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지난 대통령선거 개입 의혹사건과 관련해 국가정보원 심리전단 직원들이 신분을 감추기 위해 해외계정을 이용했고, 댓글 작업을 도운 외부 조력자에게 매월 30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범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첫 공판에서 검찰은 '댓글 활동'의 중추역할을 해 온 국정원 심리전단의 구체적 활동 사항에 대해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원 전 원장은 2008년 광우병 소고기 촛불집회 등을 통해 사이버 여론 형성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이를 내부적으로 강조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원 전 원장은 2009년 3월 심리전단을 독립부서로 편재했다. 또 지방선거 이후인 2010년 10월 사이버팀을 3개팀으로 확대했다가 총선 직전인 2012년 2월에는 4개팀 70여명으로 다시 강화했다.
심리전단 사이버팀은 각자 대형포털·중소 인터넷 사이트·SNS 등 분야를 나눠 맡아 활동해 왔다. 국정원 여직원 김모 씨도 이 심리전단 산하에서 원 전 원장의 지시에 따라 댓글 및 찬반표시를 남겨 온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심리전단 직원들의 구체적인 활동 지침에 대해서도 공개했다.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은 신분이 드러나지 않도록 해외계정을 이용해 트위터 등 SNS에 가입했고 아이디와 글을 수시로 삭제하거나 폐쇄했다. 노트북과 스마트폰 활동 내역도 1주일 단위로 삭제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1일 3~4건씩 게시글을 올린 뒤 상부에 목록을 제출했다. 사이버팀 1개당 20여명의 직원들이 일해 하루에 적어도 60~80여개의 글을 남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 외부 활동 시 동일 장소를 여러 번 이용하지 않고 주로 카페 등을 이용하며 댓글을 남긴다거나, CCTV에 녹화되기 쉬운 계산대에서 먼 위치에 앉아 일해야 한다는 지침을 세웠다고 밝혔다.
때에 따라서는 외부조력자를 동원해 글을 남기거나 실명가입에 필요한 인적사항을 제공받기도 했다. 검찰은 "2011년 12월부터 1년동안 외부조력자를 활용한 사례도 발견했다"면서 국정원이 외부조력자에게 매월 300만원씩 활동비를 지급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국정원 여직원 김모 씨도 지인 이모 씨의 인적사항을 이용해 여러개의 계정을 만들어 인터넷상에서 활동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이 "조직과 예산을 백지 위임받은 국정원장이 정보자원을 남용해 정치에 관여하고 선거개입을 자행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