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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끝 걸터앉아 추억속으로...파도소리 벗삼아 낭만속으로

대청끝 걸터앉아 추억속으로...파도소리 벗삼아 낭만속으로

나홀로 떠나는 가을 힐링여행

 

어느덧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번잡한 일상을 뒤로하고 높아진 하늘과 투명해진 바람을 만끽할 수 있는 혼자만의 여행을 계획해 보는 것은 어떨까.
 
혼자 떠나는 여행이라 왠지 조금은 낯설고 쓸쓸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기도 하겠지만, 동행에 신경을 쓰지 않고 오롯이 나만을 위해 여행의 모든 것을 집중할 수 있어 나름의 특별함을 느낄 수 있다.

나홀로 여행의 미덕은 길과 사람과 풍경,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가장 잘 들여다볼 수 있다는 데 있다. 그곳이 세월의 두께 겹겹이 쌓인 풍광 좋은 길이라면 감상은 더 각별할 것이다.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한 나홀로 여행의 예행 연습장 '전주한옥마을', 나를 찾아 떠나는 힐링 여행지 '동해 논골담길', 홀로 걷는 여행의 진수인 경주 양남 주상절리 '파도소리길' 등은 당일 여행 코스로도 손색없다.

◈나홀로 여행의 예행 연습장, 전주한옥마을 

전주한옥마을은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도 많이 찾는 낭만 여행 명소다.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 쉽고, 처마의 곡선이 아름다운 한옥에서 묵을 수 있으며, 콩나물국밥과 모주 등 먹거리도 가득하다.

경기전이나 전주한옥생활체험관에서 출발해 바둑판처럼 펼쳐진 골목 이곳저곳을 다니다 보면 마음이 평온하고 발걸음도 가볍다. 눈길을 뺏는 명소들이 많아서 혼자 다녀도 외롭거나 심심할 틈이 없다.

골목 돌담, 전통찻집, 카페 등에서 잠깐 쉬며 생각을 정리하기도 좋다. 어진박물관, 최명희문학관, 교동아트센터, 전주전통술박물관, 루이엘모자박물관 등은 혼자 떠나는 여행을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
 
한옥마을 걷기 여행의 출발지는 전동성당이 가까운 경기전으로 삼는 것이 일반적이다. 입구에는 암수 두 마리 동물이 받치고 있는 하마비가 있다.

이곳을 찾은 이들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말에서 내리라는 하마비가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

1410년(태종 10)에 세워진 경기전은 태조의 영정을 모신 곳이다. 당시 명칭은 '어용전'이다가 '태조진전'으로, 1442년(세종 24)에 '경기전'으로 바뀌었다.
 

경기전을 관람한 뒤에는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하던 전주사고로 발길이 이어진다. 임진왜란 때 춘추관, 충주, 성주의 실록은 모두 불에 탔으나 전주의 실록은 피해를 당하지 않았다.

전주사고를 지나 뒤편으로 돌아가면 어진박물관이 반겨준다. 국내 유일의 어진(왕의 초상) 전문 박물관이다.

태조, 세종, 영조, 정조, 철종, 고종, 순종의 어진과 일월오봉도(왕권을 상징하고 왕실의 번영을 기원하는 병풍) 등이 전시되어 있다. 전주 경기전 정전은 보물 1578호, 조선태조어진은 국보 317호다.
 

전주한옥생활체험관은 '세화관'이라고도 불린다. '문화의 향기를 나누어 세상의 조화로움을 꿈꾸고 좋은 풍속을 전한다'는 뜻이다. 한옥마을에는 한옥 숙박을 체험할 수 있는 집이 많은데, 이곳도 그중의 하나다.


한옥마을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골목길 걷기에 있다. 한옥마을은 일제강점기 일본인의 시내 진출에 반발한 전주 시민들이 교동과 풍남동 일대에 한옥을 짓고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됐다.

