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택. (자료사진=LG 트윈스)
"마지막 포스트시즌 타석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박용택(LG)에게 포스트시즌은 남의 얘기였다. 프로 데뷔 시즌인 2002년 플레이오프에서 MVP까지 탔지만 이후 단 한 번도 가을야구를 경험하지 못했다. 그러다 올해 무려 11년 만에 포스트시즌을 치르고 있다. LG에서만 뛴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박용택은 17일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두산을 2-0으로 꺾은 뒤 "11년 전에는 정말 포스트시즌에서도 시즌 때처럼 '오늘 못 치면 내일 잘 치면 된다'는 생각이었다"면서 "그런데 11년이 걸렸다. 물론 내년에도 하고, 내후년에도 해야겠지만 올해가 내 마지막 포스트시즌 타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만큼 매 타석이 박용택에게는 소중하다는 의미다. 1번 타자라는 중책도 맡은 만큼 박용택은 그토록 좋아했던 초구 공략도 자제하고 있다.
박용택은 "초구도 잘 안 치고 공도 많이 보게 되고, 내가 가진 집중력 이상으로 나오는 것 같다"면서 "시즌 중반부터 1번을 치면서 초구를 엄청 좋아하는데 정말 많이 안 쳤다. 유리한 카운트에서도 안 치려고 했던 것 같다. 포스트시즌에서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공 하나 하나가 아까웠다"고 설명했다.
박용택은 플레이오프에서 가장 잘 맞는 타자다. 올 시즌 두산을 상대로 타율 4할1푼3리, 홈런 3개를 기록한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플레이오프 1~2차전에서 7타수 5안타 2볼넷으로 맹활약했다. 라이벌이라는 느낌에 두산전은 더 집중한 덕분이다.
박용택은 "개인적으로 두산 투수들이 입맛에 맞는다. 넥센이 유희관에게 당하는 것을 보고 왜 당하나 싶었다. 두산은 투수력보다 타격으로 했던 팀이고, 투수도 에이스급 공보다는 수준급 투수들 정도 볼"이라면서 "개인적으로 대학 때도 그랬고, 연세대랑 하는 느낌이다. 경기 때 흥분도 안 하고, 액션도 안 취하는 데 두산전에는 뭔가 나올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11년 만의 가을야구. 2년 전 시즌 중반 1위를 달릴 때 팬들에게 "유광 점퍼를 구입하세요"라고 말했지만 가을야구가 좌절된 박용택에게는 정말 눈물나는 가을야구다. 관중석을 가득 메운 유광 점퍼만 보면 저절로 눈물이 난다.
박용택은 "(유광 점퍼를 보면) 가슴 속에서 뭔가 온다. 조울증이 있는지 확 올라온다. 작은 것에도 눈물나고 그런다"면서 "사실 업체에게 나에게 뭔가 와야 하는데"라고 멋쩍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