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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직인정 여군 父 "추모비 건립될 듯…감사해"

사회 일반

    순직인정 여군 父 "추모비 건립될 듯…감사해"

    "임신중 과로사 순직 결국 인정, 세상은 혼자가 아니네요"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故 이신애 중위 아버지, 이재학 씨

    지난 2월, 한 여군중위가 임신 7개월에 과로를 하다가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유족들은 ‘엄연한 순직이다‘ 주장했지만, 군에서는 ’일반사망‘ 으로 처리를 해버렸죠. 국가권익위원회마저도 ‘순직이 맞다. 권고결정’을 내렸습니다만, 군 측은 묵묵부답, 반응이 없었죠. 그래서 어제 저희가 고 이신애 중위의 아버지와 사전인터뷰를 했고요. 오늘 방송을 내보내기 전에 각 포털사이트에 그 인터뷰전문을 게재했습니다.

    그런데요. 이 기사가 나오자마자 뜨거운 여론의 반향이 있었습니다. 많은 국민들 분노했고요. 순직처리를 해야한다는 촉구가 터져 나왔죠. 결국 이 인터뷰가 포털사이트에 올라간 지 반나절 만에 육군본부에서는 ‘이신애 중위를 순직으로 인정하겠다’ 발표를 했습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는 순직으로 인정받은 고 이신애 중위의 아버지, 이재학씨를 연결합니다.

    ◇ 김현정> 마침내 육군본부가 순직으로 인정한다고 했습니다. 심경이 어떠세요?

    ◆ 이재학> 이 세상은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많은 분들의 도움이 순직 처리하는데 큰 힘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상당한 이슈가 됐다는 걸 혹시 아십니까?

    ◆ 이재학> 네. 얘기를 들었습니다.

    ◇ 김현정> 이런 여론이 영향을 좀 미쳤을까요?

    ◆ 이재학> 제가 정식적으로 육군에서 통보를 받진 못했지만 순직하는데 많은.. 큰 힘이 됐으리라 생각합니다.

    ◇ 김현정> 아마 딸 이신애 중위도 이 소식을 듣는다면 지금이라도 안도의 한숨을 쉬겠죠?

    ◆ 이재학> 네. 하늘나라에서 다 지켜보고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 김현정> 그래서 우리가 이 사건을.. 마음이 아프지만 거슬러 올라가 보겠습니다. 그러니까 딸이 사망한 게 지난 2월이었죠?

    ◆ 이재학> 네. 2월 4일, 7시 47분인가...

    ◇ 김현정> 그때가 임신 몇 개월 상태였죠?

    ◆ 이재학> 임신 7개월째로 접어들고 있었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마지막 사망 당시의 상황은 어떻게 된 겁니까?

    ◆ 이재학> 한 달 정도.. 아마 많이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훈련준비나 이런 거, 여러 가지로. 그리고 자기 책임감 때문에 열심히 하려고 했던 게 아마 본인 스스로 과로가 됐던 것 같습니다. 그 과로를 누구한테 하소연 하지 못했던 부분도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 김현정> 과로라면 도대체 어느 정도였나요?

    ◆ 이재학> 국민권익위원회에서 파악을 했더라고요. 1개월 초과근무가 53시간 됐을 정도면 밤늦게까지 근무했고, 또 새벽같이 출근을 한 걸로 파악됐습니다.

    ◇ 김현정> 만약 저녁 7시쯤 일이 끝났다면, 그때 산부인과에 가긴 힘들었을까요?

    ◆ 이재학> 인제군 전체에 산부인과가 없습니다.

    ◇ 김현정> 아, 하나도 없어요? 인제군 전체에?

    ◆ 이재학> 네. 하나도 없습니다. 인제군 뿐만 아니고, 시군구에 산부인과 없는 곳이 아마 4~50여개 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전국 시군구에 산부인과가 하나도 없는 곳이 4~50개 되는데, 주로 군부대는 그런 지역에 존재 하는 거죠?

