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2시쯤 불의의 사고로 공군 제1전투비행단 소속 조종사 두 명이 순직했다.
이번 사고로 순직한 고 노세권 중령은 아내와 7살, 5살 두 아들이 있고, 고 정진규 소령은 아내와 5살 딸, 2살 아들을 두고 있어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고 노세권 소령, 2012년 영국 판보로 에어쇼에서 T-50 단기기동 선보여
고 노세권 소령
고 노세권 중령(추서계급)은 2002년 공군사관학교 50기로 임관해 총 1,491시간의 비행기록(T-50은 601시간)을 보유한 베테랑 전투조종사였다. 생도시절에는 졸업생 중 7등으로 학교장상을 받을 만큼 성적이 우수했고, 4년 내내 공사 축구대표로 활약하는 등 모든 운동에 소질을 보인 만능 스포츠맨이었다.
노 중령은 비행교육훈련 전 과정을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했으며, 전투비행단에서 KF-16 조종사로 근무하다 2010년 9월부터 조종사 양성을 위해 교관조종사로 활동했다. 지금까지 8개 차수에 걸쳐 160여명의 조종사를 양성하는데 기여했다.
2011년부터는 비행단 단기기동 시범 비행 조종사로 활동하며 '서울 ADEX 2011'에서 기동시범을 선보이기도 했다. 특히 지난 해 9월에는 영국에서 펼쳐진 판보로 국제 에어쇼에서 전 세계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T-50 단기기동 시범을 선보임으로써, 국산 훈련기의 우수성과 대한민국 전투조종사의 기량을 뽐내며 공군의 국제적 위상을 드높였고, 그 공로로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올해 초에는 비행단 비행기량 배틀(Battle)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비행기량 배틀(Battle)은 비행시뮬레이터를 활용하여 교관 조종사들의 비행능력과 비상처치능력을 겨루는 대회다.
◈고 정진규 대위, 삼수 끝 공사 진학 전투조종사 꿈 이뤄
고 정진규 소령
고 정진규 소령은 2003년 공사 51기로 임관하여, 총 1,228시간(T-50 324시간)의 비행기록을 보유한 정예 조종사다. 정 소령은 전투조종사가 되기 위한 일념으로 삼수 끝에 공군사관학교에 입학하였는데, 사관학교 생도시절의 정 소령을 기억하는 동기나 선후배들은 “인간적인 매력이 넘치는 남자이자 누구보다 국가관이 투철했던 군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졸업 후 입과 한 비행교육에서는 작전가능훈련 과정 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일찌감치 탁월한 조종 기량을 보여 왔다.
정 소령도 함께 순직한 노 중령과 비슷한 길을 걸어왔다. 2009년부터 KF-16 조종사로 전투비행대대에서 근무했으며, 2011년 6월부터 고등비행훈련과정 교관조종사로 근무하며 6개 차수 120여명의 후배조종사를 길러냈다.
특히 올 초에는 비행시뮬레이터 교육을 담당하는 지상교육대대에서 근무하며 탁월한 업무수행능력을 인정받아 국방부장관 표창을 수상했으며, 6월부터는 13-3차 고등비행훈련과정 담당관으로 24명의 학생조종사들의 비행훈련을 책임지는 중책을 수행해왔다.
이번 사고로 스승을 먼저 떠나보낸 학생조종사 하태욱(공사 60기, 27세) 중위는 "오늘 교관님과 비행시간이 같아서 격납고 앞에서 인사도 나눴고, 항공기에서 교신하는 목소리도 들었다. 순직하셨다는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학생조종사들의 고된 훈련과 고민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었고, 자신의 기량을 후배들에게 전수하기 위해 몸과 마음을 다 바치셨던 분이셨다."고 말했다.
정부는 순직한 두 조종사에게 각각 1계급 진급을 추서하고, 보국훈장 삼일장을 수여할 예정이다.
빈소는 28일 밤 10시부터 부대 내 기지체육관에 마련됐다. 29일(목)에는 성일환 공군참모총장과 백승주 국방부차관이 방문하여 조의를 표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인터넷 상에 차려진 사이버 분향소에도 1,000여 명의 네티즌들이 고인의 명복을 기원했다. 공군 예비역 병장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하늘을 지키다 하늘로 돌아간 두 조종사의 죽음은 어떠한 죽음보다 헛되지 않을 것"이라며, "편안한 마음으로 대한민국의 영공을 지키는 영원한 조종사로 남아주기 바란다."라고 추모의 글을 남겼다. 또한 지난 2010년 3월, F-5E 전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조종사 故 오충현 대령의 동생 오광현 씨도 "조국과 민족을 위해 헌신하신 두 분의 영면을 위해 간절히 기도한다."며 "“이제 출격의 긴장감이 없는 하늘에서 영원히 편히 잠드십시오"라고 애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