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전 검찰총장(자료사진/ 윤성호기자)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추진했던 검찰 개혁안이 채 전 총장 사퇴 이후 주춤거리고 있다. 대검 중수부 폐지에 이어 9~10월로 시행시기를 못박았던 개혁안들이 여태껏 잠들어있어서다.
채 전 총장은 지난 7월 취임 100일을 맞아 검찰개혁안을 발표하면서 ‘검사 이의제기권 행사 지침’을 제정해 9월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검사가 상부로부터 부당한 수사지시를 받았을 때 서면으로 이의를 제기하고 기록으로 남기는 것을 의무화하는 제도다.
가령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신병처리 방향에 대해 상부의 지휘가 수사팀의 의견과 다르다면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이는 모두 기록이 남는다. 검찰 상부에서 수사 검사에게 무리한 지휘를 하는데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전해철 의원이 16일 공개한 법무부의 서면답변을 보면, 법무부는 여전히 “지침 제정을 검토 중”이었다. 검사가 그동안 이의제기를 했던 건수나 처리 결과에 대해서도 별도로 작성해 관리하고 있지 않았다. 전 의원은 "채 총장이 사퇴한 상태여서 잘 진전되지 않은 것 같다. 제대로 시행될 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004년 검찰청법 개정으로 검사의 이의제기권이 규정됐지만 구체적인 방법 등이 정해지지 않아 사실상 사문화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대표적으로 지난 2월 1960년대 반공법 위반 재심 사건에서 검찰 지휘부의 판단을 따르지 않고 무죄를 구형했던 임은정 검사에게 법무부가 징계를 내린 사례가 있다. 당시 임 검사는 사건을 다른 검사에게 넘기라는 상부의 지시에 대해 부당하다며 ‘이의제기권’을 서면으로 제기했지만 검찰 상부는 이를 사실상 묵살했었다. 실질적 보장 절차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채 전 총장은 지난 7월 개혁안을 발표하는 기자간담회에서 “이의를 제기했다고 인사에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명시하고, 평정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기 위해 원칙적으로 이의제기를 서면으로 할 수 있게 했다”고 구체적인 방안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