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신시내티-LA 다저스의 경기가 열린 미국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 치열한 내셔널리그(NL) 중부지구 선두 싸움을 벌이고 있는 신시내티로서는 포기할 수 없는 경기였다.
3만 3778명 관중이 운집한 야구장은 경기 중후반 뜨겁게 달아올랐다. 1회 다저스 핸리 라미레즈의 2점 홈런으로 끌려가던 신시내티가 1-2로 뒤진 5회 추신수의 안타에 이어 조이 보토의 홈런으로 역전에 성공한 것.
특히 8회 경기장의 함성은 더욱 커졌다. 다름아닌 차세대 톱타자 빌리 해밀턴의 이른바 '밀당'이 시작된 것이다. 안타로 출루한 브랜든 필립스의 대주자로 나선 해밀턴은 지난해 마이너리그 155도루에 이어 올해도 75도루를 올린 준족. 지난 5일 세인트루이스전에서 이미 최고의 포수로 꼽히는 야디어 몰리나를 상대로 빅리그 첫 도루를 올린 바 있다.
다저스 좌완 파코 로드리게스로서는 당연히 해밀턴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수 차례 견제 동작과 송구를 하며 해밀턴을 경계했고, 그럴 때마다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에는 야유가 가득찼다.
하지만 해밀턴은 로드리게스의 견제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결국 3구째 2루를 훔쳤고 해밀턴의 화려한 도루 밀고당기기에 경기장은 환호성으로 떠나갈 듯 들썩거렸다. 올해 대주자로만 나와 3번 100% 성공한 도루였다.
해밀턴에 흔들린 로드리게스는 결국 보토를 볼넷으로 내보냈고, 후속 타자에게 폭투까지 던져 무사 2, 3루 위기를 맞았다. 제이 브루스에게마저 볼넷을 내준 로드리게스는 무사 만루에서 마운드를 브라이언 윌슨에게 넘겼다.
하지만 해밀턴은 '도루=득점' 공식까지는 이어가지 못했다. 전날까지 2번 모두 도루 성공해 득점까지 올린 해밀턴이었지만 이날은 무산됐다.
후속 라이언 루드윅이 친 타구가 투수 직선타가 되면서 해밀턴이 미처 3루로 귀루하지 못하고 더블 아웃을 당했다. 워낙 빠른 타구라 천하의 해밀턴도 어쩌지 못했다. 팬들도 아쉬움 가득한 탄성을 쏟아냈다.
무사라 단타만 돼도 득점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더욱이 3-2, 불안한 리드라 추가점이 꼭 필요한 상황이었기에 더 아쉬웠다.
일단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도루 솜씨로 주목받는 해밀턴. 추신수의 뒤를 이어 신시내티의 차세대 1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러나 가공할 스피드를 조절할 노련함은 아직까지 2% 부족한 해밀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