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 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김현정의>
'천안함 폭침 사건' 원인을 둘러싼 의문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가
우여곡절 끝에 지난 5일 개봉했지만 이틀 만에 개봉관에서 상영이 중단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영화감독과 영화제작가 협회 등 영화관계자들은 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진상규명대책위원회'를 발족할 예정이다.
영화인들은 이번 사태가 영화산업에 엄청난 후퇴를 가져올 것이라며 한국영화산업의
위기라고 규정한다.
그래서 오늘 [Why 뉴스]에서는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중단, 왜 한국영화산업의 심각한 위기라고 하나?" 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혹시 영화 봤나?= 그제 밤(7일) 독립영화관을 찾아서 영화를 봤다.
276석 규모의 소규모 영화관인데 자리가 거의 찼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인 메가박스에서 갑자기 상영을 취소하는 바람에 독립영화관으로 영화를 보러 오는 관객들이 많았다.
가족단위의 관객들이 많았고 젊은 층보다는 장년층이 많아 보였다.
영화개봉에 앞서 백승우 감독이 인사말을 했고 관객들은 영화가 끝나고 박수를 친 것 외에는 조용하고 차분하게 영화를 관람했다.
'천안함 프로젝트'는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에서 12세 관람가 등급을 받았고 유족과 해군에서 제기한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 의해 기각된 영화다.
▶ 영화는 어떤 내용인가?= 천안함 사건이 일어났을 당시에 제기되었던 의문들을 정리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그동안 '천안함 폭침'과 관련해 언론보도를 관심 있게 본 관객들이라면 새로울 게 없는 영화였다. 영화를 본 관객들에게 물어보니 공중파TV의 '그것이 알고 싶다'는 방송 같았다는 반응이 여럿 있었다.
독립영화관을 일부러 찾은 사람들이어서 그런지 "내용이 좋았다"는 사람들도 있었고
영화를 보고 항의하거나 반대시위를 하거나 그런 움직임은 없었다.
개인적으로도 영화라고 하기보다는 공중파TV에서 다뤄야 할 기획보도물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천안함 프로젝트'의 백승우 감독이 이런 말을 했다. "6일(금요일) 감독 인사를 하기위해서 한 극장을 찾았는데 커다란 팝콘과 음료수를 들고 들어가는 관객을 보면서 그게 그렇게 생경하게 기분이 좋더라, 이게 영화인데 단순한 영화 하나인데 영화보고 마음에 안 들면 저 영화 보지 마 하면 끝나는 일이고 재미있으면 친구에게 영화 한번 봐봐 하면 끝나는 단순한 독립영화인데 왜 이 영화를 가지고 법원에 가서 해도 되는지 안 되는지 물어보고 와야 하고 ……. 많은 생각이 교차하더라, 그래서 관객들에게 이런 식이라도 영화를 볼 수 있어서 행복하다 라고 하고 기분 좋게 집에 왔는데 중단했다는 연락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 메가박스에서는 왜 갑자기 상영을 중단한 것이냐?= 멀티플렉스 영화관 메가박스는 6일 인터넷 홈페이지에 "9/5일 개봉한 천안함 프로젝트의 상영이 금일부로 종료 됩니다. 일부 단체의 강한 항의 및 시위에 대한 예고로 인해 관람객 간 현장 충돌이 예상되어 일반관객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배급사와의 협의 하에 상영을 취소하게 되었습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영화 제작사인 아우라픽쳐스 정상민 대표에게 물어보니 "6일 밤 9시쯤 메가박스 실무자로부터 전화가 왔다"면서 "정서적 예의를 갖추긴 했지만 상영관에서 영화를 일방적으로 내렸다"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보수단체의 항의와 압력 때문에 관객의 안전이 걱정돼서 영화 내려야 겠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그렇지만 항의와 압력을 행사한 보수단체가 어디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상영을 중단한 메가박스는 배급사와 협의를 했다고 밝혔지만, 배급사는 통보받았다고 말해 입장차이가 났지만 메가박스의 입장을 확인하지는 못했다. 메가박스 측의 입장을 듣기위해서 연락을 해봤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고 문자 메시지에 응답도 없었다.
상영중단으로 메가박스에 대한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그렇지만 영화인들 사이에서는 메가박스를 비난하기 보다는 이런 일을 주도한 곳이 어딘지를 밝히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청어람 최용배 대표는 "애초부터 극장들은 '천안함 프로젝트'의 상영자체를 불편해 했다"면서 "그나마 상영조차 안한 극장이 있는데 메가박스는 상영하겠다는 관심을 보였고 실제 상영했다. 그런데 더 상영하다가는 큰일 나겠구나 하는 위기감을 느꼈는지 중단했다. 이는 극장의 잘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 기업체인 극장이 상영을 중단하는 건 정부의 입김 때문이냐?= 영화인들은 '윗선'의 개입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그런데 '윗선'이란 게 어딜까?
