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이적시장의 뜨거운 감자였던 손흥민(21)이 함부르크를 떠나 레버쿠젠으로 이적한 가장 큰 이유는 유럽 챔피언스리그 출전을 위해서였다.
마침내 밟은 꿈의 무대, 그것도 어린 시절부터 동경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홈구장 올드트래포트에서 챔피언스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맨유는 강했다. 하지만 데뷔전에서 값진 도움을 기록한 손흥민만큼은 화려하게 빛났다.
손흥민은 18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올드트래포드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맨유와의 A조 1차전에 선발 출전, 레버쿠젠이 0-1로 뒤진 후반 9분 시몬 롤페스의 동점골을 도왔다.
손흥민은 페널티지역 왼쪽 부근으로 돌파해 슛을 때렸다. 공은 수비수의 몸을 맞고 높게 튀었다. 손흥민은 빠른 판단력으로 다시 공을 확보해 뒤에서 기다리던 롤페스에게 패스를 내줬다. 롤페스는 환상적인 중거리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2010년 독일 함부르크 유니폼을 입고 유럽 무대에 진출한 손흥민이 3년만에 처음 경험한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 도움을 기록한 순간이었다.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리는 영양가 만점의 활약이었다.
손흥민은 어린 시절부터 맨유의 팬이었다. 맨유 선수가 골을 넣을 때마다 자신도 기뻤다고 했다. 맞대결을 꿈꿔왔음은 물론이다. 평소 좋아했던 팀과의 첫 공식전에서 공격포인트를 쌓으며 평생 잊지못할 경험을 했다.
하지만 손흥민은 맨유의 폭풍같은 득점 몰이에 더 이상 웃을 수 없었다. 레버쿠젠은 손흥민의 분전에도 불구하고 맨유에 2-4로 완패했다.
손흥민은 적극적으로 그라운드를 누볐다. 전반 13분 역습을 시도하는 웨인 루니를 가로막다 경고를 받기도 했다. 전반 27분에는 수비 진영 깊숙한 곳에서 발렌시아의 돌파를 저지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레버쿠젠은 맨유의 강한 압박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다. 전반 21분 루니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흔들렸다. 손흥민의 도움을 발판삼아 반격의 계기를 마련했지만 분위기는 금세 꺾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