어느 골목에 들어서건 직선미와 곡선미가 절묘하게 교차하는 한옥의 풍경을 대할 수 있어서 발걸음과 눈길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골목을 누비는 여행객의 연령대는 다양하다. 어르신들은 눈을 지그시 감고 걸으며, 추억 속에 빠져든다. 젊은 연인들은 유럽의 어느 고도를 산책하듯 소중한 낭만을 카메라에 담는다.

하루에 전주한옥마을을 모두 돌아보려는 청춘들은 자전거를 빌려서 지도 한 장 들고 구석구석 순회하기도 한다.

자세한 정보는 전주시 문화관광 홈페이지(http://tour.jeonju.go.kr)을 참조하면 된다. 문의 전주한옥마을 관광안내소 (063)282-1330

▶ 당일 여행 코스:경기전→최명희문학관→교동아트센터→전주전통술박물관→오목대→전주명품관→전동성당→남부시장
 
▶ 대중교통:서울~전주,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10~20분 간격(05:30~24:00) 운행, 2시간 45분 소요.

◈나를 찾아 떠나는 힐링 여행, 동해 논골담길

논골담길은 1960~1970년대의 풍경이 오롯이 남아 있고 담장에는 마을 사람들의 고단했던 삶이 그림으로 고스란히 녹아 있다.

논골1길과 3길, 등대오름길 등 논골담길에는 드라마 같은 논골 사람들의 이야기가 새겨졌다. 묵호등대에서 바라보는 망망대해와 드라마 '찬란한 유산'을 촬영한 출렁다리를 지나 해안도로까지 논골담길의 여운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논골담길은 지난 2010년 공공 미술 공동체 '마주보기' 회원들과 마을 사람들이 잊혀가는 묵호를 재발견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한쪽에서는 전을 부쳐 먹으며 즐기고, 한쪽에서는 마을 어르신들에게 그림 그리는 방법을 가르쳤다. 논골담길 프로젝트는 이곳에 살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마을 사람들이 직접 그렸다는 데 의의가 있다.

논골1길과 3길, 등대오름길로 구성된 논골담길은 어느 곳으로 올라가도 묵호등대에 닿는다. 거미줄처럼 얽힌 마을 길을 빠짐없이 둘러봐야 묵호등대마을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그림 하나하나에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묵호등대마을의 역사는 묵호항이 열린 1941년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험한 뱃일과 모진 허드렛일을 마다치 않은 사람들이 모여 묵호항이 가까운 언덕배기에 보금자리를 마련하기 시작하면서 부터 시작됐다.

삼척과 태백의 석탄, 동해에서 생산된 시멘트를 실어 나르면서 묵호항은 전성기를 맞이했다. 사람들이 몰렸고, 언덕에는 벽돌과 슬레이트로 지은 집이 들어찼다. 아랫마을에는 뱃사람들이, 윗마을에는 덕장 일을 하는 사람들이 주로 살았다.

묵호등대마을의 벽화 가운데 유난히 눈에 띄는 오징어와 명태, 장화는 마을 사람들에게서 소중한 존재다.

언덕 꼭대기 덕장으로 오르는 길은 늘 질퍽해서 묵호등대마을 사람들은 "마누라, 남편 없이는 살아도 장화 없이는 못 산다"고 했을 정도다.

지금은 시멘트 길이지만 당시에는 흙길이어서 논처럼 질퍽거리기 일쑤였다고 한다. 논골이란 이름도 거기에서 유래했다.

논골담길 정상에는 널찍한 공간과 함께 등대가 하나 있다. 묵호등대가 있는 묵호등대해양문화공간이다.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 시비 너머로 1963년 처음 불을 밝힌 높이 21.9m의 묵호등대의 모습이 나온다. 묵호등대의 나선형 계단을 숨 가쁘게 오르면 사방이 탁 트인 바다가 보인다.

애국가의 일출 장면이 담긴 추암해변의 촛대바위, 쌍폭포와 용추폭포의 아름다운 풍경을 간직한 무릉계곡도 꼭 들러야 할 동해의 명소다.