영화와 관련된 문화부관계자에게 물어봤다. 문화부가 상영중단을 압박한 것이냐? 이렇게 물었더니 "문화부는 영화유통에 대해 개입하거나 간섭한 도구나 수단이 없다"라고 말했다. 영등위를 통해 등급심사를 하는 것이지 유통에까지 개입할 힘도 없고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메가박스를 압박할 정부의 수단은 많다. 경찰이나 소방, 국세청 등등 많은 기관들이 말을 듣지 않으면 세무조사를 하건 소방법 위반을 조사하건 사소한 불법이라도 이 잡듯이 털겠다는 칼을 들이밀면 이를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메가박스 측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밝혀야 할 일이겠지만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지를 한 이유 외에는 아직까지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어서 내막을 파악하기 어렵다.
메가박스의 결정에 실제 '정치적 의사'가 개입된 것인지, 아니면 메가박스 측에서 지레 겁을 먹고 상영중단 결정을 내렸는지 아직은 뭐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좋지 못한 선례를 남긴 건 분명하다. 영화상영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협박을 하거나 압력을 행사할 경우 그 때마다 영화를 내릴 것인가? 아니라면 뭐라고 변명을 할 것인가?
▶ 이전에도 영화상영 도중에 중단하는 경우가 있었나?= 극장 개봉관에서는 관객이 들지 않으면 당연히 영화를 내린다. 그런데 영화상영 이틀 만에 그것도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는 영화를 외부단체에서 항의와 압력을 행사한다고 영화를 내린 적은 없다고 한다.
백승우 감독은 "한국영화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라면서 "만약에 관객의 안전을 위협할 정도이면 보수단체가 아니라 테러리스트다. 테러리스트면 우리에게 통보할 것이 아니라 경찰에 신고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백 감독은 "지난 4월 전주국제영화제 때도 보수단체들이 항의 시위를 할 것이라는 통보가 있어서 제작진이 긴장했던 적이 있었지만 실제 시위는 없었다"라고 전했다.
제작자인 정지영 감독은 "내가 과연 21세기에 살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군사정권 시절에도 이런 일은 없었다"며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우라픽쳐스의 정상민 대표는 "유신이나 5공 시절에도 사전검열은 있었지만 상영도중
내리는 건 없었던 일"이라고 말했고 '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을 연출한 육상효 감독은
"영화 배급이나 상영은 상업적 논리나 문화적 논리에 의해 결정이 되어야 하는데 다른 이유 외부적 힘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 아주 나쁜 선례를 남기는 일"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영화 '괴물'과 '26년'을 제작한 청어람의 최용배 대표는 "이런 일 과거에 오래전에 있었던 일인데 한동안 이런 일은 오랫동안 상상하지 않았던 일이 생겨서 걱정이다"라고 설명했다.
▶ 오늘의 주제로 돌아가서 영화인들이 왜 이번 일을 한국영화의 심각한 위기로 받아들이는 것이냐?= 영화제작자나 영화감독들이 가장 우려하는 건 영화에 대한 '투자위축'과 표현의 자유 침해로 인한 자기검열과 이로 인한 창작의지 위축, 그리고 영화산업의 침체를 들었다.
청어람의 최용배 대표는 "한국영화의 발전의 추이는 표현의 자유의 신장과 비례해 왔다"며, "어느 순간부터 '한국영화는 표현하지 못하는 게 없어'라고 하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한국영화의 에너지 였다"라고 평가했다. 최 대표는 그러면서 '한국영화가 새로운 전성기를 맞았는데 외부의 물리력에 의해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건 한국영화의 건강한 성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 같다"면서 "외부의 압력으로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면 뭔가 만들려고 하는 의욕이나 의지 이런 것들이 약화되고 투자자들에게도 무언의 압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한국영화감독조합의 공동부대표를 맡고 있는 정윤철 감독은 "이번 일이 투자나 이런데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영화계 자체가 사상논쟁에 휩쓸려 갈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자기검열에 빠지게 되고 그러면 한국영화의 작품성이나 사회적인 질문을 하는 역할이 손상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 감독은 "영화제작자들이 주제선택에 있어서 자기 검열에 빠질 수 있고, 사회적 메시지가 있는 영화에 대한 투자가 위축될 것이며, 자본주의적인 상영시스템이 외압의 힘에 의해서 틀어졌다는 건 시장 질서를 교란 시킨 것"이라고 평가했다.
육상효 감독은 "관객들이 외면하면 자연스럽게 영화가 내려지는 것이고 상업적 가치가 없으면 당연히 극장에서 상영중단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영화는 시장과 관객들의 판단에 따라 (상영여부가) 결정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육 감독은 (외부의 힘에 의해서 영화상영 여부가 결정되면 창작자에게 새로운 압박이 될 것이고 그런 일이 반복된다면 영화제작이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우라픽쳐스의 정상민 대표는 "대기업이 몇몇 단체에서 전화해서 내리라고 한다고 다 내려야 하나? 사회적 보호가 되지 않는다면 법이 왜 필요하나? 이건 '무법천지'"라면서
"이럴 거면 가처분신청은 왜 하는지 모르겠다? 극장에 전화해서 협박하면 다 내릴 건데
매우 안 좋은 선례를 남기게 됐다"라고 말했다.
