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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천안함 랩소디', 한번 터놓고 얘기해 보자는 것"

공연/전시

    "연극 '천안함 랩소디', 한번 터놓고 얘기해 보자는 것"

    [인터뷰] 연극 '천안함 랩소디' 배우 명계남

    천안함 폭침 사건을 소재로 한 연극 '천안함 랩소디'가 20일부터 대학로 예술공간 서울에서 공연을 시작한다.

    같은 소재를 다룬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가 개봉했다가 상영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시작하는 연극이라 눈길을 끈다.

    언제부턴가 '천안함'은 우리 사회에서 신성 불가침한 키워드가 됐다. 의심해서도 안 되고, 의심하면 '종북, 좌빨' 등으로 몰리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

    연극에 대한 이야기부터 천안함 사건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 등을 연극 '천안함 랩소디'에 출연하는 배우 명계남(61) 씨를 직접 만나 들어봤다.

    연극 '천안함 랩소디'에 출연하는 배우 명계남. (황진환 기자)

     

    ▶ 연극 '천안함 랩소디'는 어떤 내용인가.
    = 무대 배경은 어느 고물상이다. 등장인물은 4명. 고물상 주인 박달과 조수 억수, 고물상으로 커피 배달을 오는 다방 아가씨 연자 그리고 연자를 고용한 사장으로 추정되는 한 사람이다.

    고물상 조수 억수가 어느 날 안테나를 주워오는데, 외계인과 교신할 안테나라고 한다. 억수는 젊고 허황한 꿈에 사로잡힌 사람이다. 이 세상 모든 일은 외계인이 한 거라 믿는다. 천안함 사건도 외계인이 한 거라 믿는다.

    다방 아가씨 연자는 영화배우가 꿈이었다. 고물상으로 커피 배달을 왔다가 고물상 주인이 과거 영화를 만들었다는 알고 영화를 만들자고 조른다. 그러면서 자기 고향의 전설을 이야기한다.

    고향 백령도 바다 밑에 용궁이 있고, 자기는 공주 역을 맡고 싶다는 전설을 이야기하는데, 그때 고물상 주인 박달은 천안함 사건을 떠올리고, 다큐를 찍자고 나선다.

    연자가 늦게 오자 그녀를 고용한 듯한 한 남자가 찾아오는데, 그는 열혈 애국 청년이다. 박달이 천안함 영화 좀 만들며 노느라 늦었다고 하니, 열혈 청년은 "이거 빨갱이네"라며 분노한다. 그러면서 실랑이가 벌어지고, 서로 누가 맞는지 따져보고, 청문회 형식의 진실게임도 한다.

    이 과정에서 천안함뿐 아니라 우리사회에서 일어났던 국정원 사건, NLL 발언, 대선 개입 등을 아우르는 이야기가 나온다.

    지금 우리 사회의 숨겨져 있는 실체나 진실 등을 재미있는 형식으로 토론하면서 관객 호응을 끌어들여 보고자 했다. 나중에는 관객이 참여하는 부분도 있다.

    ▶ 천안함을 소재로 한 까닭이 있나.
    = 연극 소재에 제한은 없다. 우리 세상에서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들, 그것의 의미하는 것을 찾는 것이 연극의 사회적 역할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천안함 사건에 대한 발표가 끝나고 연극으로 재밌게 만들어 보자는 생각 있었다.

    ▶ 연극 제목을 듣는 순간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가 자연히 연상됐다. 영화와 어떤 차이가 있는가.
    = 영화는 다큐멘터리로 양측의 주장을 대비하면서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이더라. 연극 '천안함 랩소디'는 영화보다는 좀 더 자유롭고, 나이브하며, 직접적이기도 하고, 돌려치기도 한다. 영화보다 좀 더 열려 있는 구조로 할 수 있기에, 천안함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문제들을 다뤄봤다.

    ▶ 영화는 상영이 중단되는 일도 있었는데, 연극을 준비하는 동안 항의 같은 건 없었나.
    = 그런 건 없었던 거로 알고 있다. 아마도 연극이 잘 알려지지도 않아서 그런 것 같다. 그러니 뭐 사람들이 신경 쓰겠나? 그리고 영화는 대중 파급력이 있지만 연극은 그런 게 없기도 하다. 내용만 따지면 영화보다 연극 '천안함 랩소디'가 세긴 더 센데.(웃음)

     

    연극 '천안함 랩소디'에 출연하는 배우 명계남. (황진환 기자)

     

    ▶ 연극이 후불제더라. 독특하다.
    = 많은 이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와서 봤으면 하는 마음에 그렇게 했다. 입장료를 정한다는 게 어렵기도 하거니와, 연극을 열어놓고 하고 싶었다. 천안함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든 와서 보고 판단하라. 연극이 맘에 안 들면 돈 안 내고 욕하고 나가도 된다. 맘에 들면 느낀 만큼 돈을 내면 된다. 이런 식으로 열어놓자는 의미의 기획이다.

    ▶ 아까 영화 상영 중단 이야기도 했지만 언제부턴가 '천안함'이 우리 사회의 신성불가침의 키워드가 됐다. 이런 사회 분위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이 연극이 그런 걸 얘기하는 거다. 예술, 영화, 연극 등 창작 활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그런 걸 얘기하는 것이 본령이고 의무라고 본다. 할 수 있는 건데 스스로 지레 겁먹고 안하려는 것 같다. 지금 우리 사회가 그런 거 얘기한다고 잡아가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그리고 정부가 발표하면 무조건 다 믿어야 하는가.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지 않나. 뭔가 미진하니까 좀 더 설명해 달라는데, 안 해주니까 한번 알아보자는 거다. 정부가 막으면 진실에 대해서도 입 다물어야 한다는 건 웃기는 얘기다.

    ▶ 연극에서 말하는 '진실'이 뭔가.
    = 그 진실을 찾아보자는 거다.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 같다. 진실은 어딘가 있는데 그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것 같다. 이 사회에는 거짓말이 많아서, 드러나지 않은 게 많다. 그래서 "그거 찾아보면 안 돼? 찾아봅시다" 하고 연극으로 말해보는 거다.

    ▶ 관객들에게 하고 싶픈 얘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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