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명승권 국립암센터 발암성연구과장
‘국가가 담배제조 판매를 법으로 허용한 건 위헌이다.’, ‘담배를 피울 건지 말 건지는 전적으로 개인의 선택이니까 위헌 아니다.’ 여러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난해 1월 담배제조와 판매 등에 관한 사안을 규정한 담배사업법에 대해서 헌법소원이 제기가 됐는데요. 어제 첫 공개변론이 열렸고, 상당히 치열한 공방이 오고 갔습니다. 대체 위헌이라는 분들은 왜 위헌이라고 주장을 하는 건지, 직접 들으면서 여러분의 생각 정리를 해 보시죠. 헌법소원을 청구한 분이세요. 국립암센터 명승권 박사가 연결돼 있습니다.
◇ 김현정> 이번 헌법소원은 몇 명이 참여하신 건가요?
◆ 명승권> 이번에 총 9명입니다. 작년 2012년 1월 일에 흡연자로서 현재 폐암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인 2인, 임신 중으로 간접흡연의 폐해를 염려하고 있는 2인, 청소년보호법상 갓 19세가 되어서 담배를 적법하게 구입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2인, 그리고 미성년자로서 장차 흡연에 피해를 입을지 모르는 1인, 그리고 의료인으로서 흡연 관련 질병을 치료하면서 금연 및 담배제조 판매 금지운동을 전개해 온 2인 등 총 9명이 ‘국가가 인체 유해물질인 담배를 제조하고 판매하는 근거를 마련하고 이를 보장하고 있는 담배사업법. 이것이 헌법상에 명시된 기본권을 침해하게 되어 이 사건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하게 된 것입니다.
◇ 김현정> 어떤 기본권이요?
◆ 명승권> 담배는 마약이나 다름없고요. 흡연을 통해 60여 종의 발암물질이 생성되는데요. 모든 암의 약 30%, 그리고 심혈관질환, 만성 폐 질환 등의 주요 원인이 됩니다. 국민의 건강을 해치고 있는데, 국가는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담배사업법을 통해 담배유통을 보장함으로써 헌법상에 보장된 보건권, 그리고 생명권, 행복추구권, 그리고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침해하기 때문에 위헌소송을 제기한 것입니다.
◇ 김현정> 정부에서 기재부가 반대편인 거죠?
◆ 명승권> 맞습니다.
◇ 김현정> 오늘 반대편이 안 나오셨으니까 제가 대신 좀 반론을 하자면, ‘인류의 오랜 기호식품인 담배를 전면 금지하는 건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거다. 흡연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으면 그건 전체주의 사회다 다름없다.’ 이렇게 얘길 하던데요?
◆ 명승권>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담배에 대해서 기호품으로 인식을 해 오고 있는데요. 이제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의학적으로 담배는 마약이나 다름없고요. 담배 연기에는 60여 종 이상의 발암물질이 들어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어제 그 부분에 대해서 ‘마약같이 중독성 없다.’ 이런 반론도 있는데요?
◆ 명승권> 그건 전혀 의학적인 부분을 모르고 하는 소리 같습니다. 왜냐하면, 지금 마약류 중에 대마초나 필로폰, 이런 것보다 훨씬 중독성이 강합니다. 마약이라는 건 중독성이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예를 들어서 흡연자의 경우 하루에 보통 15개비에서 20개비 정도를 피우게 됩니다. 담배 1개비를 피우고 나서 금단증상 때문에, 신체적 의존 때문에 1시간 이내에 다시 한 번 담배를 물게 되죠. 그래서 하루에도 10여 차례 이상은 피울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대마초나 다른 마약의 경우는 이렇게 한 시간마다 이런 금단증상이 일어나거나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중독성에 있어서는 정신의학계에서도 마찬가지고요. 중독성은 가장 강한 것으로 인식이 되고 있습니다.
◇ 김현정> 또 ‘금연한 사람들 조사해 보면 90%는 자발적인 의지로 금연에 성공했다. 마약은 그렇게 안 된다. 자발적으로 끊어지지가 않는다. 마약과 담배는 다르다.’ 이렇게도 얘기를 하는데요?
◆ 명승권> 그건 통계에 대해서 전혀 무지한 발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일반적으로 흡연자들 중에 자신의 의지로 금연을 시도하라고 했을 때, 6개월이나 1년 후에 금연에 성공한 사람은 3% 내지 5%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것은 우리나라 통계뿐만이 아니고, 지금까지 나온 전 세계적인 연구결과를 전부 다 종합해 보면 그렇게 나옵니다. 90%라고 얘기한 발언은 아마도 ‘끊은 사람 중에서 어떻게 끊었냐 했을 때, 자신의 의지로 끊었다’ 하는 게 90% 이상 될지 모르겠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전체에서 끊은 사람 자체가 3%에서 5%밖에 안 된다?
