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 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김현정의>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이 "케이블 종합편성채널 (종편PP) 네 곳 중 두 개 정도가 재승인 심사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이 비록 "원론적인 언급으로 가능성을 말한 것"이고 '가이드라인'이 아니라고 부연설명을 했지만 주무부처 장관인 방송통신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종편 2곳 탈락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경재 위원장은 또 종편들에 대해 "보도와 토론 프로그램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 며
"이는 심사과정에서 감점사유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종편PP 2곳, 왜 탈락한다는 말이 나오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정말로 종편 네 곳 중 두 곳이 탈락할 수도 있는 거냐?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 윤성호 기자/자료사진
= 가능성으로 말한다면 탈락할 수도 있고 탈락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심사를 하기도 전에 가이드라인이 정해져 있다면 확실하게 얘기 할 수 있겠지만 그건 아니라고 하니까 지금으로서는 가능성만 얘기하는 것이다.
문제는 탈락할 수도 있다는 언급을 주무부처 장관인 방송통신위원장이 직접 거론했다는
점이다.
이경재 방통위원장은 8일 오전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 초청강연에서 "심사위원들이 평가하겠지만, 종편 채널 네 개 중 두 개는 재승인이 안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8일 오후 기자간담회에서도 비슷한 언급을 했다.
이 위원장은 다만 "세미나에서의 질문이 '종편 두 개 정도는 탈락시킨다는 얘기가 있다' 는 것이어서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답변한 것"이라며 "이 언급이 가이드라인 제시는 아니"라고 부연 설명을 했다. 이 위원장은 또 "탈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지 탈락시킨다고는 하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경재 위원장은 "(종편PP)재승인 심사 기준을 엄격하게 만들었다고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애초 종편 두 개가 적당하다는 자신의 생각과 연관 지어 한 얘기"라고 덧붙였다.
방통위는 지난달 종편 재승인 심사기준안을 의결하면서 '조건부 재승인'뿐 아니라 '재승인 거부'도 가능하도록 했다.
▶ 그러니까 "탈락시키겠다"가 아니라 "탈락할 수도 있다"는 것이냐?= 그렇다. 아직 재승인 심사를 위한 심사위원회도 구성되지 않았는데 미리 탈락시키겠다는 건 사실 말이 안 되는 얘기다. 이경재 위원장의 언급은 아주 원론적인 것으로 재승인 심사를 하다보면 탈락할 수도 있고 탈락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그런 취지인 것이다.
심사를 하기 전에 두 개의 종편을 탈락시키겠다는 지침이나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정해졌다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방통위 실무관계자는 "이경재 위원장의 언급은 가능성을 얘기한 것으로 원론적인 수준의 답변" 이라고 말했다.
▶ 이경재 위원장이 종편에 대한 재승인 심사를 엄격하게 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지 않았나?= 그렇다. 이경재 위원장이 취임 초기에는 종편을 배려하는 듯한 발언으로 논란이 일었는데 이번에는 작심한 듯 "종편 네 곳 중 두 곳이 탈락할 수도 있다"거나, "재승인 심사를 엄격하게 하겠다"고 언급하고 나섰다.
그래서 종편들 중 재승인 심사에서 탈락하는 곳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도는 것이다.
이경재 위원장은 8일 기자간담회에서 "(종편의 편성 중) 지나치게 보도 토론이 많다" 그래서 "(재승인 심사 기준 중) 공정성 배점을 늘렸고, 편성부분 배점을 늘렸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그러면서 "편성의 균형성을 갖도록 하는 방향으로 심사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또 "토론 프로그램 편성 비중이 너무 높고 토론 과정에서 출연자들의 우발적인 막말 등 방송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경우가 있다"면서 "자신도 종편으로부터 터무니없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경재 위원장은 "종편들이 케이블SO나 IPTV 등에 대해 수신료를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도 의무전송으로 정해진 채널들은 수신료를 받을 것이 타당하지 않다"면서 "의무전송으로 지정된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 정부가 재승인 심사에서 종편을 탈락시킬 수 있을까?= 김현정 앵커는 가능하다고 보나?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하기는 어렵겠지만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운 문제다. 방통위 관계자들이나 방송전문가들에게 물어보니 한결같이 "종편을 탈락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답변했다.
방통위의 한 고위관계자는 "재승인 심사 기준안이 타이트하게 만들어지진 했지만 현실적으로 탈락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 가지 조건을 붙여서 조건부 승인을
할 수는 있겠지만 탈락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방통위의 실무관계자도 "심사위원들의 심사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탈락하는 종편이 나올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에 종편이라는 특혜를 안겨준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이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신문 산업은 10년 뒤면 문을 닫을 수도 있다. 신문 산업의 출구전략으로 문을 열어 준다는 차원에서 종편을 승인해 주면서 누구는 주고 누구는 안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다 줬다" 최 전 위원장의 이런 발언은 특혜를 줬다는 걸 인정한 것이다.
그런데 3년이 지난 시점에서 정부가 종편의 사업권을 탈락 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 그렇다면 왜 이경재 위원장은 탈락 할 수도 있다는 얘길 한 것이냐?= 여러 가지 복선이 깔린 발언으로 보인다.
첫 번째는 이경재 위원장으로서는 손해날 것이 없기 때문이다.
바둑에 '꽃놀이 패'라는 게 있다. (꽃놀이패 : 한 쪽은 져도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으나, 다른 한 쪽은 반드시 이겨야만 큰 피해를 모면할 수 있는 패를 말한다.) 이경재 위원장은 아주 원론적인 말로 재승인 탈락하는 종편이 나올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탈락할 수도 있고 안할 수도 있다는 원론적인 얘기를 했다.
