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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일반

    "명절 대체휴일제? 딴 나라 얘기죠!"

    중소기업, 연차휴가로 '돌려막기'…도입돼도 혜택 못 봐

    귀성객. (자료사진)

     

    내년부터 설·추석·어린이날에 대해 대체휴일제가 적용된다. 이에 따라 2014년 추석에는 연휴에 포함된 9월 7일 일요일에 대한 대체휴일로 연휴가 끝나는 다음날인 10일에 쉴 수 있어, 총 닷새를 쉬게 된다.

    '빨간날'이 주말과 겹치면 한숨부터 푹푹 나오던 직장인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국내 S 대기업에 다니는 손모(25) 씨는 "올 추석 연휴는 사흘 다 평일이어서 다행히 전부 쉬었지만 지난 설날은 최악이었다"고 말했다. 2월 9일, 10, 11일의 사흘 연휴가 토요일, 일요일, 월요일이었기 때문이다.

    손 씨는 "내년부터는 미리 '운 나쁜' 연휴가 없는지 달력을 들춰보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니냐"며 화색을 보였다.

    (사진=이미지비트 제공)

     

    ◈ 연차 도둑 설·추석?

    하지만 대체휴일제 도입에 영 시큰둥한 직장인들도 있다.

    바로 취업규칙에 "추석연휴 3일과 설날연휴 3일, 그 밖에 국가공휴일을 연차 유급휴가로 대체한다"고 명시해놓은 회사에 다니는 이들이다.

    근로기준법상 1년에 80% 이상을 출근한 근로자에게는 연차 유급휴가 최소 15일이 주어진다. 하지만 이 같은 취업규칙을 적용하게 되면 명절 연휴 6일과 삼일절, 광복절 등의 국가공휴일에 쉬는 것이 15일 어치 연차휴가에서 자동 차감되는 셈이다.

    전 직원 150명 남짓의 서울 소재 IT 업종 회사에 다니는 A(36) 씨는 "명절에 쉬는 대신 연차를 도둑맞고 있었다는 것을 작년에야 알았다"고 말했다.

    인력에 비해 업무 강도가 센 업계 특성상, A 씨가 속한 팀도 지난해 여름 업무 과다에 시달렸다. 대책이 필요하다 싶어 팀원들이 모두 연차휴가를 활용해 한 달에 한 번쯤은 제대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그렇게 연차를 쓰며 지내길 몇 달째. 회사 본부에서 "연차 휴가가 하나도 남지 않았는데 왜 그렇게 매월 연차를 쓰느냐"는 연락이 왔다.

    연차휴가가 최소 15일은 될 텐데 이상하다고 여긴 A 씨는 회사 취업규칙을 살펴봤다. 거기에는 소위 '빨간날' 휴무를 연차휴가로 갈음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황당해서 노동부에 문의했지만 근로기준법 제 62조 유급휴가의 대체 규정에 따라 "사용자는 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에 따라 연차 유급휴가일을 갈음하여 특정한 근로일에 근로자를 휴무시킬 수 있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결국 올해 A 씨가 실질적으로 보장 받는 연차휴가는 총 17일 중 단 나흘뿐이다.

    경기도 안양 소재의 IT 관련 회사에 다니는 김모(37) 씨도 "어느 날 회사가 사내 게시판에 직원별로 잔여 연차휴가 일수를 붙여놨길래 보니 마이너스인 사람들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하루도 안 쉬었는데 잔여 휴가가 어떻게 마이너스일 수 있느냐"는 직원들의 원성에 "쉰 날짜가 연차휴가 15일을 초과해서 그렇게 계산된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노무사나 인권 단체 등에 문의해도 돌아오는 답변은 "법적으로 하자 없다"는 말 뿐이었다.

    (사진=이미지비트 제공)

     

    ◈ 법 바꾸려는 움직임 있었지만…힘없어 서글픈 작은 회사

    명절 연휴에 근로자들을 전부 쉬게 하기 부담스러운 소규모 사업장의 사정도 있겠지만, "아무리 법적 하자가 없다 해도 연차휴가의 취지 자체를 무시하는 행위"라는 것이 해당 근로자들의 불만이다.

    한국노총 부천상담소 관계자는 이를 두고 "30~50인 정도의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비일비재한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퇴직할 때쯤 재직 중에 미처 다 사용하지 못한 연차휴가를 수당으로 지급받으려고 청구했다가 '받아갈 수당이 없다'는 말에 진정을 넣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란 것이다.

    각각 사흘씩인 설, 추석 명절 연휴와 다른 공휴일들에 쉬는 것만으로도 자신도 모르게 연차휴가가 소모돼 없어졌다는 얘기다.

    게다가 대부분의 경우에는 연차를 소모하면서 명절에 쉬고 있다는 사실을 아예 모르는 채 회사에 다닌다.

    이 같은 취업규칙이 가능한 이유는 근로기준법 제62조에서 '특정 근로일에 근로자를 쉬게 할 경우 이를 연차휴가로 갈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임은 물론이다.

    또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명절 등 국공휴일은 기본적으로 법정휴일이 아니라 근로일이다.

    이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인 민주당 한정애 의원 등은 지난 4월 근로기준법의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한 의원 측 관계자는 "현재 정부와 새누리당에서 도입하기로 한 대체휴일제는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취업규칙상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인정하지 않고 연차휴가에서 차감하는 영세 기업에게는 혜택이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체휴일이 2~3일 더 늘어난다 해도 영세 기업 노동자들은 다 쓰지도 못하는데다, 돈으로 보상받지도 못하는 연차휴가만 2~3일 더 쓰는 꼴이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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