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의 거물 정치인에 대한 재판이 22일 열려 세계 언론의 이목을 끌고 있다.
피고인은 중국 태자당의 기수이자 8대 혁명 원로 보이보(薄一波) 전 부총리의 아들인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당서기.
그는 지난해까지만해도 차기지도부를 꿈꾸며 정치국 상무위원 진입을 노렸던 중국 좌파의 거물정치인이다.
보시라이에 대한 재판은 22일 아침 8시30분 산둥(山東)성 지난(濟南)시 중급법원 제5법정에서 개정됐다.
방청객은 보시라이의 친인척 5명과 각계인사 84명 그리고 언론사 기자 19명 등 110명으로 제한됐다.
이날 새벽부터 법정 주변에는 삼엄한 경계가 이뤄졌고 보시라이 이송작전도 군사작전을 방불케할 정도였다고 중국 언론은 전했다.
재판정 피고석에 선 보시라이는 죄수복을 입지 않은 채 수갑이 채워지지 않았으며 비교적 건강한 모습이었다.
보시라이에게 적용된 혐의는 뇌물수수와 공금횡령, 직권남용 등이다.
이날 공개된 공소장에 따르면 보시라이의 비리 규모는 2679만위안(한화 약 49억원)에 이른다.
다롄(大連)시장, 다롄시 당 서기, 랴오닝성 성장, 상무부장으로 재직한 1996∼2006년 사이에 다롄국제발전공사 총경리 탕샤오린(唐肖林)과 다롄스더그룹 이사장 쉬밍(徐明)에게 각종 이권과 관련해 모두 2179만 위안 규모의 금품을 받고 다롄시 서기 재직 당시 정부 공사발주와 관련해 5백만위안의 비자금을 빼돌렸다는 것이다.
공소장에는 일부 금품은 보시라이가 직접 챙겼고 아내 구카이라이와 아들 보과과를 통해 받기도 한 것으로 기록됐다.
정치적으로 가장 민감한 사안인 직권남용 혐의와 관련해서는 “보시라이는 부인 구카이라이의 살인 사건과 충칭시 부시장 왕리쥔의 반역 도주 전후에 일련의 직권 남용을 저질렀다”고 짧게 언급했다.
보시라이는 그러나 탕샤오린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 조사과정에서 허위자백을 했다며 일부 혐의를 부인하고 법에 따른 공정한 재판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판 진행과정에서 일부 핵심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답변을 회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은 재판과정을 10분단위로 중국판 SNS인 법원 웨이보 계정을 통해 중계했고 신화통신 등도 실시간 속보로 재판 내용을 전달했다.
관영언론들은 특히 공소장에 적힌 보시라이의 범죄혐의를 상세히 전달했다.
세계적 이목이 쏠린 이번 재판과 관련한 불필요한 억측과 보시라이 지지자들의 반발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법원 웹사이트를 통해서는 재판 전 과정이 화상으로 생중계된 점도 주목을 끌었다. 이는 공개재판이란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보시라이에 대한 공개재판은 23일까지 열린다.
보시라이는 부패 혐의로 기소됐지만 분배를 중시하는 좌파적 경제개혁안 모델인 소위 ‘충칭모델’을 제시해 좌파 지식인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그가 부패 혐의로 몰락함에 따라 중국 지도부 내에서 좌파의 정치적 역량도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