유와 국정조사의 공개 여부,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증인 채택 여부를 둘러 싼 공방으로 거의 한 달을 소진했다. 비록 기간이 연장됐다고는 하나, 새누리당의 의혹 규명 의지의 부족과 민주당의 정보력과 구체적 증거의 부족 등으로 국조는 의혹을 밝혀내지 못했다.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 ‘압수수색 영장 신청하지 말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이는 16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격려전화’라고 한 말과 정면으로 배치되면서, 이의 진위 여부도 가려야 하나 쉽지 않아 보인다. 국정원의 댓글 의혹의 진상규명은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릴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 국정조사의 본질은 지난 대선때 국정원이 댓글 등으로 대선에 개입했느냐의 여부와 경찰의 축소·은폐 수사 여부를 밝히는 것이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포기 논란과 대화록 실종이 여야의 정쟁으로 전락하면서 국정원 국정조사의 쟁점이 희석되고 민주당은 장외에서 여전히 국정원 댓글 의혹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대통령의 사과, 국정원 개혁, 남재준 국정원장의 해임을 요구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애당초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을 밝혀내고자 하는 의지가 없어 보였고, 민주당은 친노 그룹의 NLL 국면을 통한 당내 주도권 확보 의지로 국정조사에 당력을 집중하지 못했다. 이것이 오늘의 국정조사 무용론에 이르게 된 원인이다. 여야의 시각과 지향점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기 때문에 국정조사 보고서가 채택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결산국회도 열려야 하고, 곧 9월 정기국회가 시작되는 시점이다. 민주당도 장외에서 원내로 복귀해야 하지만 복귀의 명분이 없다. 민주당이 요구했던 사항은 하나도 관철된 것이 없다. 민주당이 요구했던 대통령과 야당 대표와의 양자회담 이후 3자 회담, 5자 회담, 다시 3자 회담 가능성 등 주고 받기 식의 회담 제안이 있었으나 이마저도 잠복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지지도가 높은 것이 역설적으로 정국의 꼬인 실타래를 풀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박 대통령은 방관자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여권은 야당의 원내복귀를 위한 최소한의 명분을 줘야한다. 정부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세법개정과 전월세 대책 마련 등, 모든 사안이 국회에서 결정해야 할 사안들이다. 여권이 민생을 챙기고자 한다면 정치복원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