    ◆ 이재학> 네. 민간지역하고 떨어진 곳에 많이 있고. 그리고 오지에도 군부대가 많이 있죠.

    ◇ 김현정> 그럼 업무 중에는 산부인과 가기가 어려웠을 거고. 휴가를 내보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도 드는데요?

    ◆ 이재학> 휴가는 1개월 전에 신청을 해야.. 원래 3월에 출산휴가가 계획되어 있었어요. 그래서 출산휴가까지 버티려고 많이 노력을 했죠.

    고(故) 이신애 중위.

     

    ◇ 김현정> 휴가를 나가려면 1개월 전에 신고를 해야돼요?

    ◆ 이재학> 네. 갑자기 휴가 가는 건 없습니다. 그래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가까운 곳에 병원이 있으면 휴가는 아니더라도 잠깐 갔다 올 수가 있는데, 조치를 받을 수가 있는데... 또 군인들은 위수지역이라는 게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 지역을 벗어나면 안 되는 건데, 간부들이나 병사들 다 포함됩니다. 그래서 인제군에는 산부인과가 없기 때문에 거기로 가려면 군 규정상 인제군을 벗어나야 합니다.

    ◇ 김현정> 그래서 휴가를 낼 수밖에 없는 거군요. 그런데 휴가는 1개월 전에 내야하니, 갑자기 아프면 어쩔 수 없는 게 되네요?

    ◆ 이재학> 갑자기 아픈 건 기본적으로 응급처치는 할 수 있어도 임신한 여성의 경우, 당장 아프면 산부인과부터 생각하지 어떻게 할 수 없거든요. 그것도 어려웠고... 퇴근해서 아프니까 제일 가까운 산부인과가 속초거든요. 지형의 특성상 높은 산을 넘고 해야 하는데요. 넘다 보면 아무래도 신경의, 그 스트레스가 자기도 모르게 몸에 발생을 하죠. 그러다 보니까 속초에 도착했을 때는 상황이 안 좋으니까 산부인과 의사가 ‘큰 병원으로 가보라’ 해서 강릉에 있는 아산병원으로까지 간 거죠.

    ◇ 김현정> 그게 마지막 사망 당시의 상황을 말씀하시는 거군요.

    ◆ 이재학> 네. 큰 병원에 갔을 때는 이제 뇌졸중 증세가 보여 가지고... 뇌졸중 중에서도 뇌경색이 아닌 뇌출혈로 그렇게 된 거죠.

    ◇ 김현정> 특히 군인정신이 상당히 투철했다고, 부대 안에서도 정평이 나있다고 들었습니다만?

    ◆ 이재학> 네. 그리고 토했어도 남한테 티 안내려고 화장실에서 구토하고, 또 씻고 오고요... 토하는 소리를 동료가 듣기도 했대요. 또 얼굴이 붓는 걸 동료들이 보고서는 왜 그러냐, 자꾸 물어보기도 했었나 봅니다.

    ◇ 김현정> 그런데 육군본부에서는 ‘그래도 이건 순직이 아니다. 일반사망이다.’ 구체적으로 뭐라고 했던 거죠?

    ◆ 이재학> 크게 두 가지로 나눠서요. ‘지금까지 여군이 생긴 이래로 임신 중에 사망한 여군이 없었다. 그런 판례가 한 번도 없었다.’ 그리고 과로로 인한 사망이면 순직처리가 되는데, 과로가 아니고 ‘네가 임신해서 죽었다. 그냥 단순히 사망이다.’ 이렇게 처리가 된 거죠.

    ◇ 김현정> 그래서 유족은 이걸 인정하지 못하고 권익위원회까지 갔던 거군요. 권익위원회는 ‘순직이 맞다.’ 여론도 ‘이게 순직이 아니고 뭐냐.’ 결국 육군본부도 순직처리로 방향을 바꾼 겁니다. 7개월간의 기간, 아버님에게는 굉장히 길었죠?

