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하늘인데 왜 결과는 다를까' 19일 PO 3차전에서 9회 천금의 송구로 팀 승리를 이끈 두산 외야수 민병헌(왼쪽)과 과감한 주루 지시를 내렸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던 LG 최태원 주루코치.(자료사진=두산, LG)
프로야구 플레이오프(PO) 4차전이 열린 20일 잠실구장. 경기 전 양 팀 더그아웃의 화제는 단연 전날 3차전 9회 두산의 외야 수비와 LG의 주루사였다.
전날 LG는 3-5로 뒤진 9회 김용의의 3루타, 이진영의 적시타로 1점 차까지 추격했다. 상대 폭투로 1사 2루 기회가 만들어져 동점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하지만 정성훈의 안타 때 대주자 이대형이 홈에서 아웃됐다. 두산 좌익수 임재철의 정확한 송구에 발빠른 이대형도 어쩔 수 없었다.
이어진 2사 2루에서 다시 주장 이병규가 안타를 날렸지만 이번에는 두산 우익수 민병헌의 '레이저' 송구에 대주자 문선재가 아웃되면서 그대로 경기가 끝났다. LG에게는 악몽이었고, 두산으로서는 환희의 순간이었다.
이에 민병헌은 4차전에 앞서 "저 위에 높이 계신 분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늘이 도와준 덕분이라는 것이다. 민병헌은 "사실 (이)대형이 형 발이면 홈에서 웬만하면 살 것"이라면서 "그러나 (임)재철이 형 글러브에 정확하게 타구가 와서 군더더기 없이 송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자신의 송구에 대해 "사실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나한테 공이 오면 어떻게 하나' 떨렸다"면서도 "타석에서 죽 쒔는데 그거라도 못했으면 어떻게 하냐"며 웃었다. 실력이 뒷받침됐지만 운도 적잖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LG 역시 마찬가지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다는 분위기다. 사실 3차전에서 가장 괴로웠을 사람은 최태원 LG 3루 주루코치였을 터. 당시 홈 주루를 지시했지만 최악의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최코치는 "하늘의 뜻이 아니겠는가"라면서 "정말 두 번이나 주자가 아웃되면서 끝난 적은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1점 차, 주자가 이대형이라면 돌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최코치는 "어제는 어제다. 빨리 잊고 오늘 경기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기태 LG 감독 역시 "가장 어려운 자리가 3루 주루코치"라면서 "나라도 그런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최코치가 '죄송하다'고 하길래 '괜찮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3차전에서는 일단 하늘이 두산을 도왔다. 과연 4차전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올지, 반대의 경우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