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금 회장의 웅진그룹과 강덕수 회장의 STX그룹이 좌초하면서 재계 샐러리맨 신화가 깨지고 있는 가운데 재계의 전통적인 6대 패밀리 성장세는 공고해지고 있다.
기업경영성과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가 지난 2007년부터 2012년까지 5개년 간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출자총액제한 일반기업 집단 내 범삼성, 범현대, 범LG, SK, 롯데, 범효성 등 6대 패밀리의 자산 총액 비중을 조사한 결과 2007년 말 59.5%에서 작년 말 67.7%로 8.2%포인트나 급등했다.
이 기간 내 6대 패밀리의 자산 총액은 525조 원에서 1천 54조 원으로 2배(100.8%) 넘게 불어났다.
같은 기간 출총제 기업 집단의 전체 자산총액은 883조 원에서 1천 558조 원으로 76.4% 늘어나는데 그쳤다.
6대 패밀리의 자산총액 증가율이 전체 출총제 기업 집단 증가율보다 24.4%포인트나 앞선 셈이다.
또 6대 패밀리를 제외한 나머지 출총제 기업집단의 자산증가율은 40.7%로 6대 패밀리의 절반에도 크게 못 미쳤다.
이 기간 국내 총생산(GDP) 증가율도 30.5%에 불과했다.
6대 패밀리의 순익 증가율은 자산 증가율보다 더 가팔랐다.
출총제 내 6대 패밀리의 순익은 2007년 37조원에서 작년 말 60조원으로 63.3% 늘었으며, 비중도 65.6%에서 91%로 무려 25.4%포인트나 뛰어 올랐다.
출총제 일반기업 집단 중 6대 패밀리에 속하는 18개 기업집단이 60조원의 이익을 올리고 나머지 34개 그룹이 거둔 이익은 6조 원에 불과했던 셈이다.
이 같은 6대 패밀리의 비중은 2011년 말 총제 집단 내 순위 31위였던 웅진과 작년 말 기준 13위였던 STX그룹이 좌초하면서 올해 말에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샐러리맨 신화의 주역이었던 두 그룹이 좌초하면서 현재 출총제 내에 남은 샐러리맨 창업 기업은 박현주 회장이 이끄는 미래에셋만 남게 됐다.
신선호의 율산, 김우중의 대우, 정태수의 한보 등 샐러리맨 신화 그룹들은 한결같이 빚으로 덩치를 키우다가 공중 분해되는 전철을 밟아 왔다.
6대 패밀리 중 자산총액 비중이 가장 높은 그룹은 범삼성으로 삼성, 신세계, CJ, 한솔을 합쳐 작년 말 기준 자산이 358조 원으로 출총제에 속한 일반기업 총 자산의 23%를 차지했다. 2007년 19.1%에서 3.9% 포인트나 뛰어 올랐다.
이어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현대, 현대백화점, 현대산업개발, KCC가 속한 범현대의 자산은 273조 원으로 17.5%의 비중이었다.
2007년 15.2%에서 역시 2.3%포인트 끌어 올렸다.
범삼성과 범현대가의 자산총액 비중 차이는 2000년 이후 4~5%포인트 대를 계속 유지하다 2011년 말 한때 2.7%포인트로 좁혀지기도 했지만, 삼성그룹의 계속된 선방으로 작년 말 5.5%포인트로 다시 2배 이상 벌어졌다.
LG, GS, LS로 분화된 범LG는 178조 원으로 단일 그룹인 SK(141조 원)를 제쳤다. 2012년 말 출총제 내 비중은 11.4%로 2007년 11.1% 대비 소폭 상승에 그쳤다.
5년 간 6대 패밀리의 자산총액 증가율 순위는 범삼성이 112.5%로 가장 높았고 이어 범현대 103.0% → 범효성 102.2% → 롯데 100.4% → SK 95.3% → 범LG 81.8%의 순이었다.
한편 올해 말 출총제에서 제외될 것이 확실시되는 STX의 자산증가 속도는 6대 패밀리보다도 빨랐고, 웅진도 평균치 이상을 기록했다.
STX는 자산이 2007년 10조 9천억 원에서 작년 말 24조 3천억 원으로 122.9%나 늘었고, 웅진은 4조 9천억 원에서 최고점인 2011년 말 9조 3천억 원으로 89.7%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