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검찰이 효성그룹의 탈세 의혹과 관련해 압수수색을 실시한 가운데 서울 마포구 공덕동 효성본사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윤성호 기자/자료사진)
검찰이 수천억대 탈세의혹과 관련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돈인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자택과 효성그룹에 대한 전격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향후 수사 방향과 강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일단 서울국세청으로부터 수사의뢰 받은 탈세 수사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관련 수사가 전 정권에 대한 정관계 로비 수사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윤대진 부장검사)는 11일 오전 검사와 수사관 60~70명을 서울 공덕동 효성그룹 본사와 서울 반포동 효성캐피탈, 조석래 회장·조현준 사장·조현문 전 부사장·조현상 부사장 등 그룹 임직원 자택 8~9곳으로 급파해 각종 문서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회계자료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국세청으로부터 넘겨받은 자료와 이날 압수한 자료들에 대한 분석이 마무리되는 대로 관련자들을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효성그룹과 조석래 회장 일가가 받고 있는 혐의는 크게 두 가지다. 거액의 부실을 감추기 위해 회계장부를 조작하고 차명으로 조석래 회장 등 오너 일가의 재산을 관리했다는 것.
앞서 국세청은 지난 5월 말부터 효성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여 지난달 26일 조세범칙조사심의위원회에서 탈루세금 추징과 검찰 고발을 결정했다. 고발 대상에는 조 회장과 이상운 부회장, 조 회장의 개인재산 관리인인 고모 상무, ㈜효성이 포함됐고, 국세청은 조 회장 등 3명을 출국금지했다.
효성그룹은 1997년 외환위기로 해외사업에서 대규모 부실이 발생하자 이를 감추려고 10여 년 동안 매년 일정 금액씩 나눠 해소하는 식으로 1조 원대 분식회계를 벌여 세금을 탈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 회장 일가는 1990년대 이후 주식 등 1천억 원이 넘는 차명재산을 관리하며 세금을 탈루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효성그룹과 조 회장 일가가 법인세와 양도세 등 4천억 원 상당의 세금을 탈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조 회장 일가는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회사 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과 계열 금융사인 효성캐피탈을 오너 일가의 사금고(私金庫)처럼 이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해외 법인 명의로 거액의 돈을 빌려 페이퍼컴퍼니에 대여한 뒤 '회수불능'의 매출채권으로 처리하고서 이 은닉 자금을 국내 주식 거래에 썼다는 의혹도 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발생한 거액의 양도차익에 따른 세금을 내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는 CJ그룹 이재현 회장이 썼던 수법과 비슷하다.
아울러 금융감독원은 지난 4월 오너 일가 등 특수관계인 대출의 적정성을 검사하는 과정에서 조 회장 일가가 회사 임원들 명의로 수십억 원의 차명대출을 받은 사실을 적발하기도 했다.
효성그룹과 오너일가에 대한 이 같은 혐의는 이미 국세청의 세무조사나 금감원 조사에서 대부분 드러난 만큼 검찰 수사는 제기된 혐의들을 형사처벌 하기 위한 증거를 모으고 제기된 의혹을 입증하는 방향으로 수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향후 수사과정에서 500억~600억대 조세포탈 혐의가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탈세와 달리 조세포탈은 형사처벌이 가능하다.
검찰은 일단 "수사 의뢰받은 효성그룹의 탈세 수사가 이번 수사의 핵심"이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수사를 진행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가 국세청 고발사건을 바탕으로 CJ그룹을 수사해 이재현 회장 등을 횡령과 배임 혐의로 구속기소한 전례가 있어 효성그룹에 대한 수사 역시 횡령과 배임 부분도 수사 대상이 될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