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비의료인을 수술 현장에 투입해 파문을 일으켰던 김해의 한 병원을 통해 허위 진단서를 발급받아 거액의 보험금을 챙긴 '가짜 환자' 백여 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특히, 이 병원의 입원환자 가운데 70%가량이 보험사기에 개입했고, 가짜환자들은 계 모임을 하거나 경마장에 드나든 것으로 드러났다.
경남 김해시 어방동에 있는 J 병원의 한 입원실.
관절이나 교통사고 등으로 입원해 있어야 할 환자들이 모두 병상을 깨끗이 비워뒀다.
바로 옆 병실도 상황은 마찬가지.
하지만, 입원환자들은 아침에 택시를 타고 병실로 '출근'한 뒤 의료진이 회진을 마치면 다시 각자의 일터로 '출근'을 한다.
입원 환자 대부분이 이른바 '나이롱 환자'인 것.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의료기 판매업체 직원과 간호조무사 등 비의료인을 수술실에 투입해 상습적으로 수술을 벌인 혐의로 구속한 이 병원 원장 김모(49.구속)씨에 대해 조사를 벌여보니 J 병원은 그야말로 보험사기의 '종합 백화점'이었다.
김씨는 2011년 2월부터 지난해 11월 말까지 증세가 가벼운 환자들의 병이 위중한 것처럼 허위 진단서를 발급해줘 입원기간을 길게 만드는 수법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보험급여 10억 원을 챙겼다.
이 과정에서 환자가 급증해 병실이 부족하자 허가 요건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김해보건소 소속 공무원 이모(54·6급·해임)씨에게 현금 3백만 원을 주고 기존 200병상이던 것을 250병상까지 늘리기도 했다.
경찰 조사과정에서 김씨는 지난해 7월쯤, 병원장실에서 환자 명의로 향정신성의약품인 바륨을 처방한 뒤 2차례 투약한 것 사실도 드러났다.
특히, 김씨에게 10~20만원 상당의 돈을 주면 쉽게 허위 진단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제주, 광주 등 전국에서 가짜 환자들이 몰려들었다.
경찰에 구속된 이모(50)씨는 2009년 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수술이 필요 없는데도 신체 특정부위를 살짝 절개한 뒤 봉합하는 간단한 수술을 받고 입원하는 수법으로 36차례에 걸쳐 812일 동안 입원했다.
이 씨가 11개 보험사로부터 받아 챙긴 보험금은 1억 6천만 원에 달한다.
한 40대 부부는 자신들은 관절염 환자로 병원에 입원해 보험금을 타는 것도 모자라 초등학생 아들까지 감기로 장기 입원시켜 보험금을 받아 챙겼고, 이 돈을 모두 경마장에서 탕진했다.
이 병원에 입원 환자 가운데 보험사기에 연루된 환자는 전체의 70%, 이 가운데 약 30%는 병실에 출퇴근했고, 평균 보험금 5천 5백만원을 챙겼다.
'나일롱' 환자들이 많다 보니 환자들 사이에서 '보험 사기'방법을 전수, 공유하는 계 모임도 생기고, 단체로 경마장을 가는 등 취미생활도 즐긴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대장 방원범)은 김해 J 병원 등과 짜고 수술한 것처럼 허위 진단서를 발급받아 거액의 보험금을 타낸 혐의(사기)로 환자 이 모(50·여) 씨 등 2명을 구속하고, 최 모(52·여) 씨 등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나머지 환자 106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