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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정당

    김무성, 왜 지금 '근현대사 모임'인가

    '보수 색채' 강화하며 보수층 결집하겠다는 의도가 중론

    김무성 의원.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새누리당 차기 유력한 당권주자로 손꼽히는 김무성 의원이 최근 '근현대사'를 주제로 하는 '근현대사 역사교실' 모임을 조직한 것과 관련해 정치권 안팎에서 설(說)이 분분하다. 초점은 왜 하필 여야의 이념 싸움이 첨예하게 펼쳐지는 지금 '근현대사'를 꺼내들었냐는 것.

    대체적으로는 김 의원이 '보수 색채'를 강화하면서 보수층을 결집하겠다는 의도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많다. 최근 국가정보원발 논란들이 모두 여야 이념 대결로 펼쳐졌다는 점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4일 첫 모임에서 "역사교실에서 역사를 바로잡을 방안을 잘 모색해 좌파와의 역사전쟁을 승리로 종식시켜야 한다"며 '좌파척결' 의지를 명확히 했다.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은 김 의원의 모임에 강력한 명분을 제공함과 동시에 흥행까지 보증하는 계기가 됐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상도동계의 기본적 스탠스는 독재에 항거한다는 차원에서는 민주화지만, 좌우 이념에선 '반공주의'로 볼 수 있다. 상도동계 막내였던 김 의원의 행보가 이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서 "다음 대선이 '민주 대 독재'의 구도가 아닌 이상, '반공 대 종북'으로 끌고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맥락에서 '근현대사 역사교실'의 두 번째 강사로 우편향 논란이 일고 있는 교학사 교과서의 주저자를 초대한 것은 김 의원이 왜 이 모임을 만들었는지 그 취지를 더욱 구체화 할 수 있는 가늠자가 되고 있다.

    18대 국회의원들에 대한 한 언론의 이념조사에서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보다 더 강경보수로 조사될 정도로 보수의 이미지가 강한 그가 보수적 근현대사에 천착함으로써 자신의 정통성을 한층 선명화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외에도 일본의 망언이 잇따르는 가운데 올바른 근현대사 역사를 강조한다면 국민적 지지도 상승을 가능케 할 수 있는 이슈라는 점,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 개선을 도모할 수 있는 기회라는 설도 유력하게 나오고 있다.

    당 관계자는 "근현대사는 결국 박정희 전 대통령을 다룰 수 밖에 없는데 긍정적 평가를 통해 박 대통령과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풀이했다.

    하지만 역사이념 논쟁을 정치 쟁점화할 경우 야당 전체를 종북으로 몰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정국을 더 경색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당장 민주당은 김 의원의 근현대사 모임과 교학사 교과서가 국사편찬위원회 검정 심의를 통과한 것과의 연관성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지난 5일 김 의원의 '좌파와의 역사전쟁' 발언 직후 "새누리당이 발족한 근현대사 역사교실에서 좌파와의 역사전쟁을 운운한 것은 한심한 발언"이라고 비판하면서 "민주당은 교학사판 역사교과서 검정 승인과 새누리당 간의 연관성에 주목한다. 명백한 역사마저 악용하려는 새누리당의 책동을 분쇄하겠다"고 말했다.

    안민석 의원도 김무성 의원을 겨냥해 "새누리당 차기 대선후보인 실세 의원이 새누리당 내 최대 계파모임을 만들면서 역사교과서를 중심에 뒀다"면서 "이 전쟁은 피할 수 없는 전쟁이 될 것 같다. 친일 독재세력과의 역사전쟁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역사를 정치권의 이념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도구로 끌어들이는 것 아니냐', '일본 우경화 정치인의 행보와 비슷한 것 아니냐'는 등 여론의 눈총도 따갑다.

    문화평론가 진중권 교수는 트위터를 통해 김 의원의 모임을 언급하며 "현역의원 98명이 소속된 것은 김 의원이 새누리당의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라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결국 새누리당이 집권하면 한국판 아베 정권이 탄생하는 셈이다. 집권여당의 의원 98명이 왜곡된 역사를 가지고 이 나라에 전쟁을 선포했다. 아주 심각한 사태"라고 비판했다.

    김무성 의원실 측은 "기존 교과서 중에서도 소위 좌편향 교과서가 있었다. 다양성 차원에서 교과서를 선택할 수 있는 게 좋은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역사관이라는 것은 팩트가 아니고 하나의 가치관이고 이념이기 때문에 그 이념에 따라 쓸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모임은 역사공부를 하기 위한 것"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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