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기초연금안이 확정됐지만 공약 원안보다 대폭 후퇴했다는 비판과 동시에 후세대들에게 불리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25일 발표한 기초연금 최종안에 따르면 "소득 하위 70% 노인들에게 월 10~20만원 씩 차등지급한다"고 결론 내렸다.
"모든 노인들에게 월 20만원을 준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원래 공약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소득 상위 30%인 207만명의 노인들은 공약에서 원천 배제됐다.
정부가 이처럼 공약을 대폭 수정한 것은 부족한 재원 때문이다.
양성일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국장은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을 주는 것은 재정의 지속 가능성에 한계가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노인 인구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로, 2060년에는 현재보다 노인인구가 3배 늘어나는 상황에서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증세없는 복지'를 고집하는 상황에서 재원을 최대한 줄여야한다는 압박감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기초연금 대상이 모든 노인에서 소득하위 70% 노인으로 대폭 축소됐다는 것 자체로 노년층 및 시민사회 단체의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시민사회단체 연합체인 '국민연금바로세우기국민행동'은 정부안이 발표되기 직전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이 되기 위한 공약 사기 사건"이라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여기에다 국민연금 가입기간과의 연계 방식은 젊은층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해 세대 갈등을 부추기는 모양새이다.
현재의 모델로는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12년 이상이면 20만원보다 덜 받게되고 가입기간이 20년 이상이면 10만원밖에 받지 못하는 구조이다.
복지부가 국민연금 속에 포함돼 있는 균등값(A값)과 기초연금을 연계하는 공식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현재는 대부분 노인들은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짧고 아에 가입하지 않은 노인들이 많아 상당수가 20만원을 다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후세대로 갈수록 국민연금의 가입기간이 늘어나기 때문에 기초연금액이 깎이는 비중도 늘어난다.
현재 노인들에게는 20만원을 지급하되, 후세대에는 기초연금을 점차 10만원대로 줄이겠다는 구상인 것이다.
이처럼 기초연금이 청장년층에 불리한 안을 확정함에 따라 공약 후퇴 논란과 함께 세대 갈등도 불거지고 있다.
노인들은 박근혜 대통령 공약 원안보다 후퇴하면서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고 젊은 세대들은 기초연금이 시간이 흐를수록 반토막 나는 사실에 분노하는 형국이다.
정부의 기초연금이 공약 파기 논란과 함께 젊은 세대에 불리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집단 반발 등 파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