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의원.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51)이 국회진출을 사회주의 혁명의 교두보 확보로 삼았다는 사실이 국회에 발송된 체포동의요구서에서 드러났다.
국가정보원은 "이 의원이 RO(Revolutionary Organization) 조직원들에게 직장이나 활동장소를 제국주의 상대 전쟁의 최전방 초소라고 칭하고, 조직원들의 국회의원 당선을 '교두보 확보'라고 표현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지난 5월 12일 오후 10시쯤 서울 합정동에서 개최한 비밀모임에서 "우리가 미 제국주의의 낡은 양당 질서라는 체계를 끊어뜨리고 새로운 인식의 구도를 밑으로부터 해서 진보당을 만들었고, 지난해 총선에서 원내 교두보를 확보하는 전략적 구도하에 대담한 혁명의 진출을 했다"고 말했다는 것.
2010년 지방선거와 지난해 총선에서 민주당과 통합진보당(민주노동당)은 여당에 맞서 선거연대를 폈다.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도 이 덕에 총선에서 '금배지'를 달았다.
그런데 이 의원은 정작 민주당도 '타도 대상'의 일부로 인식했다. RO(혁명조직) 조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에서 '미 제국주의 양당체계'를 비판한 것이 것으로, 민주당을 사실상 제국주의 식민지배 체제의 일부로 여긴 셈이다.
한해 전인 지난해 8월 발언에서도 이 의원의 생각이 명확히 드러난다. 당시는 통합진보당 부정경선 사건을 놓고 검찰 수사와 당내 진상조사가 동시에 벌어지던 때다.
그는 그 해 8월 10일 경기 광주의 한 수련원에 350여명이 모인 행사장에서 "진보당 사태를 너무 현상적 문제로 봐서는 안된다"면서 양당체계를 '식민 지배질서'라고 비난한 것으로 체포동의안에 적시됐다.
이 의원은 "미국은 남측의 양당체계를 바탕으로 하는 분할통치 전략을 유지해왔다. 식민지 지배질서를 유지하며 자기들의 영구지배 체계를 반영하는 게 기존의 전략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우리는 제3세력으로서 진보정당에 구축되어 기존의 양당구도를 무너뜨릴 수 있는 새로운 정치영역을 일으킬 수 있는 진보군을 형성했다"고 선언했다.
경선부정 사태로 당이 쪼개지기 전까지 통합진보당은 13석으로 원내 제3당이었다. 이 의원은 이같은 총선 결과를 제국주의 질서를 깬 성과로 인식한 것이고, 제국주의의 낡은 질서를 유지하는 정당으로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지목한 셈이다.
이 의원은 이날 '식민지배 질서의 한쪽 축'일지 모를 민주당 의원 전원에게 친전(親展)을 보내 "국정원이 음모를 꾸미고 있으니 체포동의안을 거둬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