◆ 명승권> 그렇죠. 그렇기 때문에 금연치료라는 게 의학적으로 지금 약들이 나와 있고요. 니코틴패치나 껌 같은 게 있지 않습니까? 이런 게 니코틴 대체요법이라고 하는데요. 중장기 성공률이 15%를 넘지 않습니다.
◇ 김현정> 붙여도 그 정도 성공률밖에 안 돼요?
◆ 명승권> 그렇습니다. 그러나 그거보다 조금 더 성공률이 높은 게 6년 전에 나온 신약인데요. 그 약은 한 30%까지 나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0%는 끊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자료사진)
◇ 김현정> 중독성 부분을 설명하셨고. 다시 얘기를 앞으로 돌려서 이 얘기가 나올 때 첫 번째로 꼽는 반론이 ‘선택의 자유’입니다. 인간에게는 개인선택의 자유가 있는데 왜 그걸 침해하느냐. 충분히 유해한 거 알면서도 피겠다. 뭐라고 답하시겠어요?
◆ 명승권> 이거는 담배 자체를 법적으로도 보호해 주고 유통을 시키기 때문에 그런 선택은 있을 수 있겠죠. 예를 들어서 마약 같은 경우에도 우리가 법적으로도 유통을 허락하게 하면, 그거는 피울 수 있게 선택권을 주는 거죠.
◇ 김현정> 마약처럼 아예 금지를 해 버리면 된다?
◆ 명승권> 그렇죠. 그런 의미죠. 담배는 어떤 마약보다도 중독성이 강한데다가 문제는 중독성뿐만이 아니고요. 각종 질병의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이미 다 알려져 있다는 것이죠.
◇ 김현정> 지금 마약을 국가가 합법적으로 판매하지 않는 것처럼 담배도 이걸 합법적으로 판매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
◆ 명승권> 네. 그런데 배경을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사실 담배라는 게 전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지게 된 게 한 4, 500년 됐는데요. 그 유해성, 즉 ‘건강에 해롭다’ 이렇게 알려진 거는 1960년대 이후입니다. 담배산업은 1930년대 굉장히 발전했죠. 그렇지만 그 당시만 하더라도 의학적으로 예를 들어 담배를 피우면 폐암이 생기는지, 이런 원인이 별로 입증이 안 된 상태입니다. 그런 상태에서 지금 어마어마하게 담배산업은 커졌고요. 국가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세수익에 엄청나게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아마도 쉽게 그걸 금지한다는 생각은 갖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합니다.
◇ 김현정> ‘해외의 경우를 보니까 부탄이라는 나라가 금지하고 있고, 호주의 한 주가 금지하고 있는 것. 그게 전부다. 왜 우리나라만 그렇게 하느냐.’ 또 이렇게 말하는 분들이 계세요.
◆ 명승권> 그런 식으로 얘기하면 어떤 사회 발전에 있어서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은 시작할 수가 없겠죠. 부탄의 경우에는 2003년도에 담배판매를 일체 금지했습니다. 2004년에는 세계 최초로 전국에 걸쳐서 담배판매금지법을 시행을 했죠. 그리고 호주의 테즈메니아 주 같은 경우에는 다른 주에 비해서 흡연율이 좀 높습니다. 다른 데는 15% 내외인데, 여기는 26% 되거든요. 그래서 주 의회에서는 2000년 이후 출생자가 만 18세가 되는 2018년부터 담배판매를 일체 금지하는 규제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시행하는 나라가 적다고 해서 못할 이유는 아니라는 말씀이네요. 다른 부수적인 부작용을 걱정하는 분들. ‘우선 담배농가나 담배 소매상들 어떻게 하느냐. 당장 담배판매 금지하면 세원이 줄어든다는 점. 이건 어떤 대안이 있겠느냐.’ 뭐라고 답하시겠어요?
◆ 명승권> 그 부분이 굉장히 중요하죠. 지금 사실 이게 결정이 된다 하더라도 바로 담배를 팔지 못하거나 이렇게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최소한 10년 정도는 유예기간을 두고요. 담배 대체 세원개발, 그리고 담배제조회사나 관련 종사자 소득보전 방안, 그리고 생산농가에 대한 대책, 밀수나 통상마찰 등에 관한 계획들을 10년 동안 시행하고요. 흡연인구가 사실 25% 내외됩니다. 여성의 경우는 5% 미만이고 남성이 40%가 조금 넘는데요. 흡연자들이 금연할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을 해 줘야 됩니다. 담배 끊는 약도 지원을 해 주고요. 그리고 10년 동안 흡연율을 최소화시킨 다음에 이 법이 시행돼야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