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사는 아파트 출입문 앞에 누군가 정액이 담긴 콘돔을 걸어놓고 간다면 어떤 혐의로 처벌이 가능할까.
광주 광산구의 한 아파트에 사는 A(26·여)씨는 지난달 23일 밤 집에 들어가려다가 소스라치게 놀라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A씨의 집 앞 출입문 손잡이에 정액으로 추정되는 액체가 담긴 콘돔이 걸려 있었던 것이다.
애초 경찰은 직접 만나거나 전화통화로 A씨를 괴롭힌 것은 아니지만 A씨에게 성적 수치심과 함께 누군가 자신을 겨냥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심한 불안감을 느끼게 했으므로 공연음란죄 적용을 검토했다.
그러나 공연음란죄는 공중밀집장소에서 불특정 또는 다수를 대상으로 음란행위를 하거나 '바바리맨'처럼 길거리에서 한 사람에게 행위를 했더라도 여러 사람이 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될 때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번 사건에는 적용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문제의 콘돔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DNA 검사를 의뢰한 상태다.
경찰은 사건 경위를 조사한 뒤 피의자가 같은 아파트 거주자가 아니면 주거침입 혐의를 적용할 수 있고 추가 피해가 있으면 다른 성범죄 관련법 적용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 나온 피해는 성폭력 처벌에 관한 특별법 위반 혐의에는 해당하지 않고 성희롱에 해당한다"며 "성희롱은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나 피해자가 정신적인 충격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은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