기회가 된다면 끝자리 3·8일 열리는 북평장도 큰 볼거리다.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 동해관광(www.dhtour.go.kr)과 논골담길(http://mukho.org)을 참조하면 된다. 문의 동해시청 관광진흥과 (033)539-8172

▶ 당일 여행 코스: 논골담길→ 묵호항→ 무릉계곡

▶ 대중교통: 서울고속버스터미널-동해, 하루 20회(06:30~23:30) 운행, 3시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동해, 하루 33회(06:30~21:35) 운행, 2시간 50분 소요.

◈홀로 걷는 여행의 즐거움, 경주 양남 주상절리 파도소리길

뜨겁고 치열했던 여름의 끝자락에서 문득 혼자만의 시간이 간절하다면 경주로 가자.

고도(古都) 경주의 동해안, 양남면 읍천항과 하서항을 잇는 1.7km 의 해안 산책로를 걸으며 복잡다단한 일상사를 잠시 내려놓고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걷는 내내 푸른 바다와 흰 파도가 벗이 되어주는 산책로 이름은 파도소리길이다.
읍천항을 출발해 남쪽으로 내려가는 동안 왼쪽에 바다를 끼고 출렁다리, 부채꼴 주상절리, 위로 솟은 주상절리, 누워 있는 주상절리, 기울어진 주상절리 등 절묘한 풍경을 차례로 만난다.

이 다양한 주상절리가 파도소리길의 주인공이다. 특히 압권은 부채꼴 주상절리로 국내에서 처음 발견되었을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사방으로 펼쳐진 모습이 곱게 핀 한 송이 해국처럼 보인다 해서 '동해의 꽃'이라고 불린다.

파도소리길 지척에는 경주 동해권을 여행할 때 빼놓아선 안 될 곳이 세 군데 있다. 통일신라 삼층 석탑의 시원(始原)이 된 감은사지 동·서 삼층석탑, 문무대왕릉, 이견대가 그곳이다. 모두 둘러보는 데 하루면 충분하다.

감은사는 삼국 통일의 위업을 이룬 문무왕이 왜적을 막고자 경주로 통하는 동해 어귀에 짓기 시작한 사찰로, 아들인 신문왕 때(682년) 완공됐다.

지금은 금당 터와 두 탑만 남았지만, 동해를 바라보며 1300여 년 간 한자리를 지켜온 두 탑에는 장중한 기백과 기품이 서려 있다.

금당 하나와 쌍탑으로 구성된 가람 배치, 삼층 석탑의 조형미는 이후 통일신라에서 사찰을 세우고 탑을 쌓을 때 일종의 롤모델이 됐다. 감은사지를 둘러보고 동해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대종천을 중심으로 왼쪽은 이견대, 오른쪽은 대왕암 가는 길이다.

이견대는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겠다고 유언한 문무왕이 동해에 나타나자, 용을 본 자리에 세워 호국 의지를 기렸다는 정자다.

이곳에선 봉길해변과 문무대왕릉이 한눈에 들어온다. 봉길해변에서는 문무대왕릉을 더 가까이 볼 수 있다.

해변에서 불과 200m 앞에 닿을 듯한 바위섬이 문무왕의 수중릉이다. "내가 죽은 뒤 용이 되어 불법을 받들고 나라의 평화를 지킬 터이니 나의 유해를 동해에 장사 지내라"는 유언에 따라 왕의 시신을 화장해 장사 지내고, 그 바위를 대왕암이라 불렀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경주교동최씨고택(중요민속문화재·27호)에 들러보자. '경주 최부자집'으로 널리 알려진 교동최씨고택은 조선 시대 양반 가옥의 전형으로, 단정한 한옥의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다.

자세한 정보는 경주문화관광 홈페이지(http://guide.gyeongju.go.kr)을 참조하면 된다. 문의 경주시청 문화관광과 (054)779-6078

▶ 당일 여행 코스: 감은사지 동·서 삼층석탑→ 이견대→ 문무대왕릉→ 파도소리길

▶ 대중교통: 서울역-신경주역, KTX 하루 21회(05:30~22:00) 운행, 약 2시간 10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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