    ◆ 이재학> 계속 인내심을 갖고 기다린거죠. 최초에 정상적으로 순직이 됐다면 세상 사람들이 이 부분을 알겠습니까? 오히려 순직이 됐다면 우리는 그냥 국립묘지에 묻고... 어떤 사각지대에 이런 아픈 부분이 노출 안 됐을 텐데,..

    ◇ 김현정> 말하자면 여성 군인들에 대한 군대 내 부조리함, 이런 것들이 드러나지 않았을 거란 말씀이시군요?

    ◆ 이재학> 네. 우리 신애가 어떤 역할을 하고 세상을 떠났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시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것. 그리고 이걸 통해서 인제군 뿐만 아니고, 많은 지역에 지금 산부인과가 없지만 국가에서 해야 될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군 뿐만 아니고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이 대한민국 땅에는 분명히 있습니다. 그걸 소홀히 했던 부분이 이번에 부각 됐으니까 다시는 이런 아픔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 김현정> 아버님. 딸 이신애 중위의 유골을 아직도 아버님 방에 두고 계시다고요.

    ◆ 이재학> 네. 왜냐하면 이게 해결이 되기 전까지는 눈을 못 감겠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봉안소에 있는 것보다는 제 방에 갖다놨어요.

    ◇ 김현정> 차마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었던 그 딸을 이제는 보내실 수 있겠네요.

    ◆ 이재학> ...... 네. 하여튼 뭐... 국립묘지에 묻히게 되면... 제 마음의 짐이 한결 덜어지는 거죠.

    ◇ 김현정> 이신애 중위가 생명이 위독했음에도 아기를 낳고 숨을 거뒀다고요?{RELNEWS:right}

    ◆ 이재학> 네. 아무래도 위험하다고 판단한 모양이에요. 그래서 일단 아이부터 살리자. 제왕절개로 아기를 낳고 697g으로...

    ◇ 김현정> 임신 7개월에 697g. 그 아기는 지금 건강합니까?

    ◆ 이재학> 네. 아이가 이제 6개월 정도 됐습니다. 재롱도 떨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아기, 이름이 뭔가요?

    ◆ 이재학> 성우입니다.

    ◇ 김현정> 성우... 성우 예쁜 짓 많이 하죠?

    ◆ 이재학> 네. 귀엽죠. 웃기도 하고요. 근데 제가 성우 얼굴 쳐다보다가 마음이 아픈 게 신애를 또 많이 닮았어요. 그래서 예쁘다가도 신애 얼굴이 겹쳐지니까 마음이 그렇죠, 뭐... 마음이 그래가지고 눈물을 안 흘리려고 해도 눈에 눈물이 자꾸 맺혀지죠...

    ◇ 김현정> 아버님, 그래도요. 성우가 자라나서 엄마가 이렇게 국가를 위해서 일하다가 숨진.. 순직한 훌륭한 분이라는 걸 알면 자랑스러워 할 겁니다.

    ◆ 이재학> 네. 그래서 부대 자체 내에 추모비를 세우는 게 원래는 어려운데, 그걸 계획까지 다 했었어요. 5월 8일 어버이날에 기해서, 또 아이를 낳고 죽었기 때문에 어버이날 때 행사를 하려고 했었는데요. 순직처리가 안 되는 바람에 보류가 됐죠.

    ◇ 김현정> 그럼 이제 순직처리가 됐으니까 추모비 건립도 가능하겠네요?

    ◆ 이재학> 그건 사단장님의 재량 하에 행사가 있을 것이라 보고요. 사단에서도 순직처리를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 김현정> 아버님, 성우 생각을 해서라도 힘내시고요. 손자 잘 키우셔야 합니다. 늦게라도 이신애 중위의 명예가 회복된 것 같아서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어려운 가운데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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