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와도 관계 없어요' 올 시즌 LA 다저스의 3선발로 맹활약한 류현진.(사진=게티이미지)
'괴물' 류현진(26)의 LA 다저스가 또 다른 극동의 괴물 투수에 주목하고 있다. 일본 라쿠텐의 에이스 다나카 마사히로(25)다.
만약 다저스가 다나카를 영입한다면 류현진과 함께 강력한 '아시안 특급' 쌍두마차를 장착한다. 흡사 1990년대 후반 박찬호-노모 히데오를 연상케 하는 조합이다.
▲다저스 단장 "다나카, 주목"네드 콜레티 다저스 단장은 22일(한국 시각) 시즌 결산 회견에서 내년 외국인 선수 영입 계획의 일환으로 "다나카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고 언급했다. 이어 "2, 3일 전까지도 경기를 봤다"면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올해 다저스는 외국인 선수의 활약에 톡톡히 재미를 봤다. 먼저 류현진이 14승8패, 평균자책점(ERA) 3.00, 팀의 3선발로 든든한 모습을 보였다. '쿠바산 야생마' 야시엘 푸이그(23)는 비록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잇딴 실책을 저질지만 6월 이후 다저스 상승세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때문에 올해 일본을 평정한 다나카의 영입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특히 콜레티 단장은 결산 회견에서 류현진에 대해 "기대 이상으로 잘 했다"면서 "1년 전 영입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류현진과 다나카를 동시에 언급하며 의미심장한 뉘앙스를 풍겼다.
다저스의 자금력은 리그 최고 부자 구단으로 꼽히는 뉴욕 양키스 부럽지 않다. 시즌 초 타임워너케이블과 25년 최대 80억 달러(약 8조 7400억 원)의 천문학적인 계약을 맺었다. 올 시즌 연봉 총액만 2억 1400만 달러(약 2300억 원)에 달했다. 류현진과 푸이그 영입에 1억 달러 이상을 썼다. 한번 찍으면 돈에 구애받을 일은 없다.
▲"다나카, 다르빗슈 이상일 수도"만약 다나카가 온다면 다저스는 기존 최강 3선발에 날개를 달 수 있다. 사이영 듀오 클레이튼 커쇼-잭 그레인키-류현진에 다나카까지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발진을 이룰 수 있다.
다나카는 올해 일본에서 28경기 24승 무패, ERA 1.27로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지난 시즌부터 28연승으로 이 부문 세계 신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다. 2007년 퍼시픽리그 신인왕(11승)에 오른 다나카는 2011년 19승5패 ERA 1.27로 일본 최고 투수에게 주어지는 사와무라상을 받았다.
내년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고 있는 다나카는 다르빗슈 유(텍사스) 이상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다르빗슈는 미국 진출 첫 시즌인 지난해 16승9패 ERA 3.90을 올렸고 올해는 13승9패 ERA 2.83을 찍었다.
다나카도 올해 류현진 정도의 성적이 예상된다. 물론 시차와 문화 등 리그 적응의 변수가 있지만 다르빗슈나 이와쿠마 히사시(시애틀) 등 일본 선수들의 전례를 보면 10승 이상은 가능하다는 평가다. 이와쿠마는 지난해 불펜에서 출발해 9승5패 ERA 3.16을 찍었고, 올해는 풀타임 선발로 14승6패 ERA 2.66을 기록했다.
▲박찬호-노모, 90년대 다저스 쌍두마차만약 다나카가 다저스에서 류현진만큼 던져준다면 90년대 후반을 풍미했던 '제 2의 박찬호-노모' 가능성도 충분하다.
박찬호와 노모는 1995년부터 다저스에서 3시즌 반 정도 한솥밥을 먹었다. 그러나 같은 아시아계 투수로 주목을 받았고, 훌륭하게 다저스를 이끌며 워낙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박찬호는 지난 1994년 한국인 최초로 빅리거로 데뷔, 통산 124승 아시아 최다승을 거뒀다. 노모는 일본을 주름잡은 뒤 1995년 혜성처럼 다저스에 등장해 13승6패 ERA 2.54로 신인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1997년 다저스에서 둘의 활약이 인상적이었다. 노모가 16승을 거둔 1996년 불펜과 선발을 오가며 5승5패를 거둔 박찬호가 본격적인 풀타임 선발이 된 해였다. 박찬호는 14승8패 ERA 3.48을, 노모는 14승12패 ERA 4.25를 거두며 다저스의 선발을 이끌었다.
이후 노모는 98년 2승7패 ERA 5.05로 부진해 뉴욕 메츠로 이적했다. 반면 박찬호는 15승9패 ERA 3.71로 다저스의 에이스로 거듭났다. 그러나 이후 노모가 박찬호의 결혼식에 참석하는 등 돈독한 우정을 쌓았다.
일단 메이저리그에 1년 먼저 류현진이 데뷔한 점은 예전 아시안 듀오와 비슷하다. 다만 류현진은 예전 빅리그에서 박찬호보다 먼저 자리잡은 노모와 달리 올해 다나카보다 먼저 입지를 다졌다.
다나카의 내년 소속팀이 어디가 될지는 미지수다. 양키스와 텍사스 등 다나카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팀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다저스에 온다면 한미일 삼국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다. 과연 박찬호-노모 조합을 능가할 아시아 특급 듀오가 탄생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