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역 일부 학교에서 이뤄지고 있는 자살예방교육이 학생들에게 외면 받고 있다.
형식적 강의로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오히려 학생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우려다.
◈ 어느 학교의 자살예방교육, 들어보니 "친구를 왕따 시키고 괴롭히면 되나요?"
대전의 한 고등학교에서 열린 학교폭력 및 자살예방교육. 1,000명에 가까운 전교생이 교육에 참석했지만 강사가 던진 '뻔한' 질문에 대답은 몇 명에 그쳤다. 강사는 재차 학생들에게 대답을 다그쳤다.
"학교폭력은 학생 간에 발생하는 폭행, 협박, 따돌림에 의해 신체, 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행위…"라는 강사의 '뜻풀이'가 계속되자 곳곳에서 하품이 이어졌다. 일부는 아예 엎드려 자거나 고개를 돌리고 떠드는 모습이었다.
자살사건을 다룬 기사를 보여주거나 영상을 통해 '자살을 암시하는 행동', '자살하려는 사람 돕는 방법' 등이 안내되기도 했지만 학생들은 집중력이 떨어진 상태였다.
이날 강의는 학생 모두를 일으켜 '나는 절대로 자살하지 않겠다', '학교폭력을 하지 않겠다'는 문장을 따라 읽게 하는 '서약'을 마지막으로 끝났다.
교육에 참석한 이모(17) 양이 기억하는 것은 "떠들거나 조는 애들이 많아 선생님이 계속 화를 냈다"가 전부다.
이 교육은 학교 측의 요청으로 민간단체인 A협회에서 진행했다. 해당 단체의 교육은 지금까지 20여 개 학교에서 이뤄졌다.
고교생 조모(18) 양은 "중학교 때부터 계속 들어온 내용이다보니 다음에 무슨 말을 할지 다 예상이 됐다"며 "솔직히 자살이 뭔지, 학교폭력이 뭔지 누가 모르나. 그다지 도움이 되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 지루한 교육?…"해로운 교육 될 수도"이에 대해 교육을 진행한 한 강사는 "자살예방교육은 원래 지루한 것으로, 그래도 학생들을 위한 맞춤식 교육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의문을 제기한다. 유제춘 을지대병원 교수(정신건강의학)는 "아예 흥미를 잃고 외면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며 "인터넷이나 미디어에 익숙한 세대이기 때문에 잘 준비된 게 아니면 오히려 교육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임정수 가천의대 교수(예방의학)는 "자살 기사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학생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것 같지는 않다"며 "교육자료의 선별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단체 측이 강조한 '맞춤식 교육' 역시 최근 추세와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는 '감정', 특히 고통 표현이 서툰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자살예방교육 프로그램, '보고 듣고 말하기'를 개발해 보급에 나섰다.
충북의 한 대학에서는 자신과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할 기회가 없는 학생들을 위해 영정사진 체험 등을 통한 '죽음교육'을 선보이기도 했다.
대전시교육청은 내용 자체를 파악하지 못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