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를 하루 앞둔 28일 오전 서울역에 한복을 입은 아이들이 엄마,아빠와 함께 기차를 타러 가고 있다. 황진환기자
추석연휴를 일주일 앞둔 지난 12일 오전 새누리당과 정부는 해양수산부를 세종시로 이전하기로 했다는 당정협의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채 2시간이 못돼 이 같은 당정협의 결과는 백지화됐다. 이 문제가 해수부의 부산이전에 목말라 있던 부산 지역의 추석 민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너무나도 잘 아는 청와대의 지적 때문이었다.
부산지역 국회의원들 사이에서도 왜 하필이면 추석을 앞두고 그런 걸 발표하느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날의 해프닝을 지켜보던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추석을 무서워하는 사람은 아마 정치인 밖에 없을 것”이라는 뼈있는 농담을 기자들에게 던졌다.
정치인들은 명절 때면 왜 이렇게 예민해지는 것일까?
명절은 자칫 잘못 보내면 정치인들의 무덤이 될 수 있지만 반대로 잘만 보내면 재선을 보장해주는 약속의 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추석을 하루 앞둔 18일 새누리당 서용교 의원(부산남을)은 지역의 재래시장들을 밤늦게까지 누볐다.
“오늘 하루 400명 정도는 만난 거 같다”는 전화선 넘어 그의 말에서는 선거운동 때와 같은 절박함이 묻어났다.
이미 지난 12일부터 본격적으로 추석 인사를 돌았다는 그는 “명절 때마다 돌다보니 시장 상인들의 얼굴도 거의 알게 됐다. 상인들로부터 정책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가 마치 초재기라도 하듯 촘촘히 지역을 도는 이유는 많이 듣는 만큼 민심을 정확히 읽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명절이야 말로 자신을 파는 가장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는 “때로는 공격하는 분들도 많지만 현안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하면서 친해지기도 한다. 나의 입장도 말하고 메시지도 던져드리면 자연스럽게 호감을 갖게 되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새누리당 홍일표(인천남구갑) 의원은 명절 인사는 일석 삼조의 효과가 있다고 소개했다.
명절 인사를 겸해서 좋고 현장을 돌며 실물경제를 직접 파악해보기도 하고 또 여론도 정확히 알게 돼 좋다는 것이다.
그 역시 명절 인사가 자신을 세일즈하는 한 방편이라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명절이면 가족들이 모이니 이야기가 많이 오고가고, 특히 술한잔 걸치다보면 정치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바로 거기에 정치인으로서 자기 이름이 한번이라도 더 오르내리게 할 수 있는 기회라고 모두들 생각하는 거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 신계륜(서울성북구을) 의원은 추석연휴 기간동안 지역구민들과 온오프 접촉을 병행했다.
4선 의원이라는 무게에도 불구하고 그는 휴대폰 문자를 이용해 일일이 명절인사를 전하는가하면 시장과 목욕탕을 돌며 지역민들과 인사를 나눴다.
특히 “명절 때 민심을 탐방하는 것이 정무적인 판단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오는 23일로 예정된 민주당 의원총회를 앞두고 명절 민심을 바탕으로 생각을 정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유은혜(고양일산동구) 의원은 자신의 휴대폰에 저장된 4000명에 이르는 지역 주민들과 통화와 문자를 주고받으며 추석 연휴를 보냈다고 했다.
그는 “연휴 전날까지는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홍보물을 배포했는데 연휴가 시작되면서는 신도시라서 재래시장 같은 상가가 없다보니 주로 전화통을 붙들고 지내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