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사장이 떨어트린 수천만원이 든 돈 봉투를 한 중학생이 돌려준 이야기가 뒤늦게 알려져 훈훈한 감동을 준다.
지난 2일 경기도 수원시 매탄중학교 학교장 앞으로 자신을 한 중소기업 사장이라고 소개한 편지가 도착했다.
'저는 경기도 안산에서 중요한 서류 가방을 분실했습니다'로 시작한 편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지난달 25일 정오께 인천에서 자동차부품 제조·납품업체를 운영하는 김태식 대산정밀공업 사장은 안산의 한 거래업체와 일을 마치고 차에 올라탔다.
직원 월급과 거래업체에 결제대금을 줘야 하는 월말이다 보니 김 사장의 가방에는 사업상 중요한 서류와 어음, 수표, 현금 등 수천만원에 달하는 돈이 있었다.
일용직과 외국인 근로자에게 월급 일부를 현금으로 주기 때문에 돈 봉투는 제법 두툼했다.
사무실로 출발한 지 30분이 지났을까 다급한 목소리의 중학생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혹시 잃어버린 가방이 있습니까?"
김 사장은 반사적으로 조수석을 쳐다봤고 가방을 통째로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순간 하늘이 노래졌고 심장을 덜컹 내려앉았다. 가방을 찾지 못하면 타격이 클 터였다.
차를 돌려 거래업체 인근 주차장으로 가보니 웬 남학생이 가방을 가슴에 품은 채 서 있었다.
김 사장 눈에는 천사로 보였다고 했다.
축구부 합숙으로 주중에는 학교가 있는 수원에서 지내다 주말이면 집이 있는 안산으로 오는 진준한(14)군은 교복을 맡기러 세탁소에 가던 중 길가에 떨어진 검은색 네모난 서류가방을 발견했다고 했다.
가방을 열어보니 그 안에는 수많은 돈뭉치가 있었고 평소 '정직하게 살라'고 말씀하신 아버지가 떠올랐다.
아들의 전화를 받은 전 군 아버지는 '명함을 찾아봐라, 없으면 파출소에 연락해라, 돈은 절대 만지지 말라'며 차근차근 행동요령을 알려줬다고 했다.
다행히 진 군은 가방 안쪽에서 김 사장의 명함을 발견했고 바로 전화를 걸어 주인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
김 사장은 고마움에 그 자리에서 진 군의 부모님에게 전화해 사례를 보답하겠다고 요청했으나 '당연한 일을 한 것'이라며 정중히 거절했다고 했다.
그냥 지나칠 수 없다는 생각에 김 사장은 며칠 뒤 편지를 써서 학교에 보낸 뒤 직접 찾아가 진 군의 선행을 알리고 얼마간 장학금을 전달했다.
진 군은 "초등학교 때 아버지가 중요한 가방을 잃어버렸는데 모르는 사람이 주워서 찾아줬던 일이 기억났다. 아버지는 평소에 '남의 물건을 주우면 주인을 찾아 돌려줘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며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해야 하는데 이렇게까지 관심을 둬 쑥스럽다"고 겸손해했다. {RELNEWS:right}
그러면서 "친구들 사이에서 외모 때문에 '두더지'라고 불렸는데 이 일이 있고 나서 별명이 '천사'로 바뀌어 좋다"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김 사장은 "요즘 같은 세상에 이런 마음씨 가진 학생 없다. 앞으로도 마음을 다해 전 군을 뒤에서 후원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