그렇지만 재승인 심사를 받아야 하는 종편의 입장에서는 탈락할 수도 있다는 말은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는 것이다. 수천억 원을 들여서 종편사업 승인을 받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대부분의 종편사들이 자본금을 까먹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재승인 심사에서 탈락한다면 대주주인 조선일보나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의 신문사 자체의 존립이 흔들릴 수도 있다.
그래서 방송계 일각에서 '종편 길들이기 용 포석' 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한다. 종편들로서는 심사가 끝나는 내년 3월까지 방통위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심사위원 구성의 권한을 지닌 이경재 위원장의 입김이 세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난해 종편 4사의 총 매출은 2263억 원이고, 영업적자 규모는 총 3097억 원이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3~4년 뒤면 자본금 3000~4000억을 모두 잠식하게 된다.
두 번째는 '종편 봐주기' 또는 '종편 특혜'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9월 5일 종편PP 재승인 심사기본계획을 의결하면서 종편 봐주기 논란이 제기됐다. 그런데 이경재 위원장이 네 곳 중 두 곳이 탈락할 수도 있다는 언급을 함으로서 종편 특혜 논란을 잠재울 수 있기 때문이다.
언론들이 탈락가능성에 주목해서 보도를 하지 종편에 또 다른 특혜를 주는 문제에 대해서는 크게 취급을 하지 않고 있다. 종편의 전송방식 문제나 종편의 광고영업 방식 변화에는 크게 주목하지 않고 있다.
세 번째는 일종의 '제목장사'를 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기자출신으로 국회의원 4선을 한 이경재 위원장이 종편 탈락 가능성을 언급하면 언론이 어떻게 보도할 것이라는 건 충분히 예견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공식적인 기자간담회를 앞두고 열린 강연에서 '종편 네 곳 중 두 곳 탈락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언론보도를 의식하고 발언을 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경재 위원장을 잘 아는 언론인 출신의 한 고위공직자는 "노회한 정치인으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발언"이라면서 "이 위원장으로서는 나쁠 것이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치인은 자신이 죽었다는 부고 외에는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자주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이 좋다"는 말처럼 언론의 보도를 의식한 의도된 발언이라는 분석이다.
▶ 이경재 위원장이 종편의 의무전송(머스트 캐리) 지정도 잘못된 것이라는 언급을 했다는데?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그렇다.
이경재 위원장은 8일 기자 간담회에서 "우리 법이 잘못된 게 종편을 머스트 캐리로 지정한 것이다. 아마 머스트 캐리를 안 해도 케이블 TV쪽에서 실어줬을 것이다. 개념들을 모르고 법을 만든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공공채널은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채널로 당연히 의무전송 채널이 되는 것이고 공익채널은 민간자본으로 운영하는 채널인데 일반 PP 중 머스트 캐리를 요구해 심사를 통해 선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그런데 공공채널인 EBS를 공익채널로 지정한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경재 위원장은 특히 종편들이 케이블SO등에 대해 수신료를 요구하는데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이 위원장은 "서비스를 해주고 콘텐츠료를 받겠다는 건 종편으로서 요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원래 자유계약에 의한 것이다. 다만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의무전송채널의 경우 수신료를 안 받는다. 국민 편익을 위해서 제공되는 의무전송채널 외에는 자유계약이 원칙이다"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미국 FCC 방문 당시 상임위원과 나눴던 대화를 상기시키면서 "미국에서도 의무 전송 채널은 시청자 권리를 위해 오히려 송신료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JTBC, TV조선, MBN, 채널A 등 종편 채널 4사와 YTN과 뉴스Y 등 보도PP는 현재 KBS 1TV와 EBS, 그리고 각종 공익채널과 함께 유료방송플랫폼에서 의무 전송 채널로 규정돼 있다.
▶ 종편 재승인 심사는 언제 이뤄지나?= 내년 1월 쯤 재승인 심사위원회가 구성되고 2월 중 재승인 심사를 의결할 예정이다.
관건은 심사위원이 어떻게 구성되느냐와 심사위원장을 누가 맡느냐가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심사위원은 그동안 통상 11명으로 구성했는데 종편 재승인 심사위원회는 15명으로 구성된다. 심사위원회는 위원장과 방송, 법률, 경영.회계 등 전문 분야별 심사위원 14인으로 구성하도록 심사계획안이 만들어졌다.
방통위는 종편의 9개 심사사항을 평가해 1000점 만점에 총점이 650점 미만이면 조건부 재승인 또는 재승인 거부를 의결하기로 했는데, 총점이 650점이 넘더라도 개별 심사사항의 평가점수가 배점의 50% 수준에 미달하면 조건부 재승인 또는 재승인 거부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심사위원장은 방통위 상임위원 중에서 선임할 지 아니면 외부에서 맡게 될 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경재 방통위원장은 "자신은 심사위원장을 맡지 않겠다"면서 "방통위 상임위원 중에서 위원장을 맡을지 아니면 외부에서 맡을지 좀 더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방통위 상임위원 중에서 맡을 경우 공무원 출신인 김대희 상임위원이나 언론사 출신이 아닌 양문석 상임위원이 가능하다.
이경재 위원장과 김충식 부위원장은 동아일보 출신이어서 제척사유에 해당된다는 것이 이경재 위원장의 설명이었고 KBS출신인 홍성규 상임위원은 맡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