한편, 영화인회의,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독립영화협회,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여성영화인모임, 한국영화마케팅사협회 등 영화관련 단체들은 9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 표현의 자유 위축이 영화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다는 얘기냐?= 그렇다.
영화감독이나 제작자들의 공통된 의견은 한국영화가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표현의 자유가 보장됐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미 우리나라 영화는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에서 사실상 사전 검열한다. 그래서 최근에 제한상영가 영화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성인물이기 때문에 상영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관점의 차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윤철 감독은 "불법상영도 아니고 사법기관에서 사전검열(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았는데 다시 공안정국에 의해서 영향을 받는다면 사회가 비상식적인 사회가 되어간다.
안 좋은 일의 시작이다'라면서 "영화인들 상당히 심각한 위기를 느낀다"고 말했다.
어떤 위기냐 하면 영화제작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투자를 해서 영화가 만들어졌는데 상영되지 못하는 일이 일어난다면 재산상 큰 손실을 입게 되므로 투자를 회피하게 된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영화작품에 대해 상영여부를 가리게 되면 제작사들은 군사정권시절처럼 자기 검열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얘기다. 그리고 극장들도 보수단체나 압력단체의 압박이 있을 때마다 상영중단을 검토해야 한다면 영화산업 자체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영화를 만들 때마다 정권이나 사회단체나 압력단체, 종교단체 등등의 눈치를 봐야한다면 창의력이 발휘되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 '천안함 프로젝트' 영화 상영을 두고 인터넷이나 SNS에서 찬반양론이 뜨거운데?= 그렇다. 금요일 밤부터 인터넷과 SNS에서는 영화상영 중단사태를 알리는 글과 이를 비판하거나 영화상영 자체를 비난하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트위플 @LUV0813은 "영화 천안함프로젝트가 정치적 외압으로 메가박스에서 상영이 중단됐다. 염병한다. 천안함프로젝트는 무언가를 까발리는 영화가 아니라, 진실이 대체 뭐냐고 묻는 영화다. 궁금한 거 묻지도 못하냐? 아빠시절에도 없었던 초유의 사태라 한다. 야만족 사회가 됐다."라고 했다. @EldiosJ는 "천안함프로젝트…….가장 부끄러워해야할 사람들은 어찌 보면 정권도 군부도 아닌 언론일 것입니다. 그대들이 당연히 했어야 할 모든 장면을 담아 영화를 만들어야 했고, 법정싸움과 협박까지, 부끄러워야지요. 지금 언론이란 이름들은~"이라고 했다.
@love17258은 "이석기도 천안함프로젝트도 둘 다 마녀사냥 희생이 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사법부와 행정부, 입법부는 상식도 논리도 정의도 없다. 단지 자기 입맛에 안 맞으면 무조건 찍어내린다. 이게 독재 아님 뭔가?"라고 했고 @Nakkomsu는 "‘천안함 프로젝트’ 한국영화 사상 ‘첫 상영 중단’ 사태 “이러니까 더 궁금해집니다. 꼭 봐야할 영화라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라고 했다.
레인메이커는 “정치가 문화를 통제하고 검열하는 시대. 독재와 파시스트의 다른 이름”이라고 비난했다. 배우 문성근 씨는 "이게 무슨 말? 법원도 ‘상영허가’ 했는데 무법천지네요"라고 했다.
인터넷 댓글에도 "나는 천안함 사건이 북한 짓이라는데 의심을 가져본적이 없습니다. 국가나 국방부, 국정원을 믿어서가 아니라 설마 인간의 탈을 쓰고 그 정도까지야 되겠냐 하는 생각에서 입니다. 하지만 천안함 프로젝트 같은 영화는 얼마든지 상영을 허락해야 한다고 봅니다. 의혹을 가질만한 부분이 있다면 들어야 하고 감추지 말고 끄집어내서 모든 것을 풀고 가는 것만이 천안함 사건으로 죽은 고인들의 넋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는 길이라 봅니다."라거나 "보수 꼴통들이 이 영화 꼭 보라고 압력을 주는 거 같네~~ 보면 보는 거고 아님 말고 그랬는데 ~~ 메가박스 압력을 넣었다는 소리를 들으니 꼭 봐야 하는 영화인가보넹~~ 시간 내서 꼭 봐야겠네요"라는 글들도 베스트 댓글로 보인다.
물론 "유족들 모욕하는 쓰레기 영화인데 망하는 게 당연"하다거나 "영화계 종북인사들도 퇴치해야한다"거나 "내용이 어쩐지는 알 수 없으나 왜곡 시켰던지 무슨 음모 라든지 아니면 유족들한테 상처 줄 목적이라면 그냥 폐기 시켜라~ 난 제작자의 저의도 조금 의심스럽다~"는 댓글도 보인다.
SNS에서 천안함 상영 자체를 비난하는 글들 중 욕설이나 원색적인 비난의 글들이 적지 않아서 이를 그대로 옮기기는 어렵다.
한편, 한국영화평론가협회는 8일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중단 사태에 대해 성명서를 내고 원상회복과 정부당국의 협조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