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가동에 들어간 개성공단 업체(사진=통일부)
개성공단이 5개월 여만에 다시 문을 연 가운데 입주 기업들은 추석 명절도 잊은채 공장 정상화 준비에 여념이 없다.
의류업체인 녹색섬유 박용만 대표(52)는 "공장이 5개월동안 중단돼 기계에도 녹슬고 냉장고 안의 음식물이 다 부패해 5대 중 2대를 버렸다"며 "추석 연휴 기간 중에도 기계를 새로 정비하고 보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5개월여 만에 만난 북한 근로자들을 만난 감회도 새롭다.
박 대표는 "그간 한 식구처럼 지냈는데 오랜 만에 봐서 너무 반가웠다"고 말했다.
다른 입주기업 관계자도 "그동안 얼마나 고생했는지 얼굴들이 너무 새까매져서 깜짝 놀랐다"며 "5개월동안 공장을 멈춘 것이 저 사람들한테도 상당히 어려움이 있지 않았겠나 인간적으로 연민의 감정이 들었다"고 털어 놓았다.
더구나 공장에서 미싱을 돌리던 손들이 다시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 같다는 걱정도 앞섰다고 김 대표는 전했다.
입주 기업들은 오는 19일 추석날 하루만 쉬고 연휴 내내 공장을 계속 가동할 예정이다.
그러나 재가동이 늦어지면서 주문 시기가 늦춰져 공장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어려움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개성공단기업협회 옥성석 부회장은 "정상화가 됐다 하더라도 바이어들의 주문량이 충분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풀 가동을 위해서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지 않겠나고 본다"고 말했다.
해외 바이어들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으로 옮겨가 주문량이 줄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더구나 공장 재가동으로 인해 최근 지급받은 남북경협보험금을 다시 한국수출입은행에 상환해야 하는 것도 기업들에게는 여간 부담이 아니다.
개성공단 정상화 촉구 비상대책위원회는 16일 성명을 내고 조업 정상화와 관련해 "개성공단 잠정 폐쇄와 같은 불행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에서는 확실한 보장책을 만들어 달라"고 촉구했다.
또 비대위는 "이번 사태로 경영 위기에 직면한 입주기업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주고 이미 지급한 보험금은 입주기업들이 안정화될 때까지 상환을 유예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수출입은행은 남북 당국이 개성공단 재가동에 합의한 직후 해당 기업에 17일부터 다음달 15일까지 보험금을 반납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공장 가동 중단으로 인한 손실에 해외 바이어들의 대거 이동으로 추석 명절을 맞는 소회가 그리 기쁘지 만은 않은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