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동상이몽' 삼성 최형우, 류중일 감독과 두산 김진욱 감독, 홍성흔(오른쪽부터) 등 한국시리즈에서 맞붙는 두 팀 선수단이 23일 미디어데이에서 시리즈에서 몇 경기가 남을지 손가락을 펼쳐보이고 있다.(대구=삼성 라이온즈)
프로야구 삼성-두산의 한국시리즈(KS) 미디어데이가 열린 23일 대구 시민체육관. 이날 회견에는 양 팀의 현재 분위기와 컨디션이 그대로 묻어났다.
삼성은 2년 연속 우승팀의 경험과 정규리그 3년 연속 1위의 여유가 넘쳤고, 두산은 정규리그 4위임에도 실력과 함께 승운이 따르면서 넥센과 LG를 누른 '기'(氣)를 강조했다.
선수들을 이끄는 주장들의 출사표부터 달랐다. 삼성 최형우는 "벌써 세 번째 KS기 때문에 큰 긴장감은 없고 기다리기에 지쳤다"면서 "그동안의 KS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하던 대로 하겠다"며 여유있는 출사표를 던졌다.
반면 홍성흔은 "우승 경험이 많은 삼성을 정규리그에서 하던 식으로 한다면 절대 이길 수 없다"면서 "작전을 잘 짜고 플레이오프(PO)나 준PO나 눌렀던 기운을 폭발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한 상대를 맞아 정공법보다는 건곤일척과 변칙을 쓰겠다는 것이다.
특히 포스트시즌에서 두산의 이른바 '천운'(天運)에 대한 양 팀 사령탑의 시각이 엇갈렸다. 두산은 넥센과 준PO 5경기에서 3번이나 연장까지 가는 치열한 1점 차 승부를 펼쳤고, 불펜 난조 속에서도 수비와 대타 작전으로 승리했다. LG와 PO에서도 거짓말같은 호수비와 상대 어이없는 실책 등으로 KS까지 진출했다.
일단 류중일 삼성 감독은 "운이 아니다"면서 경계심을 드러냈다. 류감독은 "시즌 전 우승후보로 두산 꼽았다"고 전제한 뒤 "투수, 야수, 발빠른 선수도 있고 외야 수비까지 다양한 선수들이 있다"면서 "이번 PO도 두산이 이기지 않았나. 역시 강팀"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김진욱 두산 감독은 "운이라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빗맞은 타구도 다 운이고, 운에 의해서 승부가 갈린다"면서 김감독은 "상대 실수에 의한 운도 있지만 우리의 행운도 있다"고 강조했다. 승리의 기운이 KS에서도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김감독은 이어 "실력만 갖고 이기기에는 어렵다"면서 "운이 따르는 것을 '기'라고 얘기하는데 우리 쪽으로 많이 오고 있다. 기운이 마지막까지 따라줬으면 좋겠다"고 은근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KS까지 상반된 과정을 겪어온 삼성과 두산. 과연 삼성의 노하우가 이번에도 통할지, 두산의 천운이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