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철인 28호?' 두산과 준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투수 중 유일하게 전 경기에 출전해 맹활약한 넥센 필승 불펜 한현희.(사진=넥센 히어로즈)
프로야구 넥센-두산의 준플레이오프(PO) 5차전이 열린 14일 목동구장. 경기 전 넥센 불펜 한현희(20)는 "힘들지 않느냐"는 말에 "팀이 원하면 나가야죠"라며 슬며시 웃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현희는 4차전까지 양 팀 투수 중 유일하게 전 경기에 출전했다. 그것도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승부처에 투입됐다.
그럼에도 무실점 평균자책점 0을 기록했다. 1차전 1이닝 무실점(투구수 15개)으로 팀 승리를 뒷받침했고, 2차전 2이닝 무실점(투구수 26개)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3, 4차전에서 비록 팀은 졌지만 한현희는 각각 2⅓이닝(33개)과 2이닝(21개)을 막아냈다. 여기에 불펜 대기 투구까지 감안하면 체력 소모는 더 컸다.
이제 데뷔 2년 차 싱싱한 젊음이지만 긴장감이 다른 포스트시즌 연투는 힘이 들 수밖에 없다. 한현희는 "나는 사람이지 철인 28호가 아니에요"라며 에둘러 표현했다.
부담감도 가중되고 있다. 한현희는 "처음 4경기 잘 했는데 가장 중요한 오늘 못 하면 비난이 날아올 수 있다"면서 짐짓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하지만 경기를 치를수록 즐기는 모습이다. 한현희는 "처음에는 정말 떨렸다"면서 "특히 3차전에서 끝내기 안타를 맞을까 봐 두려웠다"고 털어놨다. 당시 한현희는 3-3으로 맞선 9회말 1사 3루에 등판해 홍성흔을 뜬공, 이원석을 땅볼로 잡아내 위기를 넘겼다. 한현희는 "어깨에 힘을 빼고 던지니까 잘 되는 것 같다"며 웃었다.
5차전에서도 한현희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냈다. 0-3으로 뒤진 6회 등판해 2⅔이닝 동안 삼진 3개를 잡아내며 무실점으로 막았다. 5차전까지 5경기 9이닝 2피안타 6탈삼진 4볼넷 무실점, 1경기로 따지면 완봉투인 셈이다. 역시 양 팀 투수 중 유일한 전 경기 출전이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한현희에 대해 "가장 많이 성장한 투수"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힘으로 던졌던 1, 2차전 이후 밸런스를 잡고 투구를 했다는 것이다.
한현희는 지난해 데뷔 시즌 43경기 69⅓이닝 3승4패 7홀드 평균자책점(ERA) 3.12를 기록했다. 올해는 69경기 67⅓이닝 5승1세이브 27홀드 ERA 3.21을 기록하며 홀드왕까지 차지했다. 경기 수는 더 많았는데 이닝은 줄었다. 짧았지만 승부처에서 투입됐다는 뜻이다.
두산과 준PO에서 아쉽게 2연승 뒤 3연패로 가을야구를 마감한 넥센. 그러나 미래의 팀 기둥 한현희의 경험과 성장이라는 값진 결과물은 확실하게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